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정당 해산과 새누리당 소속 안덕수 전 국회의원 회계책임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지는 4.29 재보선이 야권 분열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에 불리한 형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4·29 재보선 지역은 광주 서구<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서울 관악<을>, 인천 서구강화<을> 등 4곳이다.
새정치연합의 전통적 텃밭인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에 천정배 전 장관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출마하면서, 새정치연합이 흔들리고 있다. 성남시 중원구도 3자 구도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부에선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구강화<을> 야권 분열에 인지도 높은 전 인천시장 출마이를 반영한 듯 3일 주요 일간지는 주요 후보의 정책과 인물 대결보다 새정치연합의 내부 역학 관계를 주목해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야권의 참패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날 <한겨레>는 '새정치가 4·29 재보선 전패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중앙일보>도 '정동영·천정배 호남 표 잠식... 새정치민주연합 기반이 흔들린다', <한국일보> '재보선 표심잡기 숨 가쁜 文, 숨 고르는 朴에 애간장' 등으로 보도했다.
4.29 재보선 선거구 중 유일한 재선거 지역인 인천 서구강화<을>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다.
야권에선 이 지역을 '수도권 TK' 또는 '야권의 무덤', '동토의 땅'으로 부른다. 최근 몇 번의 총선에서 야당은 30% 이상의 지지율을 얻지 못했다. 현 새누리당은 1996년 15대 총선 이후 4선을 했고, 19대에도 의원직을 상실한 안덕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다.
여기에, 8년 동안 인천 시정을 이끌어 인지도가 높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했다. 정의당에서 박종현 후보가 출마해 신동근 새정치연합 후보의 표를 잠식할 공산이 커졌다. 재보선 특성상 낮은 투표율도 야권에 불리한데, 보수성향이 강한 강화는 투표율도 높다.
정의당 박종현 후보 새누리당에 호재일까? 악재일까?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외형적으론 신동근 후보가 불리한 국면이다. 서구강화<을> 재보선 지역은 강화군 유권자 5만8494명, 서구 검단 10만9961명이다. 투표 참여율이 높고 고령 인구가 많은 강화군의 특성을 감안하면, 강화 유권자의 높은 투표율은 신 후보에게 불리해 보인다.
강화는 인천과 연결하는 다리가 2개가 놓여 있어 서울로 출퇴근 하는 층도 꽤 있다. 그래도 강화도(島)는 역시 섬이다. 섬 지역 특성을 그대로 간직해 섬 출신이 아니면 좀처럼 정을 주지 않는다. 강화에선 '강화 출신이거나, 집권여당 출신'이어야 당선된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몇 십 년 동안 진행된 선거에서 '설'은 '정설'이 됐다.
문제는 유력 후보 모두 강화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동근 후보가 선거구에서 25년째 살며 주민과 동고동락하고 4번째 출마라 '동정론'도 상당하지만, 강화 유권자는 신 후보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고 있다.
정의당 박종현 후보는 강화에서 태어난 청소년 시절까지 지냈고, 대학 진학 후 지금까지 인천에서 살면서도 월 2~3회 강화를 찾아 홀어머니의 포도 농사를 돕고 있다. 친인척, 선후배들이 꽤 있다. 일부에선 야권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박 후보가 강화에서 얻어갈 상당수 표는 새누리당 지지표일 가능성도 높다.
박종현 후보는 <시사인천>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강화에선 최소한 20% 내외의 성적을 기대한다"면서, "두 후보 모두 강화와 정서적으로 유대관계가 없다. 강화를 제대로 알고 강화가 키운 젊은 일꾼을 군민들은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현직 강화군수의 '물고물리'는 관계여기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강화 전·현직 군수들의 '물고물리'는 관계가 야당에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새누리당 내 '물고물리'는 정치적 역학 관계는 꽤 오랫동안 형성됐다.
이경재 전 의원이 현역으로 활동 할 당시 안덕수 전 의원은 강화 군수였다. 그는 2번 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다. 그 저력은 강화 출신이라 가능했다. 이 전 의원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입당과 탈당이 반복됐다.
2010년 강화군수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한나라당 유천호 후보를 이겼다. 유 후보는 이 전 의원이 적극적으로 밀었다. 2년 뒤 2012년 19대 총선에 안덕수 당시 군수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치러진 보궐 선거에선 유 전군수가 당선됐다.
문제는 안 전 의원과 유 전 군수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강화 새누리당 조직은 안 전 의원과 유 전 군수가 '반반' 관리한다고 할 정도다. 여기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이상복 현 군수가 출마해 당선되면서, 유 전 군수와 안 전 의원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작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당내 경선 직전에 강화군에선 돈 봉투를 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 전 군수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가 당내 경선 직전에 돈 봉투를 뿌렸고, 새누리당은 여러 논란 끝에 강화군수를 무공천했다. 여당 지지세가 강한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유천호, 이상복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강화군에서 시의원과 현역 군수를 역임한 유 전 군수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안 전 의원이 이씨를 간접 지원했다. 조직력 등에서 열세였지만, 이상복 현 군수가 당선됐다. 당시 지역 정가에선 새누리당의 무공천으로, 이번 선거가 안 의원과 유 군수 간 대리전으로 치러지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새누리당 재선거 초래한 장본인 기용 '악수' 해프닝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자, 유 전 군수는 안상수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 3월 31일 안 후보 강화 선거 캠프를 방문했을 때도, 유 전 군수는 안 후보가 현직 시장 시절 함께 시의원으로 활동했던 동료 의원들과 캠프를 지키고 있었다. 안 후보가 강화 정당 사무실로 얻은 사무실도 유 전 군수가 얻어줬다고 전해진다. 강화에 특별한 조직이 없는 안 후보의 입장에선 유 전 군수의 조직력이 큰 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전 의원이 안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안 전 의원은 회계책임자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만큼,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이미 밝혔다.
강화지역 유력 한 인사는 "안 전 의원과 유 전 군수는 절대로 화해를 할 수 없다. 안상수 후보가 유 전 군수의 손을 잡으면, 안 전 의원과 현 이상복 군수와는 관계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면서, "안덕수 전 의원, 유천호 전 군수, 이상복 현 군수의 복잡한 관계가 강화의 최대 변수"라고 귀띔해줬다.
강화엔 '유 전 군수가 이번 선거를 도우면 다음 지방선거 때 공천해주기로 약속했다'는 풍문이 꽤 있었다.
이에 대해, 안상수 후보는 <시사인천>과 인터뷰에서 "다음 지방선거까지 총선과 대선 등 넘고 건너야 할 산과 강이 많다. 그런 약속은 우매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내가 전체를 보듬고 싶다. 강화의 작은 갈등 상황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사정이었을까? 새누리당은 2일 이번 서구강화<을> 재보선 선거를 야기한 안덕수 전 의원을 안상수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하는 초강수까지 뒀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지난 2일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안상수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지원 전을 벌이며 홍일표 인천시당 위원장과 함께 안덕수 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일자 바로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