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을 알고 있다. 해고자와 그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어투는 분명했다. 그는 앞서 "이번 기회에 (해고자 복직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어느 정도 답변을 고민해 온 듯했다. 표정도 사뭇 진지했다. 13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연 기자간담회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바로 직전 쌍용차의 새로운 소형 스포츠 다목적 자동차(SUV) 앞에서 훤하게 웃던 모습과는 달랐다.
특히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와 굴뚝 농성중인 노동자들과의 면담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가며 설명했다. 그의 답변은 마힌드라 그룹의 기업문화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지역공동체와 신뢰를 통해 공존해가는 것이 그들의 문화라는 것이다. 그는 "어려움 속에 있는 이웃을 보면 우리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대립의 문화를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믿는 것은 소통, 신뢰, 투명성 그리고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갈등을 의식한 듯 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안도 내놨다.
쌍용차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부와 이익을 나누는 미덕의 문화도
두가지였다. 하나는 현재의 쌍용차 경영진에 대한 신뢰였다. 옛 쌍용차 법정관리시절부터 맡아온 이유일 사장을 존중하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9년 한국사회에서 쌍용차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았다"면서 "생존의 기회를 얻었고, 4800명이 기회를 잡고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마힌드라 그룹 회장으로서 쌍용차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꼽는다고 했다. 그는 4800명의 직원과 10만 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딜러 등을 언급해 가며 "이들의 일자리를 보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들은 회사의 부와 이익을 나누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그는 굴뚝농성 노동자를 포함한 해고 노동자를 따로 만날 계획이 없다. 그러곤 이들 해고자 복직을 결정할 경우를 가정해서 말을 이었다. 마힌드라 회장은 "외부의 압력을 받아 짧은 고민 끝에 (해고자 복직) 결정을 내리게 되면 4800명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153명의 해고자 복직 결정이 어떻게 현재 직원들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는지, 그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대신 그는 쌍용차와 노동자들에게 주문을 내놓았다. "아직 쌍용차 앞에는 많은 도전과제가 있다", "티볼리와 같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등.
마힌드라 회장의 2% 부족한(?) 현실 인식
그는 부와 이익을 나누는 미덕이 회사의 문화라고 하면서 "부를 창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회사의 부를 창출하고, 이익을 나누는 것은 굳이 '미덕'이 아니다. 회사의 부가 창출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헌신이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물론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해고자 복직도 그렇다. 그는 마힌드라 그룹 회장이다. 그 스스로 밝혔듯이 쌍용차는 마힌드라 안에서도 중요한 회사다. 쌍용차의 기술 공유 뿐 아니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마힌드라의 위상을 높여줄 회사가 쌍용차다. 이런 쌍용차가 경쟁력을 더 갖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수다. 이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외부의 압력'이나 '짧은 고민'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해고자 복직 결정은 '무책임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짧게 생각해서 판단하라고 한 적이 없다. 그의 뜻대로 티볼리가 잘 팔리고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면, 고용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더 많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다. 굳이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이라는 조건까지도 필요없다.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갈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 그는 좀더 전향적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내일(14일) 평택으로 내려가면 공장 라인을 둘러보고, 굴뚝도 찾아가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았다. 그랬다면, 그가 강조한 '미덕'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물론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