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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들. 오늘 대표선수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들. 오늘 대표선수다.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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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고교 동창) 12명. 대표선수 3명. 자연산 회 포식.

지난해 이맘때 바다낚시 성적표다. 1년에 한 번. 낚시를 좀 한다는 선수(?)들이 만선의 꿈을 안고 출조한다.

오늘도 그랬다. 이번 낚시는 선수를 한 명 보강해 선수는 4명. 1명 추가로 배 빌린 삯도 5만 원을 더 부담해 25만 원. 낚시에 필요한 밑밥 지렁이 등을 구입하는 비용을 계산하면 40여 만 원이다. 거기에 인건비는 제외다. 단순히 어부의 역할에 필요한 비용치고는 꽤 많은 투자다.

광주에서 오전 3시에 출발해 강진 마량항에 4시 30분에 도착했다. 5시에 탄 낚싯배는 어둠이 아직 내려앉아 있는 물위를 가르며 나아갔다. 첫 번째 포인트에 배는 자리를 잡았다.

"어신이다, 벌써 고기가 붙었다" 했는데...

 멀리서 해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멀리서 해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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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해를 낚고 있는 낚시대
 바다와 해를 낚고 있는 낚시대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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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경에 빠지게한 일출
 황홀경에 빠지게한 일출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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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해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모두 낚시 준비에 부산하지만 나는 가져간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구름에 걸린 해가 제 모습을 드러낼 때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바닷물이 금물결이다. 고기를 잡으러 온 것이 분명한데 나는 일출의 황홀경에 빠지고 말았다.

"어신이다. 벌써 고기가 붙었다."

부지런한 친구가 첫 수를 했다. 그런데 민물에서 피라미나 다름없는 수조기다. 조금은 김이 빠졌다. 동틀 때 바짝 고기들이 붙는데 잔고기 몇 마리 잡고 입질이 뚝 떨어졌다. 다시 배는 포인트를 찾아 옮겼지만 별 성과가 없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감성돔이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감성돔이다.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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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시작 3시간이 되어서 한 친구가 감성돔을 한 마리 올렸다. 감성돔은 다른 고기보다 잘 생긴데다 손맛도 그만이다. 특히 올라올 때 펄떡거리는 은빛 출렁임은 조사들의 맘을 사로잡는다. 일행 중에 한 명이 큰 고기를 낚으면 모두가 즐겁다. 곧 나도 잡을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해서다.

나는 낚시 시작 4시간 만에 장대 한 마리 잡고 휴업 중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낚싯대 끝이 휘청한다. 대물이다. 그런데 그 놈하고 밀고 당기기를 몇 번하다가 홀라당. 팽팽하던 낚싯줄이 힘이 없다. 낚싯줄이 터져 고기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인생사 다 그러하듯 가져보지 못한 것은 더 갖고 싶은 것 아닌가. 특히 놓친 고기는 더 크게 보여 더더욱 아쉽다.

만선의 꿈은 사라졌지만... "친구들아 내년에 한 번 더 밀어줘"

선장을 포함해서 5명이면 감성돔 25마리는 낚아야 한다. 그래야 광주에서 눈 빠지게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금메달 소식을 전할 수 있을 텐데 통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후 2시. 오늘 조과는 감성돔 7마리 장대 5마리 생조기 5마리 잡고기 3마리가 다다. 태풍의 영향으로 바다에 물결이 높아져 예정시간보다 빨리 철수했다. 만선의 꿈은 허망하게 사라졌다.

"이 고기로 누구 입에 붙이겠냐. 그냥 여기서 우리끼리 한잔하고 가자."

오늘 감성돔 3마리를 낚은 친구의 제안이다. 선상에서 갓 잡은 고기를 회 떠 소주 한잔 쭉 들이키는 것이 바다낚시의 최고의 맛이다. 그런데 파도가 높은데다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마량항에 내려서 그렇게 하자."

도다리를 잡은 친구가 동의를 한다. 감성돔 얼굴 구경도 못하고 장대 두 마리 잡은 나와 수조기만 열심히 잡은 친구는 끼어들 목소리가 없다.

 두 접시 회.
 두 접시 회.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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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 5마리와 도다리 한 마리를 회 뜨니 두 접시다. 감성돔을 올리며 느끼는 희열을 만져보지 못했지만 가을 바닷바람이 얼굴을 문지르고 철석철석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술 맛은 최고다.

얼굴에 잔잔한 파도가 일기 시작한 친구들의 외출,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

"우리를 기다리는 친구들아, 저녁에 감성돔 대신 포차에서 전어에다 소주 한잔하자. 내년에 한 번 더 밀어 줘. 술은 내가 쏜다."

덧붙이는 글 | 첨단정보라인 11월호에 게재합니다.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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