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준표 도지사는 학생들 밥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감사 없는 예산 없다고? 도민 없는 도지사도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일선학교의 무상급식 특정감사 거부를 이유로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야권이 비난하고 나섰다.

홍 지사는 3일 "감사 없는 예산 없다"며 내년도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3일부터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2012~2013년도 무상급식 특정감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경남도교육청이 이를 거부하면서 보류했다.

 경남도청과 경남도교육청이 '무상급식 특정감사'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경남도청과 경남도교육청이 '무상급식 특정감사'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 윤성효

한은정 의원 "학부모로서 답답하고 막막할 따름"

4일 새정치민주연합 한은정 창원시의원(비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홍 지사님,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고 하셨습니까?"라며 "도민 없는 도지사도 없다. 그리고 해맑은 웃음과 건강한 학생없는 우리의 미래도 없다"고 밝혔다.

중학생 자녀 둘을 둔 한 의원은 "학부모로써 답답하고 막막할 따름이다. 학생들을 볼모로 무슨 짓들을 하시려는 거냐"며 "큰 꿈을 꾸고 계신다고 들었다. 정말 큰 꿈만 꾸고 계신 건 아니신지"라고 물었다.

그는 "정치가 법대로만 꼭 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애송이 시의원이 저도 알고, 대화와 타협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혹 전교조 출신 교육감(박종훈)이라 기 싸움이나 군기 잡는 것 아니시길 바란다"며 "행정의 효율성 물론 중요합니다만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 같은 문제는 조금 다르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홍 지사는 학교 다니는 자녀가 없으시니 도시락 싸실 일은 없으시겠군요"라며 "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일이 도시락 20여만 개 싸시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노동당 경남도당도 이날 "학생들 밥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노동당 경남도당은 "교육청은 교육자치에 의거해 경상남도와 완전히 독립된 기관으로 경상남도의 하위 기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도 언급했다. 진주의료원 이전 등에는 국고가 들어갔지만 홍준표 지사는 '지방의료원은 국가사무가 아니라 지방사무'라는 이유로 국회의 진주의료원 국정조사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경남도당은 "경남도 예산이 일부라도 들어갔으니 경남도의 감사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홍준표 지사의 논리대로라면, 마찬가지로 막대한 국비가 지원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서도 국회의 국정조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럼에도 자신은 국정조사 증인 출석조차 거부했으면서, 교육청에 대해선 도의 감사를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기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진영은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남교육미래연대는 조만간 대책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경남교육미래연대 소속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지역별로 학부모 모임을 구성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무상급식 문제이기에 많은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과 홍준표 경남지사.
박종훈 경남도교육감과 홍준표 경남지사. ⓒ 윤성효

양산, 하동, 합천, 함양 '예산 지원 중단할 수도"

경남지역 무상급식 예산은 2010년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전 교육감의 합의에 따라 경남도(30%), 경남도교육청(30%), 18개 시․군청(40%)의 예산으로 부담해 왔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는 "내가 한 합의가 아니다"라며 무상급식 예산 지원 합의를 따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시·군청도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3일 나동연 양산시장과 윤상기 하동군수, 임창호 함양군에 이어 4일 하창환 합천군도 내년도 예산 편성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함양군은 "홍 지사가 교육청이 감사를 받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무상급식 보조금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함양군도 경남도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합천군은 "경남도에서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농촌지역 군단위 자치단체의 재정이 좋지 않아 도비 부담없이 예산을 편성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맹곤 김해시장, 무소속 송도근 사천시장과 오영호 의령군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15개 시장·군수들은 모두 홍 지사와 같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대부분 시장·군수들은 '감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홍 지사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당수 시장·군수들은 내년도 예산안에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경남도청·시군청 지원 중단하면 22만명 영향

경남도교육청은 2015년도에 756개교 28만5000명에 대해 무상급식을 진행 할 예정이었는데, 경남도와 시·군청이 예산지원 중단을 선언하고 있어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의 경우 식품비 1273억 원은 경남도청 318억 원, 교육청 478억 원, 시군청 477억 원으로 분담하고, 인건비·운영비 1067억 원은 전액 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다. 올해까지 무상급식 대상은 748개교의 저소득층자녀와 특수학교, 모든 초등학교, 읍면지역 중․고등학교와 단설유치원 등으로 약 28만6000여 명이다.

경남도교육청은 내년에 경남도와 시군청에서 식품비 804억 원 지원을 중단할 경우 22만 명은 무상급식 혜택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경남도청이 중단하고 시·군청 모두 지원할 경우 23만 5000명은 무상급식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교육청 예산만으로 할 경우 6만6000여명만 혜택을 볼 수 있다.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도가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감사를 통보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교육감 소속의 모든 기관과 공무원에 대한 감사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기에, 교육자치를 살려내고 학교급식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봉에 서겠다"며 감사 거부를 선언했다.

다른 광역·기초자치단체, 예산 분담해

다른 지역은 무상급식 예산을 교육청과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분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자치단체가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서 직접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겠다고 나선 곳은 경남도 이외에는 없다.

4일 경남도교육청이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 광역·기초자치단체들도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해 오고 있다. 초․중학교에 무상급식하고 있는 서울의 경우 교육청 50%, 서울시 30%, 구청 20%를 부담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청은 23%, 대구광역시청는 18.9%, 광주광역시청는 43.4%, 대전광역시청은 34.2%, 울산광역시청은 5.3%, 세종시청은 41.2%, 경기도 시군구청은 37.5%, 강원도청은 15%, 충북도청은 20%, 충남도청은 24%, 전북도청은 16.4%(시군청 20%), 전남도청은 25%(시군청 25%), 경북도청은 6%(시군청 29%), 제주도청은 50% 등을 분담하고 있다. 경남도청은 올해 25%를 분담했다.


#무상급식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