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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교육부의 노란리본 반대지침에 세모 활동을 하는 청소년은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가슴에서 인간성을 뗄 수는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청소년들의 노란 리본 인증샷으로 번지기도 했다.
16일 교육부의 노란리본 반대지침에 세모 활동을 하는 청소년은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가슴에서 인간성을 뗄 수는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청소년들의 노란 리본 인증샷으로 번지기도 했다. ⓒ 세모

지난 9월 25일, "노란 리본을 달지 말라"는 교육부 지침에 반발해 일산 중산고 양지혜 씨를 비롯한 4명의 고등학생들이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은 '교육부는 학생들의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9월 16일 17개 시·도 교육청에 "세월호 관련 공동수업, 학교 앞 1인시위, 리본달기, 중식단식' 등 세월호와 관련된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진정을 낸 고등학생들은 청소년세미나 모임 '세모'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세월호특별법제정을 위한 방과후 농성장'등 청소년 활동을 통해 모였다.

이들이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통해 이야기한 "가슴에서 인간성을 뗄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은, 이후 청소년들의 노란 리본 인증샷으로 번지기도 했다.

'세모'가 생각하는 교육과 세상에 대해 묻기 위해 '세모'를 처음 만들고 간사 역할을 해온 박윤하씨와, 청소년 활동가 양지혜씨를 지난 9월 25일 신촌에서 만났다.

- 청소년 세미나 모임 '세모'는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들게 되었나요? 공부모임을 꾸리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박: "세모는 지난 2013년 11월 청소년 활동가 3명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학문을 인문학, 사상, 사회문제 등을 우리가 직접 학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저는 청소년운동을 하면서 공교육의 문제점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입시경쟁 위주의 공교육이 가져다주는 폐해는 하루 한명꼴의 자살로 명확히 보여지는데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저 역시 입시체제에서 사실상 탈락하다시피 한 사람인데 이런 줄세우기 교육 말고 진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국영수사과'가 아닌 우리 주위의 이웃을 살피고 내가 사는 사회시스템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임이 필요해 세모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양: 저는 1월에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토론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2월부터 세모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모를 하면서 알게된 많은 것들이 제 삶의 기반이 되는 것 같아서 저는 세모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 교육부의 '노란리본 금지명령'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했는데요.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이유는 무엇이고, 교육부가 어떤 부분에서 인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하나요?

박: "표현의 자유와 추모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면에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세모회원들이 인권위에 제소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교육부가 '인간성을 떼라' 요구하는 것에 대한 강한 비판이었습니다. 불복종 행동을 넘어서 인간성을 향한 강력한 규탄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양: "추모하는 마음을 금지하는 교육부의 선전포고였습니다. 빼앗긴 인간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모회원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다양한 사회참여를 했다.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방과후 농성장 및 고등학생 단식'...세모의 '사회를 보는'공부는 청소년들을 행동으로 이끌었다.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5월 둘째주 명동성당에서 청소년 30~50명이 모여  침묵행진을 열었다.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5월 둘째주 명동성당에서 청소년 30~50명이 모여 침묵행진을 열었다. ⓒ 박윤하

- 세모 회원들이 5월 둘째주,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침묵행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방과후 농성장 및 단식', '청소년 유가족 대국민 간담회' 등 세월호 정국에서 다양한 사회참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 "4. 16세월호 참사 때 대부분의 희생자는 청소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유가족의 요구는 무시되었습니다. 우리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5월 둘째 주, 세모회원 박소현, 강원이, 양지혜씨가 청와대 게시판에 '청소년 언제까지 가만히 있어야 하나?' 제목으로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했습니다. 5월 11일 청소년 가만히있으라 침묵행진을 명동성당에서 열었습니다."

양: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알게 되면 모른 척 할 수 없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회에 나가는 것이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모 세미나를 하게 되면서 사회의 문제들을 많이 알게 돼 삶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세모회원 양지혜(중산고), 김한률(포곡고)씨는 8월 29일~31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조단식을 했다. 사진은 8월 29일 목요일 기자회견,
"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세모회원 양지혜(중산고), 김한률(포곡고)씨는 8월 29일~31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조단식을 했다. 사진은 8월 29일 목요일 기자회견, ⓒ 박윤하

- 청소년 행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양: "침묵행진도 그렇고, 세월호 추모 기간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감정적인 부분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었으면 몰랐을 것들을 다시금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8월 28일~30일 단식을 하고, 9월 첫째 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방과후 농성장'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몸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이 처음이라 복잡하고, 내 스스로 역량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세모는 토론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박윤하씨는 간사로서 무슨 역할을 하나요? 

박: "저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줘야 하고, 맞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토론을 이끕니다. 서로에 대해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도록 제시하는 역할입니다. 세모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선생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모회원들은 입시를 위한 국영수를 학습하는 것이 아닌 '사회 문제'에 대한 공부를 한다. 신자유주의, 생태주의(밀양 송전탑과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여성주의, 반전평화(양심적 병역거부) 등이다. 이 주제는 따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

 사진은 세모의 공부모습.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사진은 세모의 공부모습.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 박윤하

- 세모는 입시의 틀을 너머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내용을 주제로 공부하는데요. 지혜씨는 세모 활동을 한 지 약 9개월 정도 되었는데, 이것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었나요?

양: "부조리함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개인으로 존재할 때 무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이 혼자 있지 말고,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알게 되면 나의 세계관이 변하고, 세상의 변화를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는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입시에 발이 매여있는 상황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같이 이야기 하고, 뜻을 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성적비관으로 자살하는 청소년은 연 300명에 달한다. 하루에 한 명 꼴이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고등교육 현장에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시대이기에 '인간성'을 내걸며 교육에 대한 다른 해답을 어설프게나마 교육부에 던진 세모의 시도는 흥미롭다. 이들의 등장이 흔한 객기로 끝날지, 아니면 다음을 약속하는 새로운 시도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세모#세월호#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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