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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산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 12명이 지난 12일 오후 2시 30분경 안산 합동분향소에 도착해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묵념을 한 후 분향을 하고 있다. 방명록에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금산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 12명이 지난 12일 오후 2시 30분경 안산 합동분향소에 도착해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묵념을 한 후 분향을 하고 있다. 방명록에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 박호열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을 중단한 다음 날인 지난 12일 '특별한 손님'이 안산을 찾았다.

매서운 칼바람을 헤치고 금산 간디학교 중학과정 학생 10명(1학년 4명, 2학년 2명, 3학년 4명)과 교사 2명이 그들이다. 이들은 3박4일 일정으로 사회체험학습인 '빛길 발자취를 따라서'를 진행하면서 12일 오후 2시 30분께 안산 합동 분향소에 도착했다.

간디학교 일행은 곧바로 분향소로 들어가 방명록에 서명한 뒤 묵념했다. 방명록에는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금산 간디학교"라고 적었다. 이들은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과 위패를 30여 분에 걸쳐 찬찬히 짚어봤다. 몇몇 학생과 인솔 교사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속울음을 삼켰다.

특히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단원고에서 출발해 구명조끼를 입기까지 단원고 학생들이 휴대폰에 남긴 마지막 모습을 시간순으로 전시한 '하늘로 간 수학여행' 사진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또래 아이들 보면 내 새끼 보는 것 같아서..."

 금산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가 분향을 마친 후 유가족 대기실에서 단원고 엄마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단원고 엄마들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금산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가 분향을 마친 후 유가족 대기실에서 단원고 엄마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단원고 엄마들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박호열

분향소 옆 유가족 대기실로 옮긴 간디학교 일행은 '세월호 영상'을 시청한 후 과일과 음료수 등을 마련한 단원고 엄마들과 마주 앉았다.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으로 천막은 심하게 흔들렸고, 찬바람이 연신 스며들어 왔다. '동혁이 엄마' 김성실씨가 유가족을 대신해 세월호 참사 이후의 경과를 설명하며 인사를 대신했다.

"지난 10월 31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는데, 부모들은 진실을 밝히기보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해요. 특검도 결국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그런 특검이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을까요? 제대로 된 특별법이라면 서명을 중지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더 서명에 박차를 가하려고 해요."

이어진 자기 소개 시간. 단원고 어머니 10여 명과 간디학교 아이들, 인솔 교사들은 인사를 한 후 담소를 나눴다. 인사를 하는 중에도 간디학교 이은혜(사회), 이지연(상담) 선생님은 연신 충혈된 눈가를 닦았다. 단원고 엄마들은 간디학교 학생들을 위해 밤새 만든 노란 리본을 아이들의 가슴에 달아 주었다.

이지연 교사는 "학생들이 밤새 질문 준비했다"고 전했지만, 정작 아이들은 쑥스러워서인지, 분향 이후 충격 때문인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을 지긋이 바라보던 단원고 엄마들은 "내 새끼 보는 것 같다,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연이 엄마' 윤경희씨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하면 치유되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만나면 마음이 풀어지고 편해지니 간디학교에서도 간담회를 했으면 좋겠다. 시연이 또래 아이들을 만나면 너무 힘들어 며칠 동안 마음고생을 하지만 엄마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고 엄마'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일행은 경기도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미술관 로비에는 '잠들지 않는 꿈'이라는 제목으로 단원고 학생 5명(김시연·박예슬·박지윤·빈하용·이장환·임세희)이 생전에 남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형, 누나, 오빠, 언니들이 남긴 작품이라 그럴까. 아이들은 동그랗게 눈을 모으고 작품을 하나하나 살피며 즉석 '품평회'를 하기도 했다.

흔적 그대로 남은 단원고 2학년 교실

간디학교 일행이 단원고에 도착한 시간은 5시. 단원고 운동장은 텅 비어 있었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교실은 본관 3층에 1반부터 6반까지, 2층에 7반부터 10반이 있다. 일행이 올라간 2학년 복도는 세찬 바람에 창문이 거세게 흔들렸다.

2학년 10반 교실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의 동공이 활짝 열렸다. 웃고 떠들며 활기가 넘쳐야 할 교실이 환하게 불만 켜진 채 텅 비었기 때문이다. 단원고 2학년 교실은 24시간 내내 불을 켜놓는다. 부모들이 매일같이 청소해 책상 위에는 먼지 하나 없고 바닥도 깨끗하다. 10반과 붙어 있는 교무실에서는 선생님들 목소리와 전화 벨소리까지 들려오는데, 정작 주인 잃은 책상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원고 2학년 2반 34번 허다윤양 책상. 아직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허양은 실종된 상태로 진도 앞바다에 잠들어 있다.
단원고 2학년 2반 34번 허다윤양 책상. 아직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허양은 실종된 상태로 진도 앞바다에 잠들어 있다. ⓒ 박호열

