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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아산시가 가장 성공한 개발사업으로 자랑하던 아산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471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산시가 가장 성공한 개발사업으로 자랑하던 아산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471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 아산테크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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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 일원에서 한화도시개발과 산업은행 그리고 아산시가 공동 출자해 6816억 원을 투입하는 거대한 토목공사를 벌였다. 공식 명칭은 아산테크노밸리 조성사업. 2006년 사업을 시작해 2013년까지 298만㎡의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공사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모든 사업을 끝내고 정산절차가 마무리됐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사업은 진행 중이다. 그 이유는 학교부지로 아직 미분양 용지가 한 필지 남았고, 분양대금을 받지 못한 사업자와 처리해야 할 정산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욱 답답한 문제는 사업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막대한 토목공사를 벌여 땅장사를 했지만 개발 이익은 고사하고 오히려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한화와 산업은행 그리고 아산시가 손잡고 벌인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말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들은 과연 왜 손해를 보면서 땅을 팔았을까 내막을 들여다봤다.

한화 65%, 아산시 20%, 산업은행 15% 공동출자

"아산테크노밸리 조성사업에 필요한 보상비 등 초기 투자비용은 산업은행에서 차입해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당초 계획보다 분양률이 저조해 투자비용에 대한 이자 등 금융비용이 증가해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사업 손실의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회사 적자가 471억 원으로 예상돼 자본금 손실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다만 아산시가 현물 출자한 80억 원에 대해서는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의 시정질문에 임창빈 경제환경국장이 답변한 내용이다.

㈜아산테크노밸리는 출자금 400억 원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주주 구성은 한화도시개발이 260억 원을 출자하며 65%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산업은행은 60억 원을 출자하며 15%의 지분을 가졌다. 그리고 아산시는 20%의 지분으로 참여하며 당시 80억 원 상당의 토지를 현물로 출자했다. 아산시가 현물로 출자한 땅은 시유지인 음봉면 산정리 산53-1번지 59만2165㎡다.

임창빈 국장의 답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대와 달리 사업에 차질이 발생해 471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출자금 400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을 날리게 생겼다는 것이다. 

㈜아산테크노밸리의 존속기간은 당초 2006년~2013년까지로 계획했다. 그러나 분양이 원활하지 못해 주주간 협약을 통해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해 운영한 후 해산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현재 자금의 흐름상 적자가 최소화되는 시기에 출자자간 합의를 통해서 해산한다는 방침이다.

아산시 파트너 한화·산업은행 적자 맞나?

 안장헌 의원은 “잘못 선택한 정책결정으로 아산시와 시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헌 의원은 “잘못 선택한 정책결정으로 아산시와 시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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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에서 예상되는 적자는 471억 원으로, 사실상 공동출자금 400억 원은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액면만으로 계산하면 한화 260억 원, 산업은행 60억 원, 아산시 80억 원 그리고 71억 원을 각각 3자가 분담해 책임져야 한다. 결국 아산시는 테크노밸리를 조성한 후 지분으로만 따지자면 1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안장헌 아산시의원은 "내면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아산시만 호구 노릇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먼저 298만㎡의 거대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한화건설, 한화리조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한화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이 모든 공사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는 물론 모든 시스템을 그들이 수주해 그들이 끝내는 형태였다. 한화에서 견적부터 공사수주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했는데 어떻게 밑지는 장사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 다른 사업파트너 산업은행은 60억 원을 출자하고,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줬다. 아산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산업은행은 이자 수익금만 986억 원을 벌어 들였다. 그렇다면 사업적자로 출자금 60억 원을 모두 날린다고 해도 불과 6~7년 만에 926억 원은 벌어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를 적자로 볼 수 있는가.

안장헌 의원은 "최근 2~3%대의 저금리 금융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업파트너인 산업은행은 5~6%대의 고금리로 이자수익을 챙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은 없나?

㈜아산테크노밸리에 20%의 지분과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아산시는 정작 이 시스템 운영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았다. 안장헌 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직원이 몇 명인지, 무슨 행사를 했고, 어떤 홍보를 했는지 물었지만 아산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안 의원은 "억대의 고액연봉 직원들이 어떤 루트로 고용됐는지, 몇 명인지도 알 수 없고, 골프회원권을 5개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억대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런 사업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물었다.

