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돼지 뼈는 씹어도, 소뼈는 으깨 삼키지 못한다." K씨는 최근 주말에 풍산개를 키우는 시골집에 갔다가 노모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실제로 그가 서울에서 싸간, 먹다 남은 소뼈를 풍산개는 부러뜨리지 못하고 그저 물어뜯고 핥으며 갖고 놀 뿐이었다.
소뼈와 달리, 살점을 발라 먹고 남은 돼지 갈비 뼈를 개에게 던져주면 '미쳐 날뛰듯' 좋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개는 소뼈보다 돼지 뼈를 더 좋아할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소 뼈보다 돼지 뼈 좋아하는 개, 왜 그럴까개들은 뼈를 갖고 노는 그 자체로 '정신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또 뼈가 부러지지 않는다 해도 뼈를 깨물고 노는 과정은 치아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양치질 혹은 스케일링과 엇비슷한 효과를 내는 탓이다.
헌데 왜 개는 돼지 뼈를 부러뜨릴 수 있는 반면, 소뼈는 그러하지 못할까? 답은 간명하다. 소뼈가 돼지 뼈보다 월등 단단하기 때문이다. 벨기에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소뼈는 돼지 뼈에 비해 2배 이상 단단할 정도로 골절 스트레스에 강하다.
인간을 포함해 동물들의 뼈는 단순히 생김새에만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해부학적인 구성형태는 엇비슷할 망정, 강도만 해도 차이가 상당하다. 같은 종, 예를 들면 똑같은 사람이라도 뼈의 밀도는 꽤 다르다. 뼈가 강한 사람이 있고 약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뼈로 사람을 수식하는 말 가운데, '강골', '약골' 등의 표현이 있다. 약골은 흔히 신체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예가 많다. 우스갯소리로 '국민 약골'이니 하는 수식이 그런 경우다. 반면 강골은 신체보다는 의지나 기질이 꿋꿋한 사람을 이를 때 흔히 사용된다.
흑인-백인-황인 순으로 골밀도 높아하지만 강골 또한 육체적 특질 가운데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강골의 기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 골밀도는 인종마다 다른 경향이 있다. 개인 차가 있기는 하지만 흑인이 가장 높고, 다음이 백인, 그 다음이 황인종이다.
미국 프로스포츠는 인구비례로 치면, 흑인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인종 간 골밀도 차이에 대한 연구는 흑인들이 스포츠 계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규명하려 한 차원에서 이뤄진 예가 적지 않다.
동물학적으로 단단한 뼈는 활동성이 강한 동물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포식자든 피식자든 마찬가지다. 늑대나 양 등의 뼈는 사람들보다 골밀도가 높고, 골절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이 10배 이상이다.
신체 활동에 결정적으로 생존을 의지해야 했던 원시인들도 마찬가지로 현대인들보다 뼈가 훨씬 단단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골밀도는 침팬지의 50~75%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업이 도입되기 이전인 1만2000년 전 이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은 침팬지와 엇비슷하거나 더 높은 골밀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렵 채취를 주로 하다가 농업에 의존하는 등 정주적인 생활 양상이 자리 잡으며 현대인 뼈가 현저하게 약해진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현대인의 손가락과 어깨 등 상체 뼈의 골밀도는 인류 조상의 골밀도에 비해 20% 남짓 낮아진 반면 고관절이나 다리 뼈 등 하체 골밀도는 50% 안팎이나 떨어졌다. 인류의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인류 모두가 '약골'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