친구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의 책상 위에는 흰색 국화와 과자, 음료수 등이 추모 메모지와 함께 가지런히 놓여 있다. 교실 정면의 시간표, 교탁의 좌석 배치표도 역시 그대로다. 칠판에는 '한솔아, 엄마, 아빠 다 왔어. 좋은 곳으로 가' '주희야, 경주야, 정솔아, 지혜야 사랑해' '살아서 돌아와 너무 보고 싶어' 등의 글귀로 가득 차 빈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모습은 2학년 10반만이 아니다. 1반부터 10반까지 복도는 물론 교실 앞·뒷문, 교탁, 유리창, 교실 벽까지 돌아오지 못한 친구, 선후배를 그리워하는 글과 실종자의 귀환을 기원하는 글이 형형색색의 종이 위에 적혀 있다. 교탁에는 선생님들이 평소 쓰시던 펜과 교육청 서류 메모함도 남아 있다. 달라진 건 국화가 놓여 있다는 것 뿐이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2학년 2반 34번 허다윤양의 책상에는 다윤이의 사진과 함께 하얀 국화꽃 한 다발, 에너지바, 빼빼로 과자가 놓여 있었다. 그 곁에는 친구가 쓴 노란색 메모지와 장문의 편지 글이 자리를 지켰다. 몸은 실종 상태지만 친구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짚으며 글을 통해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다윤이와 나누고 있었다. 그 옆에서 줄곧 눈물을 참고 있던 남학생이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쳐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기특한 아이들'

 416 세월호 기억저장소를 찾은 금산 간디학교 일행이 단원고 엄마들이 준비한 저녁을 함께 먹고 있다.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는 기억저장소에서 2박을 한다.
416 세월호 기억저장소를 찾은 금산 간디학교 일행이 단원고 엄마들이 준비한 저녁을 함께 먹고 있다.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는 기억저장소에서 2박을 한다. ⓒ 박호열

6시가 넘어 단원고를 나선 간디학교 일행은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삼두 상가의 기억저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안산에서 1박을 하기로 한 곳이다. 기억저장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수한 밥 냄새와 맛있는 반찬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아이들 얼굴에도 화색이 돌더니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먹고 돌아서도 금방 배가 고플 때인데, 이른 아침 팽목항에서 출발해 안산에서 강행군을 했으니 오죽할까 싶다.

아이들의 식욕을 무섭게 자극한 저녁 먹을거리는 단원고 엄마들이 손수 준비했다. 먼 곳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고, 그것도 어린 중학생들이 안산까지 찾아 준 것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엄마의 손으로 지은 따듯한 밥 한 끼를 차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따듯한 '엄마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 아이들은 방문 소감과 기억저장소의 역할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416 기억저장소 역할 제안'으로 안산에서의 첫날밤을 이어 갔다. 

밥을 먹기 전 1학년 강리안양에게 팽목항에서부터 기억저장소까지의 하루를 들었다.

 금산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 12명이 3박 4일 일정의 사회체험학습 ‘빛길 발자취를 따라서’ 첫날인 11일 진도에 도착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 등을 만난 후 이튿날 팽목항을 찾았다.
금산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 12명이 3박 4일 일정의 사회체험학습 ‘빛길 발자취를 따라서’ 첫날인 11일 진도에 도착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 등을 만난 후 이튿날 팽목항을 찾았다. ⓒ 간디학교

"진도에 갔을 때 반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팽목항에 가기 전까지 몰랐던 걸 알게 돼 무척 놀랐고요. 분향소에서는...(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언니, 오빠들 보니 너무 속상하고 가슴이 아팠어요. 미술관 전시를 보니까 재능이 많던데... 언니 오빠들이 너무 아까워요. 단원고에서는 2학년 전체가 없어 너무..."

아이들과 함께 3박 4일 일정에 동행한 선생님에게 이날 하루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이지연 선생님은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눈으로 말을 이어갔다.

"팽목항에서 안산으로 오면서 부모님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오가셨을까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5~6년 후면 성인이 되는데 부끄러운 어른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원고 어머니들이 자식 바라보 듯, 자기들을 본다는 걸 알고 아이들이 충분히 가슴으로 느꼈을 것 같아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감, 도움, 알림...

앞서 간디학교 아이들과 선생님은 지난 11일 오전 학교를 출발해 오후 3시께 진도체육관에 도착했다.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을 만난 후 팽목항으로 이동해 노란 리본을 달고, 구조 대원에게 생강차를 끓여 주는 등 봉사 활동을 했다.

13일에는 '엄마의 노란손수건' 엄마들이 차려준 밥상으로 아침을 먹은 후 기억 공동체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이어 아이들이 단원고 엄마, 아빠에게 직접 점심을 해 드리는 '부모님을 위한 삼계탕' 요리에 도전했다. 오후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농성장에서 3박을 한다. 오는 14일 오전 중에는 단식과 서명에 직접 참여하고 오후 12시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학생들이 3박4일 일정의 '세월호 여정'에 나선 이유는 무얼까. 아이들은 단원고 부모님과의 만남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현실을 가슴으로 느끼고 위로와 도움을 드리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며(공감), 작으나마 힘이 되어 드리고(도움),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에 보탬이 되는(알림) 것을 목표로 했다는 것이다. 3학년 김도윤 군은 준비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회문제를 알아보는 사회 참여팀이 있어요. 지난 9월 초에 세월호와 삼성 등 여러 문제를 다루면서 어디로 갈 것인지 친구들과 토론하다 10월에 세월호로 결정했어요. 세월호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결코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채택한 거예요. 그 뒤 일정을 짜고 세월호 관련 공부를 하면서 3박4일 일정의 '빛길 발자취를 따라서'에 나선 겁니다."


#금산 간디학교#빛길 발자취를 따라서#단원고 교실#416 기억저장소#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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