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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페이지 갤러리' 근방 상왕십리로에 걸린 안창홍개인전 거리포스터
'더페이지 갤러리' 근방 상왕십리로에 걸린 안창홍개인전 거리포스터 ⓒ 김형순

'안창홍의 뜰'이라는 제목으로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지하2층에 있는 '더페이지갤러리'에서 20여 점의 신작을 오늘 12월 28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꼬박 1년간 아침 7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작업을 했고 중간에 과로로 한 달 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8병이나 맞기도 했단다.

한국화단의 이단아라는 별명이 붙은 안창홍(1953-) 작가는 오랫동안 시대의 금기를 깨는 누드화, 도발적 인물화로 사회부조리를 꼬집으며 사회의 그늘을 그려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꽃 풍경화로 모두들 의아해한다.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꽃도 아니고 처절해 보이는 맨드라미를 그렸다니, 왜 하필이면 맨드라미인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자연에 '철' 들 때가 되었다

 양평 개인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안창홍 작가
양평 개인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안창홍 작가 ⓒ 안창홍

안창홍 작가는 이에 대해 기존형식의 변화내지 작업의 확장이라고 설명한다. 문명에서 자연으로 주제가 바뀐 건 이상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작가의 고향인 경남 밀양은 풍경 좋고 산수 빼어난 곳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을 동경했고 언젠가는 풍경화를 그릴 거로 생각했단다. 작가는 이걸 자연에 '철'이 들었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가 자연친화적이 된 것은 양평작업실에 들어간 지 25년이 지났고 또 3년 전부터는 작업실 앞뜰에 사르비아 등 온갖 꽃을 다 심고 자연의 생태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거기서 벌어지는 생명을 피우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치는 몸짓을 봤단다.

서양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켜 보지만 동양은 자연 속에 인간이 포함시켜 보기에 자연을 그린다고해도 꼭 자연만이 아니라 인간이 다 담겨있다고 여겨왔다. 이제는 그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동양적 미학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 같다.

성장기 제도교육 거부, 독립성 추구

 더페이지 갤러리 초대전 전시장 작품 앞에서 선 안창홍 작가
더페이지 갤러리 초대전 전시장 작품 앞에서 선 안창홍 작가 ⓒ 김형순

그가 밀양에서 부산을 거쳐 서울로 그리고 양평으로 정착하기까지 과정을 험난했다. 중3때 이미 집을 나와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살아보려 했다가 부산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이마저 그만두려하는데 미술선생의 격려로 학교는 졸업했단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12월에 팔 성탄카드를 1년간 꾸준히 만들어 연말에 내놓으면 대박이 나 큰돈을 벌었다. 또 부산에서 미술학원 냈고 미대합격률이 높아지자 소문이 나 학생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리자 돈도 좋지만 도무지 작업을 할 수 없자 이를 포기하고 서울로 상경 9개월 만에 전업 작가가 되려고 양평에 터를 잡는다.

미술대학공부를 거부한 그는 독학으로 그만의 화풍을 개척했고 한국에서 별로 안 알려졌지만 엉뚱하게 1989년 프랑스 칸 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면서 명성을 얻었고, 최근 2009년 '이인성미술상', 2013년 '이중섭미술상' 등도 수상했다.

한국미술계에 이단아로 불리기도 하는 정말 한국미술계 독립투사처럼 살았다고 하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40여년 한국미술계 중심에 선 작가로 자부한다.

시대의 아픔을 맨드라미에 담다

 안창홍 I '뜰(At the garden)' 연작 캔버스에 유화 97×194cm 2014
안창홍 I '뜰(At the garden)' 연작 캔버스에 유화 97×194cm 2014 ⓒ 안창홍

이런 도전적 삶을 살아온 그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남다르다. 역시 사회의 통증을 심하게 앓으며 제도에서 벗어난 열외의 사람들, 음지와 그늘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런 관점을 꽃을 그릴 때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꽃이 아니라 징그럽기까지 한 맨드라미를 그린 것이다.

그는 시대의 정신을 담지 않는 그림은 예술로 보지 않기에 시대를 읽어내는 안목을 매우 중시한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우리나라 사회전반에 대해 문제에 관심이 높고 그런 시대의 아픔을 항변하는 주제가 많다.

