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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류하는 공무원연금①] 공무원연금 개편은 복지 지출 줄이려는 꼼수에서 이어집니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 사회복지지출은 GDP대비 9.8%(잠정)로 추정된다. 이를 2009년 OECD 국가 평균인 22.1%와 단순 비교하면, 총 GDP에서 복지에 쓰는 비율이 OECD 국가들의 43.3%에 불과하다. 가장 적은 것은 노인지출로, GDP 대비 2.3%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정부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선진국에 비해 적으니 노인지출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 본격적인 고령사회가 오면 노령지출은 급증할 것이 분명하며, 지나치게 많은 지출을 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령인구 비율을 가졌던 시기의 지출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 표는 2013년 한국 노인지출과 지금 우리와 노인인구가 비슷했던 1995년 주요국의 노인지출과 비교한 것이다. 노인인구비율이 거의 유사한데 노인지출은 2~3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노령지출 급증 막아야" 노인에 관심없는 박근혜정부

 OECD 주요국가 노인인구, 인당 GDP, 사회지출 비교(OECD 국가 1990, 한국 2013비교)
OECD 주요국가 노인인구, 인당 GDP, 사회지출 비교(OECD 국가 1990, 한국 2013비교) ⓒ 새사연

생각해보자. 노인인구가 15~18%에 달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연금지출에 GDP의 8~9% 정도를 쓴다. 그 결과 은퇴 후 노인들은 평균소득의 60~80% 정도의 연금을 받는다. 반면 한국은 4~5%로 고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 은퇴 후 한국 노인들은 평균소득 30% 수준의 연금에 만족해야 한다.

이것도 그나마 정규직으로 국민연금을 낼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기초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20만 원(소득대체 10%)이 최대치이다. 자산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노인을 제외하고는 빈곤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렇게 주장한다.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은 많지 않다. 그동안 낮게 유지되어 왔던 부담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더불어 복지 지출을 현재 수준에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금과 사회보험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새는 돈을 막는 것과 동시에 복지 부분의 과도한 성장을 막아야 한다. 대표적인 영역이 노인지출이다. 고령화로 인한 과도한 지출을 막고 개인 책임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추가되는 것은 부채를 통한 경제성장, 즉 부동산 부양이다.'

다시말해, 큰 폭의 복지 확충은 힘들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연금·기초연금 제도 개악과 사적 연금활성화, 공무원연금 개편의 본질이다. 그러나 공적 연금제도를 정상화하지 않는 이상 공무원연금만 안정적 노후 소득보장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국민연금이 반토막 나고 기초연금이 망가지는 동안 이를 나서서 추진했던 정부기관 공무원들은 무엇을 했나? 복지지출을 늘리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공무원들은 침묵했고, 오히려 이를 앞장서서 추진했다. 이런 가능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만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국민연금 반토막 날 때 공무원들 뭐했나? 국민 지지 받기 힘든 이유

ⓒ freeimages

그렇다면 공적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얼마를 지출할 것이며, 누가 그 부담을 질 것인가. 공무원 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노인인구를 고려해 최소한의 지출 규모를 정하고, 그에 맞는 연금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답은 빤하다. 첫째, 소득이 올라야 한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동년수와 임금이 있어야 연금 재정도 튼튼해진다.

다음으로 고소득층과 기업의 부담이 올라가야 한다. 기업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연금 부담을 줄여왔다. 부과체계를 손봐 소득이 높을수록 연금에 더 많은 기여를 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또한 복지예산 전체의 증가가 필수적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연금보험료에, 기초연금은 조세에 기반하고 있다. 국가 재정 자체를 늘려 곧 다가올 고령, 초고령사회에 지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신규·하위 공무원들에게만 연금 혜택을 줄여왔으며,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소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런 모습을 개선하지 않는 한 공무원연금은 정부 의지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제도를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포함하는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 기초연금, 장애연금을 포괄한 소득보장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불가피한 조정이 따를 수 있고 가입시기, 연령, 소속에 따라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향 평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취약 계층의 소득보장 수준을 대기업, 특수직역연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아수라장 된 공무원연금개혁 토론회 국회에서 22일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가 공무원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아수라장 된 공무원연금개혁 토론회국회에서 22일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가 공무원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 남소연

정부 안이 관철될 경우, 그나마 한국 사회에 존재했던 안정적 일자리(공무원)마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연금은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 조정되어야 하고, 사회적 혜택을 받아왔던 집단의 연금 재정 기여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청년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대기업·중견기업, 공무원, 교사 등의 직업마저 질낮은 일자리로 추락할 것이다.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의 노후 소득보장제도 개편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민들의 강력한 압박이 절실하다. 그리고 여기에 공무원들의 달라진 역할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업무 자체가 민간기업과 차이가 나는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분 보장, 임금체계 등의 노동조건에 대한 특수정은 인정받을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일방적 강압이 아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무원의 노동조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 출발은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연금개편에서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 조치들과 동시에 공무원노조는 한국 사회 전체의 노후소득보장 문제 개선과 더불어 공무원 인력 간 차별 철폐에 나서야 한다. 행정조직을 비롯한 공공기관, 공기업 내의 비정규직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노동조건 조정도 신규직과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연차와 호봉에 따른 격차도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무원 연금 논의가 한국사회 보편적 소득보장 제도를 정착시키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공무원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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