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스윙댄스는 낯선 분야다. 스윙댄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직장인 A씨의 이야기를 통해 스윙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본다.... 기자말직장인 A씨는 입사 3년차 대리다. 밑으로는 챙겨야 할 신입이 2명에다 위로는 과장님 3명을 모시고 있다. 그러니 항상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일은 그녀의 몫이다. 신입 때야 실수를 해도 넘어갈 수 있다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도끼눈을 부릅뜨는 과장님 앞에서 그녀는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러다보니 못 마시던 술이 늘었고 휴일을 목전에 둔 금요일 저녁에는 치맥(치킨과 맥주)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는 때를 제외하면 주말에는 편한 옷에 수면양말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못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몰아본다. 제일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부터 케이블 드라마까지. 밖에 나가는 때는 어머니의 성화에 음식물쓰레기를 내놓으러 나가는 순간뿐.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야 할 텐데 오히려 마음도 몸도 찌뿌둥할 뿐이다. 이제 그녀의 삶은 회사와 집 그 어딘가에만 존재한다.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가끔은 소식이 끊긴 친구들의 SNS를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A만큼 재미없게 사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뭐라도 해야겠어.'그녀는 큰마음을 먹고 집 근처 댄스학원에 등록을 했다. 하지만 야근 혹은 회식이 생겨 빠지기 일쑤인 데다가 같이 듣는 수강생들은 모두 20대 초반의 대학생들뿐. 수업을 듣고 나면 모두들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결국 남는 건 허무함뿐이었다. 그녀는 생활의 활력소를 원했고 사람들을 만나길 원했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 나에게는 치맥 밖에는 없다."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우연히 스윙댄스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당신을 멋진 댄서로 만들어드립니다. 춤과 함께 삶의 활력소를 찾으세요.'그렇게 그녀는 뭐에 홀린 듯 신청서를 작성하고 동호회비를 입금했다. 그리고 정확히 두 달 후 같이 수업을 들은 수강생들과 졸업공연을 하고 무대 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강습이 있는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진다는 그녀는 더 이상 쳇바퀴를 맴도는 무기력한 직장인이 아니다. 이제 어딜 가든 스윙댄스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친구들에게도 빨리 알려주고 싶어요."스윙댄스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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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너럴 타임(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는 시간)에는 그 날 배운 패턴을 연습할 수도 자유롭게 춤을 출 수도 있다. |
ⓒ 최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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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댄스는 1920년대 재즈음악에 맞춰 흑인들이 추던 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 대도시에는 스윙바(스윙댄스를 출 수 있는 공간)가 존재한다. 스윙댄스는 기본적으로 남녀 두 사람이 파트너가 되어 추는 소셜댄스로 기본적인 패턴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응용하여 추는 춤이다. 동호회 가입을 통해 스윙댄스를 접하는 게 일반적이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각종 동호회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주로 기수제로 운영되는 것이 대다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지터벅 강습을 거쳐 린디합 초급과 린디합 초중급을 거치면 정규강습이 끝이 난다(이 외에 특별강습이 진행되어 더 듣거나 재수강도 가능하다). 정규강습의 마무리를 위해 그동안 배웠던 패턴을 이용하여 안무를 짠 후 졸업공연에 참가하게 된다. 열심히 한다면 초보에게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스윙댄스가 왜 특별한 건데?우선, 다른 동호회와는 다르게 강제성이 따른다. 매주 배우는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한 주를 결석하게 되면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음 번 강습 내용을 쫓아가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한 번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빠지지 않고 출석하게 된다.
둘째, 동기들이 생기게 되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스윙댄스는 기수제(보통 2개월에 한 번씩 모집한다)로 운영이 되고 이 수강생들과 함께 마지막에는 졸업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주 보게 되니 금방 친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강좌도 함께 듣게 되니 쉬지 않는다면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셋째, 평소와 180도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 스윙댄스를 추기위해 특별한 복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춤을 췄을 때 동작을 돋보이게 할 수 있게 나름대로 의상과 신발에 신경을 쓰게 된다. 게다가 평소에는 입을 일이 없던 의상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당신도 스윙을 추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주일에 단 한 번의 시간을 투자하여 뭔가를 배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뭐든 낯설고 서툴다. 그래도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면 특별한 나를 꿈꾼다면 스윙댄스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함께 추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