안 의원은 이어 "매년 행사와 홍보비 명복으로 수십억 원을 지출했지만 아산시는 어떤 행사를 어떤 규모로 했는지, 어떤 매체에 무슨 광고를 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산시는 대기업 한화와 산업은행의 사업에 온갖 행정적 편의만을 제공해 주고,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아무런 역할도 못한 채 들러리만 선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20~30명으로 구성된 사무실의 일반관리비가 매년 70억 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산시는 본 사업에 20%를 출자한 당연직 이사의 자격으로 해산절차를 밟기 이전에 행사비를 비롯한 각종 명목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출비용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정확하게 분석해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소재를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묻지마 기업유치로 '헐값분양'... 산업용지만 손실금 '1053억 원'

 아산테크노밸리의 가장 큰 비중을 하지하는 산업용지를 조성원가의 73% 수준으로 분양해 산업단지에서만 1053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기업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아산테크노밸리의 가장 큰 비중을 하지하는 산업용지를 조성원가의 73% 수준으로 분양해 산업단지에서만 1053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기업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 아산테크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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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테크노밸리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아산시가 기업유치를 위해 조성원가보다도 낮게 헐값으로 산업용지를 분양했기 때문이다.

산업용지는 2007년 1월부터 분양을 시작해 같은 해 12월에 100% 완료했다. 이처럼 산업용지가 1년도 채 안 돼 100% 분양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성원가의 73% 수준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산테크노밸리 298만㎡ 중 산업용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34만㎡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당시 산업단지 조성원가는 3.3㎡당 1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아산테크노밸리는 기업유치를 위해 72만 원에 할인분양한 것이다. 땅 값만으로도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황금과 기회의 땅이었던 셈이다. 또 해를 거듭할수록 땅의 가치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이들 입주기업에 대한 특혜성 시비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2007년 당시 아산테크노밸리 산업용지를 조성원가의 73% 수준으로 분양해 발생한 손실금만 1053억 원이다.

이에 대해 당시 아산시는 "아산테크노밸리의 산업용지는 조성원가 이하로 분양하고, 그 손실금은 주거·상업용지에서 높은 가격에 분양해 수익을 보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산업용지를 헐값에 팔아 발생한 손해를 주거·상업용지를 비싸게 팔아 채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8년 10월부터 공동주택용지에 대한 분양을 시작했으나 3년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필지도 팔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용지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2012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이 불가피해져 산업은행과 연장협의를 가져야 했고, 그동안 지불해 온 이자와 향후 부담해야 할 이자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은 2290억 원이었고, 6%대 금리로 이자만 연간 145억 원 이상 지불해야 했다. 그 이자를 모두 합산한 금액이 2016년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이면 986억 원이 되는 것이다.

산업용지 헐값분양 손실금 시민에게 떠 넘겨

 산업용지 분양적자를 아파트용지와 상업용지에서 만회하려는 정책은 고스란히 아파트와 상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시민과 소상인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산업용지 분양적자를 아파트용지와 상업용지에서 만회하려는 정책은 고스란히 아파트와 상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시민과 소상인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 아산테크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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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아산테크노밸리는 산업용지를 헐값으로 분양해 발생한 손실금을 고스란히 아파트에 입주하는 시민이나 상가에 입주하는 소상인들에게 떠넘긴 셈이다.

산업용지를 헐값으로 분양해 입은 손실금을 공동주택용지를 비싸게 팔아 만회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기업의 부담을 낮춰주고 시민이나 소상인들의 부담을 높이는 구조다. 당시 기업인에게는 특혜가 되고 시민에게는 부담이 되는 이 정책을 수용한 아산시의 시장개입에 대한 재평가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산시는 땅은 땅대로 내주고, 시민들에게 경제적인 부담만 늘리면서, 소득 하나 없는 밑지는 장사를 했다. 아산시가 아산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일방적인 손실이 발생될 수밖에 없도록 결정을 내린 정황과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고 따져봐야 한다.

아산시가 그동안 가장 성공한 개발사업으로 자랑하던 아산테크노밸리가 아산시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잘못 선택한 정책결정으로 아산시와 시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특히 아산테크노밸리가 가장 성공한 사업이었다고 홍보하고, 시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왔다면 그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아산시는 물론 아산시의 사업파트너였던 한화 그리고 산업은행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도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아산테크노밸리#아산시#한화#산업은행#안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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