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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네마라 지역은 황량하고 외로웠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코네마라 지역은 황량하고 외로웠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 김현지

더블린에서 차를 타고 골웨이(Galway)를 지나 아일랜드 서쪽 끝자락의 코리브 호수 쪽으로 가면 아일랜드에서 가장 독특한 자연 환경을 가진 코네마라 지역을 만날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을 추천해 달라고 말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이곳은 아일랜드의 숨은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코네마라 지역이 지형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된다는 정확한 경계는 없지만, 이 지역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아... 몽환적이다. 태조에 천지가 창조되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몽환적인 아름다움 가진 코네마라

눈으로 보기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늘, 산, 물, 나무, 풀 등의 자연들이 전부인 곳이다. 오히려 멋진 풍경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장엄한 산이나 절벽,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흔한 재료도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저 그런 음식이 될 수도,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음식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코네마라 지역도 흔하디 흔한 자연의 요소들이 잘 조합되어 다른 어느 곳에서 볼 수 없는 절경을 보여준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코네마라 지역은 마치 현실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이상 세계의 길목을 지나는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없다. 간간이 보이는 집조차 특별하게 느껴진다. '혹시 천사가 사는 집은 아닐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본다.

개발되지 않아 황량하지만, 알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이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태초에 창조주가 만든 세상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분명 이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이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하늘 반대편에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나오는 절경을 봤을 땐 창조주에 대한 경외심이 저절로 생겼다.

 코네마라 지역에서 30분을 더 운전해 들어가면 마법의 성과 같은 카일모어 성을 만날 수 있다.
코네마라 지역에서 30분을 더 운전해 들어가면 마법의 성과 같은 카일모어 성을 만날 수 있다. ⓒ 김현지

코네마라 지역의 절경에 흠뻑 취한 채 굽이진 도로를 30분 이상 달리면 또 한 번 감동을 자아내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카일모어 수도원.

동서를 막론하고 여자들은 아름답고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좋아한다. 로맨스 그 자체로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히 여자들은 러브 스토리를 좋아한다. 내 현실과 다른 이야기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함일 수도 있다. 여기, 여자들을 울릴 만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바로 100여 년 전 카일모어 성의 소유주였던 미첼과 그의 아내 마가렛의 러브 스토리다.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숨어있는 카일모어 수도원

영국 출신이자 엄청난 재력을 가진 미첼은 마가렛과 결혼해 신혼여행으로 코네마라 지역을 방문한다. 마가렛도 꽤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여자였나 보다. 그녀는 코네마라 지역을 보는 순간 그 지역을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땅을 사서 1000평이 넘는 대 저택을 그녀의 생일 선물로 지어 준다.

 카일모어 성의 내부의 모습.
카일모어 성의 내부의 모습. ⓒ 김현지

성을 완공하는 데만 3년이 걸렸고, 투입된 노동력만 해도 몇 백 명이 되는 이 집은 33개의 방, 4개의 욕실, 4개의 거실, 무도회장, 도서관, 스터디룸, 흡연실, 다양한 사무실 등 어마어마한 규모다. 저택 옆에는 6000평 상당의 빅토리안 스타일의 정원이 있다. 이곳은 당시 런던의 큐 가든과 견주었을 때 손색없을 만큼의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정원이었다고 한다. 저택 앞에 있는 카일모어 강에선 두 부부의 자녀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냈을 것 같다. 카일모어 저택은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위치였지만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웠고, 필요한 조건이 모두 충족된 곳이었다.

 저택 옆에는 6000평 상당의 빅토리안 스타일의 정원(Victorian Walled Gardens)이 있다.
저택 옆에는 6000평 상당의 빅토리안 스타일의 정원(Victorian Walled Gardens)이 있다. ⓒ 김현지

이렇게 아름다운 환경에서 미첼과 마가렛은 9명의 자녀와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 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여기까지였다.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

이집트에서 가족 여행을 하던 도중 마가렛은 알 수 없는 열병을 동반한 전염병에 걸리게 되고, 발병한 지 16일 만에 45세의 나이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아내 마가렛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남편 미첼은 이곳에 성당을 짓게 된다. 영국의 브리스톨 대성당을 본떠 만든 고딕 형식의 성당은 작지만 한눈에 보아도 대단한 정성을 들인 모습이 역력하다.

교회에 새겨진 조각들은 깔끔하면서도 무게감이 있다. 일반적으로 고딕 성당의 유리창에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을 하는 것과 달리 이곳 성당은 본당 앞부분의 모든 유리창에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본당에 들어섰을 때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빛은 예수의 형상을 더욱 부각하고 있었다.

미첼은 그 지역의 정치가였지만 아내가 죽은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카일모어 일대에 소유하고 있던 땅을 소작인들에게 넘겨 주고, 그 역시 집을 떠나 영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아내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었지만 아내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이 그에게는 더 컸으리라. 그 후에 영국의 베네딕트 수도회에서 이 지역을 사들였고, 현재의 이름은 성이 아닌 수도원이 되었다.

 죽은 아내를 위해 설립한 고딕식 성당
죽은 아내를 위해 설립한 고딕식 성당 ⓒ 김현지

현재는 방문객에게 저택의 일부만 공개해 놓은 상태이며, 옆에 있는 성당에서는 정기적으로 미사를 드린다. 카일모어 저택과 그 옆의 빅토리안 정원을 오가는 셔틀 버스 또한 하루에도 수십 번 관광객의 발이 되어 그곳의 아름다움을 알려 주고 있다.

처음 아일랜드 달력에서 카일모어 수도원의 사진을 봤을 때는 막연히 '아름답다', '가보고 싶다'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저택의 숨은 이야기를 알고 직접 이 곳을 방문한 후의 느낌은 처음보다 훨씬 진지해졌다.

단순히 코네마라 지역의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카일모어 수도원이 외적으로 아름답더라도 미첼과 마가렛 부부의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곳은 향기 없는 꽃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코네마라 지역과 그들의 슬픈 사랑이야기는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아일랜드#코네마라#카일모어수도원#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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