공무원 연금 개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내고 덜받는' 방향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내용과 체계를 담을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포함한 전 국민 노후소득보장은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공무원 연금만 질좋은 연금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은 힘이 실리지 않는다. 공무원 연금, 어디로 갈 것인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공무원연금에 대한 연재 글을 기고한다. - 기자 말한국 사회의 노후 소득보장제도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65세 이상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포함한 특수직역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두를 합해도 보편적 노후 소득보장제도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개혁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편은 전 국민의 보편적 노후 소득보장제도를 설계하는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노후 소득보장제도는 '1998년 국민연금 도입→2007년 국민연금 전면 개편과 보완책으로서 기초노령연금 도입→2014년 기초노령연금에서 축소된 기초연금으로 변경 시행' 과정을 거치면서 그야말로 '용돈연금'이 되었다.
혼돈의 공무원연금, 정부 책임도 크다
2007년 국민연금 전면 개편 당시 공무원연금 개편 안도 추진되었지만, 공무원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 국민연금만 '더 내고 덜 받는' 개편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공무원연금은 지난 2009년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대비 연금지급액으로,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평균 소득의 몇 %가 되느냐 하는 개념이다. 소득대체비율이 50%이면 연금액이 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의 절반 정도 된다는 의미다-편집자 말)과 연금 산정기간 기준 변화를 신규 공무원에게만 적용하는 법 개정이 한 차례 이뤄졌다. 이는 2007년 국민연금이 개편된 것에 비하면 관대한 수준이었다.
공무원 측은 공무원이라는 신분 특수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① 공무원노동자의 노동3권 부정, 민간부문 노동자와의 보수 차이 ② 민간부분에선 사용자가 퇴직금을 100% 책임지는 데 반해 공무원은 퇴직금 대신 지급받는 퇴직수당에 대한 정부 부담이 적다는 것 ③ 연금 시행 초기에는 민간부분보다 많이 낮았던 임금을 연금으로 보전해왔다는 것 ④ 높은 연금을 받는 대신 국민연금보다 많은 연금료를 낸다는 것 등이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보전하기 위해 '사회보장정책(공무원연금법 제1조) + 임금보전(동법 제2조) +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인사 정책적 고려' 등이 결합된 종합복지제도가 바로 공무원연금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 적자를 국고로 보존해 주고 있는데 더 이상은 어렵다'는 게 박근혜정부가 주장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적자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공무원연금액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한 공무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잘못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퇴직금에 대한 정부 책임을 다 하지 않고, 정부의 필요에 인한 구조조정 부담액을 공무원연금에 떠넘겨온 것.
외국의 경우, 연금 기여에서 정부 몫이 더 크다. 공무원이란 특수직역을 인정, 정부 책임 비율을 더 높인 것이다. 우리는 어떨까. 민간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사용자가 국민연금은 50%, 퇴직금은 100% 부담한다. 반면, 공무원은 퇴직금 대신 공무원연금에서 퇴직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사용자인 정부 부담은 50% 밖에 되지 않는다.
각 연금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민간기업에서 사용자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총 12.8%를 부담하는 것에 비해 정부 부담률은 11.2%에 그친다. 이런 점은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연금이 적자이니 무조건 지급액을 낮추겠다는 정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공무원연금의 총 혜택이 국민연금보다 큰 건 사실이다. 가장 큰 차이는 소득대체율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즉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초기 평균소득의 70%에서 60%→40%로 점차 낮아져왔다. 그나마 40년 가입 기준이라 이를 보전할 명목으로 약속한 기초연금을 다 합해도 평균소득의 30%를 넘지 못한다(일반적으로 안락한 노후 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은 65∼70%라고 알려져 있다.- 편집자 말).
하지만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3년 근무한 공무원 기준으로 64.9%에 달한다(퇴직수당 포함시 71.2%) 여기에 군복무기간 인정, 지급에 대한 국가 책임 제도 등 공무원 연금 자체가 갖고 있는 장점이 많다. 또한 공무원의 월급도 공무원연금 도입 초기에 비해 올랐다.
즉, 공무원의 임금과 고용안정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공무원연금 역시 국민연금에 비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게 타당한 주장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돈 없다"는 정부의 빤한 주장, 국민연금이 대안은 아니다오히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보편적 노후 소득보장 제도를 위로 더욱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전 국민이 은퇴 이후 어느 정도의 소득을 공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연금이 낮아진 것이 문제이지, 공무원 연금이 지나치게 높은 게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왜 그런지 국민연금 개악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지난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직장 가입자에 한해 가입되던 것이 1999년 도시 지역 자영업자로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전 국민 연금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제도가 성숙하기도 전에 난도질을 당했다. 정부 주장은 재정이 파탄난다는 것과 외국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구의 연금개혁은 평균 임금의 70~80%에 달하는 노인세대 소득보장 금액을 현 노동세대가 오롯이 부담하기 어려워지면서 시작되었다. 은퇴세대(베이비부머 : 2차 대전이 끝난 46년 이후 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 대비 노동세대의 비율 감소, 생각보다 길어진 은퇴세대 수명, 예전보다 낮아진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확대가 원인이었다.
고령자가 늘어나서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현 노동세대의 숫자와 버는 돈이 줄어들면서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고 ▲지급 금액을 줄이고 ▲개인 연금을 활성화 하는 정책이 추진된 것이다. 즉,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개편을 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적 연금제도를 활성화하는 게 바로 서구의 연금개혁이다. OECD국가들은 전체 GDP의 8~9%를 이미 노인 소득보장에 쓰고 있지만 한국은 2013년 현재 2.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의 연금제도를 따라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 결과는 처참하다. 2007년 국민연금 개악으로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낮춘 것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게 기초노령연금(2014년 기초연금으로 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10만 원씩 주던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어르신에게 20만 원씩 주겠다고 공약해 당선되었다. 그러나 결국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소득하위 70% 어르신을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최대 20만 원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연금을 깎은 것을 보완해주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는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한국 노동자들은 그렇게 오래 직장생활을 하지 못한다. 국민연금의 평균 가입기간, 즉 직장생활 기간은 평균 25년. 따라서 실제 국민연금 가입자는 평균 소득의 23%밖에 받지 못한다. 기초연금은 이를 보완해주기 위한 제도였지만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이 깎인다. 사실상 소득대체율은 평균소득의 최대 30% 정도에 고정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 공적연금의 현 수준이다.
이유가 뭘까. 노인인구가 20%가 넘어도 GDP의 4~5% 이상은 지출하지 않는 게 정부 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 노동자들은 은퇴가 빠르고 임금이 낮다. 여기에 공적 연금 지출은 다른 나라의 절반 수준이라면 심각한 노후 빈곤은 명약관화하다. 지금도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하고 자살율은 세계 최고이다. 노인인구가 20%를 넘는 고령사회가 오면? 재앙이 닥칠 수 있다.
☞ 2편에서 공적연금제도의 문제점과 공무원연금 올바른 개혁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