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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무료분양 완료]
달동네의 사연을 다 떠올릴 수 없지만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이야기꽃이 봄날 아침에 톡톡 터지기를 기대합니다.

집이 없다. 그래서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그려준다. 그림 집을 분양 받은 사람은 천 원을 낸다. 물론 천 원을 더 내는 사람도 있으리라. 동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 속 이야기다.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풀밭창작동인회 후배이자 페이스북 친구인 류담아님의 이야기다. 말이 후배이지 사실 선배 노릇할 만큼 다정스런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고 달콤한 커피 한 잔 나누어 마신 적도 없으니 무늬만 선배인 격이다. 난 마음이 여유롭지 않아서 분양한다는 페북 소식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 전부였다.

무료 분양신청을 해서 분양 받은 달동네집 전과 후 류담아 님이 달동네 집을 그려 분양하는 작업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무료분양을 해주었다. 그때 우리 부부도 무료 분양신청을 해서 이웃이 되었다.
▲ 무료 분양신청을 해서 분양 받은 달동네집 전과 후 류담아 님이 달동네 집을 그려 분양하는 작업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무료분양을 해주었다. 그때 우리 부부도 무료 분양신청을 해서 이웃이 되었다.
ⓒ 류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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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월 6일)였다. 저녁 늦은 시간인데 전화가 걸려왔다. 류담아님이었다. 반갑게 전화는 받았는데 평소 자주 통화하는 사이도 아니고 해서 무슨 일인가? 긴장하며 받았다. 사실 나쁜 일로 전화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정도는 평소 느끼고 있었으니, 좋은 긴장감이었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는 내가 사는 집 옆방에 사글세를 얻어 운영하는 네팔여성이주노동자 쉼터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나는 쉼터에 대해 묻는 대로 정직하게 설명해주었다.

잠시 후 그녀는 활기차게 20킬로그램 쌀 5포대를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쉼터 네팔 이주민여성들에게 밥 한 공기 대접하는 마음으로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달동네 집을 분양해서 얻은 수익금으로 나누는 것이니 그렇게 아시란다. 당황스럽고 고마운 인사에 그저 고맙다는 말만 몇 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40분쯤 지났을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결제가 끝났고 지리산 메뚜기 쌀 결제내역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내게도 포스팅을 했다는 것이다. 달동네분양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곧 페이스북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너무나 즐거웠다. 아내에게도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깜짝 놀랐다. 그동안 2~3명이 쉼터에 머물렀는데, 최근 5~6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12월 7일 이후 쉼터는 단 하루도 빈 적이 없다. 그런데 4월 5일부터 네팔이주민여성노동자들이 모두 취업이 되어 현장으로 갔다. 2명의 여성은 공장비자라서 수원인근에서 한 달 이상 구직활동을 했으나 취업이 되지 않아 이틀 전 대구로 갔다.

 한 아파트에 사람 얼굴이 인상적이다. 지난 4월 6일낮 아내와 수원시내를 걷다가 발견한 한 아파트에 사람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아내와 평소 자주 걷는 작은 산길에서 꽃구경 중이다.
▲ 한 아파트에 사람 얼굴이 인상적이다. 지난 4월 6일낮 아내와 수원시내를 걷다가 발견한 한 아파트에 사람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아내와 평소 자주 걷는 작은 산길에서 꽃구경 중이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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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에는 쉼터가 비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주대학교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이 네팔에 다녀와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기숙사에 빈 방이 없어서 오갈 데가 없다며 우리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그래서 다시 쉼터에 공백을 메웠다. 쌀 5포대면 2~3명의 이주노동자여성들이 5~6개월은 무난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들의 쌀 소비량은 의외로 조금 많다. 사실 두 차례 쌀 사주는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생각보다 소비가 빨라 시기를 놓친 것이다.

쌀을 받기로 하고 아내랑 행복한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곧 전화가 울렸다. 강원도 원주에서 네팔여성이주노동자가 걸어온 전화다. 쉼터에 머물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 쉼터에 도착해서 머물고 있다. 또 며칠 전 취업해서 나갔던 다른 여성도 쉼터에서 하루 머물기로 하고 찾아왔다. 또 한 사람이 광주광역시에서 내일 찾아오겠다고 전화를 했다. 신기하다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었다. 어찌 아는지 단 하루도 방이 비는 일이 없다고 흡족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림 집 분양대금 천 원이 모여 거금이 되었다고 한다. 그림 집 분양대금 천 원이 모여 쉼터에 보내준 쌀 5포대 입금확인증과 우리 부부의 사연을 소개한 기사가 그녀의 페이스북에 포스팅 되었다.
▲ 그림 집 분양대금 천 원이 모여 거금이 되었다고 한다. 그림 집 분양대금 천 원이 모여 쉼터에 보내준 쌀 5포대 입금확인증과 우리 부부의 사연을 소개한 기사가 그녀의 페이스북에 포스팅 되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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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을 그려주는 사람이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 알잖아요? 선배님! 저도 가난해요. 그런데 우리끼리 나누어요."

그런데 그녀의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의 풍요로운 마음을 보았고, 나는 평소 줄 것이 없는 사람, 그래서 십 원도, 백 원도 내놓을 것이 없는 사람처럼 가난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줄 것은 많지 않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줄 마음은 있으니 가난하지 않다고 우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내미는 손길보다 내게 손 내밀어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래서 일상이 행복하다.

사실 나는 한 달 전쯤 그림 집을 그려서 분양하고 그 분양대금으로 어려운 사람을 살피는 후배 류담아 님에게 무료 달동네 집도 분양 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내가 나의 이웃이고 또 젊은 시절 사랑의 열정을 태웠던 여성의 이름과 같은 사람이 아내의 이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또 웃는다. 인연도 집도 생겼다. 아내와 나는 각기 다른 집을 가졌으니 우리 부부는 달동네에 두 채의 집을 보유한 유주택자다. 화려한 달동네의 그림 집을 바라보며 오늘도 나는 아내와 행복하게 쉼터를 가꾸고 도서관을 채운다.

이 기회에 그림 집에 쌀까지 사랑을 전해주신 후배님에게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쉼터에 초대해서 한 번 쯤 밥 대접 받은 네팔여성이주노동자들과 네팔음식을 나누며 행복을 이야기 합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달동네 집 분양#그림 집 분양대금을 모아 후원#쌀5포대를 받다.#류담아 님이 보내준 선물#네팔여성이주노동자에게 보내온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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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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