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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비세 인상에서 보다시피 세율을 잘못 올리면 안 그래도 회복세가 미약한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부분이 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참석해 법인세 인상에 대한 '불가'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국가의 경제 수장인 경제부총리가 '친박'의 정파 모임에 지나지 않는 포럼에서 이런 해명을 하는 모양새가 어쭙잖은 것은 그렇다손 치자. 그러나 일본의 소비세 인상까지 언급하며 법인세 인상 불가를 주장한 그의 설명에는 어떤 설득력도 찾아볼 수 없다. 아전인수와 궤변일 뿐이다.

일본 소비세 논란을 법인세 인상과 비교... 무식인가 왜곡인가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힌 최경환 경제 부총리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힌 최경환 경제 부총리 ⓒ 유성호

일본의 '소비세'는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 항목이다. 물가 폭등 등으로 서민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일본의 '소비세' 인상을, 기업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우리나라의 '법인세' 인상과 동일시해 설명한 것이다. 아전인수의 전형이다. 또 지난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의 부가가치세 인상 주장에 '좋은 이야기'라며 맞장구를 쳐온 경제 부총리가 일본의 소비세 인상만 꼬집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를 높이는 것은 안 된다. 법인세를 낮추는 게 세계적 추세다.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게 저의 소신이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소신'까지 언급하며 반대했다. 지난 2013년 9월 16일 여야 대표와 3자 회담에서 야당은 법인세율 인상 검토를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MB 정부 때 고소득층 감세는 없었으며, 법인세율 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런 기조는 박근혜 정부는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고스란히 유지돼 왔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법인세를 증세하면 기업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증세 논의에 말려들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과 경제 부총리, 여당 대표까지 적극 반대 의사를 천명한 법인세 인상. 반대 명분은 한결같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을 더 어렵게 만들어 경제 회생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으로 서민이 가장 큰 피해를 겪을 것이라는 주장은 이제는 용도 폐기된 낙수 효과(대기업과 부유층이 잘 살아야 모든 국민이 소득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에 기댄 억측에 불과하다. 오히려 낙수 효과를 빌미로 대기업과 부유층에 온갖 특혜를 쏟아 부은 것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경제 정책이었다. 조세 정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30대 대기업 법인세 감면 총액 4조여 원... 이명박 정권보다 많다

지난 이명박 정권 때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가 없었다는 박근혜 정권의 주장은 몇 가지 사실만 확인하더라도 금방 밝혀질 거짓이다. 먼저 2007년까지 법인세율을 보자. 이때는 과세표준 1억 이하 기업은 세율 13%, 1억 초과는 25%를 적용했다. 이를 2008년에는 과세표준 2억 이하는 세율 11%로, 과세표준 2억 초과에 대해서는 세율 25%와 누진 공제 2800만 원으로 조정했다. 2009년에는 과세표준 2억 초과 세율을 25%에서 22%로 2012년에 다시 20%로 낮췄다. 2007년에 비해 과세표준 2억 이하는 세율이 3%(13%→10%), 2억 초과(200억 미만)는 세율이 5%(25%→20%)씩 낮아졌다.

이마저도 과세의 기준일 뿐 실제 낸 세금은 이보다 훨씬 낮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0월 17일 내놓은 국감 보도자료를 보면 그 실태가 잘 드러난다. 30대 대기업이 2013년 낸 실효세율은 15.0%(잠정치)에 불과해 기준 세율 22%는 물론 최저한 세율(기업들이 각종 비과세, 감면, 공제 등을 통해 세금이 깎이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 17%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30대 대기업의 법인세 공제 감면 총액도 4조 3100억으로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2년 3조 565억 감면액과 비교하더라도 1조 원 이상 늘어났다.

 30대 대기업의 법인세 공제감면 총액은 2013년 4조 3100억 원(잠정)이었다. 이는 전체 법인세 공제 감면액의 46.2%에 달하는 것이다.
30대 대기업의 법인세 공제감면 총액은 2013년 4조 3100억 원(잠정)이었다. 이는 전체 법인세 공제 감면액의 46.2%에 달하는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실

특히 최상위 10대 대기업은 법인세 감면액이 2013년 평균 3191억 원으로, 그 총액이 42만 1040개 중소기업의 감면 총액보다도 1조 이상 많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법인세 인하와 각종 공제 혜택으로 경제를 살리고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오히려 국가 경제와 국민 소득을 볼모로, 대기업에게 법에서 정한 최저한 세율마저 무시하며 해마다 수천억의 세금을 감면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명박 정권은 몇 번의 법인세 조정을 통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과세 표준을 높여 왔다. 뒤이은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에게 각종 공제 혜택을 부여해 수천억 원의 세금을 줄여줬다. 이런 혜택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게 집중됐고, 수혜자는 국민이나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 일가와 대주주였다. 법인세 인하가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여당 대표가 한사코 반대하는 법인세 인상 반대도 대기업과 부자들의 곳간 지키기일 뿐, 국가 경제나 국민의 소득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법인세율을 조정해야 할 이유다.

이명박 정권 이전으로 법인세율을 환원하고, 대기업에게만 집중된 각종 공제 혜택을 바로 잡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 절박하다. '세수 부족→ 복지 정책 축소→ 각종 간접세 인상'의 악순환. 가장 큰 원인도, 해결책도 법인세율의 정상화에 있다. 2014년 무상급식 총액은 2조 6239억 원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자면 10대 대기업의 법인세 감면액만으로도 무상급식의 유지는 물론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인상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자는 것이며, 무차별적 세금 감면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대통령 말처럼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경제에 찬물? 서민 경제는 이미 꽁꽁 얼어 붙었다.
경제에 찬물? 서민 경제는 이미 꽁꽁 얼어 붙었다. ⓒ 픽사베이

야당의 법인세 정상화 주장에 여당은 물론 경제 단체, 보수 언론과 경제지가 총동원되어 융단 폭격을 퍼붓는 모양새다.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대세이며, 다른 나라와 경쟁하려면 낮은 세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미국 39.1%, 일본 37%, 프랑스 34.4%, 독일 30.2%등의 선진국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OECD 30개 국가 중 20위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또 1995년 이전에는 우리나라도 법인 세율이 30%(과세표준 1억 초과)를 넘었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는다. IMF 외환위기 직전만 해도 법인세율은 28%(과세표준 1억 초과)였다.

법인세 인상하면 경제에 찬물? 서민은 날마다 살얼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법인세 정상화 주장에 대해 "안 그래도 회복세가 미약한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1천조 가계 부채와 축소를 거듭하는 복지 제도, 점점 더 힘을 잃어가는 사회 안전망. 서민 경제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고, 온기가 닿지 않는 윗목이다. 경제를 위해,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기업 성장이라는 군불을 더 때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 하지만 모르는 것이 있다. 군불을 아무리 때도 아랫목만 뜨거울 뿐, 윗목은 따뜻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불을 더 지필 계획보다는 꽉 막힌 구들장을 손봐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활고를 못 이긴 삶들이 연이어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울산에서 생활고를 비관하며 목숨을 끊은 부부의 소식이 있었다. 이틀 뒤인 22일 쪽방촌에 살던 50대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번개탄을 피워 죽었다.

돈이 없어 무상급식과 무상 보육이 힘들다는 여야의 예산 줄다리기 아래서, 담배세·자동차세 등 각종 간접세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와 여당의 여론몰이 아래서, 법인세 인상만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경제 수장과 여당 대표의 하품과 같은 경제 살리기 넋두리가 이어진 날에도, 누군가는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고 연탄에 불을 붙인다. 이를 누가 오롯이 '자살'이라고 할 것인가?


#법인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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