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또 울려고 그러네, 내가 안아줄게…."소년은 눈시울이 달아오른 엄마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아들의 말에 엄마는 입을 꾹 다물고 울음을 삼켰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슬픔을 억누르고 이 자리에서 섰다"고 알렸지만, 고인과 영원히 이별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27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56일째 되는 날, 일반인 희생자 26명의 합동영결식이 열렸다.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는 마지막까지 승객을 구출하다 사망한 승무원 고 박지영(22)씨를 포함한 일반인 희생자 26명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안치됐다. 열한 살 고 조지훈군은 엄마 아빠의 영정사진 사이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의 영정사진 앞에는 과자와 초콜렛이 잔뜩 놓였다. 스스로 '미안한 어른'이라고 밝힌 이가 "하늘나라에서 데리고 놀라"며 두고 간 하늘색 강아지 인형도 있었다.
이날 영결식은 '세월호 사고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아래 일반인대책위)가 주관하고 행정자치부가 지원했다. 정명교 일반인대책위 대변인은 추도사에서 "유가족들은 지금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이 슬픔을 그대로 안고 갈 수 만은 없다"라며 먼저 영결식을 치르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국민에게 "비통함에서 벗어나 일상에 매진하여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차분했던 유가족들... 영정에 헌화하며 통곡영결식에 참석한 가족들도 대부분 차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 유가족 좌석에 앉아 '상주 완장'을 찰 때까지 만이었다.
오전 11시 국민의례가 끝나고 희생자의 명복을 기원하는 묵념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하나둘 훌쩍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무너진 건 차례로 나와 헌화를 할 때였다. 일부 가족은 영정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고 자리로 돌아오는 내내 오열했다. 팝페라 그룹 '에클레시아'가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고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라는 가사와 함께 영정사진이 스크린에 뜨자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날 영결식은 유가족이 영정 사진과 위패를 들고 인천가족공원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유임된 정홍원 국무총리와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던 유정복 현 인천시장,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등이 길목에 서서 떠나는 고인을 향해 일일이 목례를 했다. 하지만 위패와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영결식장을 빠져나가는 유가족 중 그들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첫 가족 여행을 떠났다 일곱 살 조요셉군만 남기고 떠난 고 지혜진(44)씨와 고 조충환(44)씨, 고 조지훈(11)군의 영정도 지씨의 형제들의 품에 안겨 차례로 떠났다. "겨우 일상에 적응해서 살고 있다"는 요셉군과 그의 외할머니는 형제들의 만류로 이날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훈군의 영정사진을 들었던 외삼촌 지성진(47)씨는 고인의 영정과 위패를 안치한 뒤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이에게 미안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동시에 그는 "홀가분하다"고도 말했다. 국민여론이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합동분향소를 유지하며 감당해야 했던 비난 여론 때문이다.
지씨는 "우리가 너무 오래 끌어 국민 모두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건 내년에 출범하는 진상규명위원회 위원들이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 200여 명과 정부 관계자와 여야 정치인, 시민 등 총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반인 희생자 가족 중 일부는 앞선 26일 '저희는 진상규명 없는 영결식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세월호 참사가 누구 잘못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여전히 실종자도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