그런데 2014년 올해는 특히 세월호 침몰사고는 물론 인도네시아 비행기가 총격으로 러시아에서 추락하거나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학살 등 무고한 사람의 생명이 무차별 사라지는 걸 보면서 이렇게 불안한 사회에서 뭔가 흔들리지 않는 걸 보여주고 싶어 더 열심히 그림을 그렸단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은 '시대의 풍경화'다.

그럴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게 맨드라미다. 꽃이면서 꽃이 아니고 꽃이 질 때는 더 더욱 처참하단다. 게다가 그 색도 살인적 핑크빛, 좌우대칭도 균형미도 없다. 작가는 이 꽃이 식물이면서 정육점에서 살점을 도린 것 같은 동물적 육감이 느껴진단다.

모든 것엔 음지와 양지가 있다

 안창홍 I '뜰(At the garden)' 연작 캔버스에 유화 57×73cm 2014. 검은 비는 세월호의 참사를 은유한다
안창홍 I '뜰(At the garden)' 연작 캔버스에 유화 57×73cm 2014. 검은 비는 세월호의 참사를 은유한다 ⓒ 안창홍

모든 것에는 빛과 그늘이 있고 삶에도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그는 언제나 사람과 사물을 볼 때 양면을 같이 바라본다. 이번에 꽃 그림에서도 삶에 희로애락이 있듯 꽃에도 영고성쇠(榮枯盛衰)가 있다는 것을 내다 본 것이다.

태평성대가 왔다가 다 행복한 것은 아니고 어딘 가 그늘은 드리워진 사람이 있고 빌딩이 높아지고 고급스러워질수록 그만큼의 그늘과 응달과 어두운 면이 생긴다는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비관주의는 아니다. 오히려 음지가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런 가운데 희망을 잃지 않는 낙관주의를 품는다고 설명한다.

"아름다움의 본질은 예쁘지 않다"

 안창홍 I '뜰(At the garden)' 연작 캔버스에 유화 65×92cm 2014
안창홍 I '뜰(At the garden)' 연작 캔버스에 유화 65×92cm 2014 ⓒ 안창홍

그의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아름다움(beautiful)의 본질은 예쁘지(pretty) 않고 진정한 아름다움은 표피적이지 않다"고 말이다. 그건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으며 주관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가 한 "아름다운 건 (예쁜 게 아니라) 엽기적이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에게 진정한 예술은 오히려 고통스럽고 우울해도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이다. 대상은 그릴 때도 바로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고 대상을 관찰하고 머릿속에서 오래 두었다가 발효시킨 후 자신의 스타일로 바꿔 주관적으로 표현한단다. 다시 말해 그에게 그림이란 대상의 관찰을 통해 거울을 보듯 자신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방식인 셈이다.

허무적 '바니타스' 미학 거부

 안창홍 I '뜰(At the garden)' 3부작(하단 겨울) 캔버스에 유화 136×346cm 2014
안창홍 I '뜰(At the garden)' 3부작(하단 겨울) 캔버스에 유화 136×346cm 2014 ⓒ 안창홍

위에서 보듯 안 작가는 맨드라미 활짝 피었을 때만 그리는 것이 처연하게 질 때가 그린다. 오히려 망가져가는 맨드라미를 더 아름답게 그린다. 그는 이렇게 꽃이 필 때 화려함보다 꽃이 시들 때의 참혹함에서 더 높은 미적 가치를 둔다.

이것은 17세기 네덜란드화풍에서 보는 사라지는 소멸을 허무함으로 표현하는 '바니타스' 미학을 거부하는 것으로 인간도 죽을 때 가장 아름답고 영광스러워야한다는 함축된 의미도 담겨 있다. 지금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G. Morandi 1890-1964)'와 같은 생각이다.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면 그림 속에 점이 많은데 그게 무슨 뜻이 어느 기자의 물음에 그것은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간의 소멸을 극복하고 시간을 영원히 잡아두자는 뜻이고, 검은 점으로 그린 비는 이번 세월호 사건을 처참함을 상징적으로 그린 것이란다. 그는 이렇게 공간예술에 시간과 사건을 더해 시공간을 넘어서려 한다.

덧붙이는 글 | <페이지갤러리(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85번지)> 교통편 [지하철] 2호선 뚝섬역 8번출구(도보 800미터), 분당선 서울숲옆 4번출구(도보 400미터) 홈페이지 www.thepage-gallery.com 관람 무료 관람시간 6시까지



#안창홍#뜰 연작#맨드라미#바니타스미학#조르조 모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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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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