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원수냐. 창원시가 기릴 만한 인물이 그렇게 없나. 친일문인을 또 기려서 문학탐방로를 만든단 말이냐."
9일 오후 창원시청 브리핑룸을 찾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열린사회희망연대, 경남진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친일작가 이원수기념사업저지 창원시민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최근 창원시는 '문학탐방 코스 조성' 계획을 세웠다. 그 가운데 친일행적이 뚜렷한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가 들어 있다. 창원시는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 시인 김달진과 함께 이원수를 끼워넣었다.
창원시는 대학교수와 여행작가, 관광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올 상반기 안으로 문학탐방코스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창원시는 이원수가 지은 동시 "고향의 봄"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원수 문학탐방로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창원시는 2011년 이원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계획했다가 말썽을 빚었고, 논란 끝에 창원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은 단체가 돈을 반납하기도 했다.
이원수의 친일행적은 뚜렷하다. 그는 조선금융연합조직회 기관지인 <반도의 빛>에 1942~1943년 사이 "… 우리도 자라서 어서 자라서 굳센 일본병정 되겠습니다"는 내용의 "지원병을 보내며" 등을 남겼다. 이원수는 2008년에 나온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헌법정신 짓밟는 짓을 해서는 안된다"백남해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대표와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고문, 이순일 교사(태봉고) 등이 참여한 '친일작가 이원수기념사업저지 창원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창원시는 친일작가 이원수 문학탐방로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2011년 기념사업 논란과 관련해, 이들은 "당시 박완수 시장은 '이원수를 도시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고 슬그머니 철회했었다"며 "그런데 이번 창원시의 문학탐방로 계획은 4년 전 박완수 시장이 공언했던 '이원수 도시브랜드'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라는 사실에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창원시민대책위는 "'지원병을 보내며'와 '낙하산' 등의 동요는 그 대상이 어린이들이기에 민족반역의 죄질이 더 나쁘다, 그리고 그는 해방 이후 한번도 친일을 반성한 일이 없었고, 생전에 자신의 친일작품을 끝까지 숨기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정도는 창원시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도시브랜드사업'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관광이니 문학탐방이니 하면서 시민들의 시선과 관심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려고 열심히 포장했지만 오히려 이게 더 큰 화근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원시민대책위는 "적어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는 친일인사와 친독재 인물들을 기리고 지원하는 따위의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이건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짓이며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친일작가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국민혈세를 지원한다는 것은 국민정서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창원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법통과 헌법정신을 짓밟는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