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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정부와 국회가 시행하거나 법률 개정에 이른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들이 적지는 않다. 예를 들어, 해양수산부와 해경으로 나누어 관할하던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은 모두 해경 관할로 통일되었다. 재난현장에 도착한 구조인력이나 장비의 운용에 관하여는 소방서장 또는 해양경비안전서장의 지휘를 따르도록 했고, 긴급안전점검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속권한을 강화했다.

특정관리 대상시설로 지정된 일정 규모의 민간시설 소유자는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고, 그 결과 재난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민안전처 장관 등이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는 권한도 부여했다. 민관유착에 따른 특혜와 안전관리 부실을 차단하기 위해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 범위를 늘리기도 했다.

이런 대책들로 일부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대책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정부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서 빠진 것들을 살펴보자.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멈추게 할 방법은 감감 무소식

팽목항에 선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참사 1주기인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해외순방 출발에 앞서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담화를 발표를 위해 이동하던 중 희생자들을 추모 기념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팽목항에 선 박근혜 대통령세월호참사 1주기인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해외순방 출발에 앞서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담화를 발표를 위해 이동하던 중 희생자들을 추모 기념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영국과 일본은 여객선의 경우 검사를 대행시키지 않고 국가기관에서 직접 선박검사를 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선박검사의 주관 기관이지만 선박검사를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선박안전법이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형선박은 한국선급이, 어선을 비롯한 소형선박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이 검사하고 있다.

한국선급을 통한 위탁검사가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나타났다. 위탁대행기관 종사자들이 안전검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허위로 한 사례는 세월호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최소한 여객선과 같이 안전성이 우선시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검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국민안전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검사하는 것이 옳다. 위탁대행 구조를 최소화해야 한다(관련 기사 : 또 국민안전 '위탁'... 세월호 1년, 달라진 게 없다).

선박검사의 경우 위탁대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선박안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부터 국회에 나와 있는데,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선박검사는 직접하지 않는 게 정부다.

세월호 참사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그래서 시민의 생명과건강,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만든 규제들은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넓어졌다. 문제는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중단시킬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요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할 때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과 규제개혁위원회를 개혁하자는 의견이 진작부터 제시되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주목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서 안전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을 뿐,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할 때 신중하게 할 방안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그나마 김기식, 김기준, 유승희 의원 등이 무분별한 규제완화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이 법안들은 통과되지 않았다.

안전과 위험업무 종사자의 비정규직 사용금지도 외면

여객운수사업, 철도사업, 항공운수사업, 의료업무 등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과 관련된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정부와 국회에서 외면받고 있다. 정부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 이런 내용은 아예 없다. 지난해 5월 김경협 의원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비롯해 세 개의 개정안이 국회에 나와 있지만, 아직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안전과 관련한 업무 종사자가 비정규직일수록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어렵다. 경영성과나 이윤, 매출을 우선시하는 사업주나 시설운영자 등에게 정규직보다도 더 심한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사업주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때로 수익보다 안전규정을 지키라고 비정규직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민의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최소한 공공안전과 관련한 부문 종사자들의 지위만큼은 비정규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한다.

월성 원전 수명연장이 결정된 것처럼 노후설비 운영중단과 관련해 정부는 시설운영자와 사업주들의 편에 서 있다. 정부가 밝힌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보면, 산업단지의 노후한 설비교체를 기업자율에 계속 맡기고 지도점검만을 하겠다는 데 그치고 있다. 폐쇄나 운영중단 명령같은 강력한 조치를 통해 재난발생을 예방하고 위험시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나 인근 지역 주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안 보인다.

며칠 전 국민안전처는 국가산업단지 6곳 중 2곳(익산, 울산)에 공장 내부 화재사고시, 소방대원 진입없이 외벽을 파괴하고 방수노즐을 공장 내부로 진입시켜 화재를 진압하는 무인 방수 파괴차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대형폭발사고나 인명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산업단지에 소방장비를 보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설비나 장비의 내구연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폐쇄하거나 운영중단시켜 사고발생 가능성 자체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설운영자나 사업주가 안전 관련 규정을 처음부터 잘 지킨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꼭그렇지도 않다. 경우에 따라서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해야 할 공무원과 유착된 부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소신과 양심에 따라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하지만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방법은 내부고발, 즉 공익제보자의 출현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안전대책에는 이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내부고발을 활성화하는 조치가 없다. 지금도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법제도가 있지만, 지금 있는 것으로는 미약하다. 제보자의 신분을 보호하는 수준도 낮아서 많은 제보자들이 노출되어 보복을 당하는 일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정부 대책에서 빠진 것들, 국회에서 아직 잠자고 있는 대책들은 더 손꼽을 수 있다. 정부가 3월 31일에 밝힌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근용 기자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입니다.



#세월호#참여연대#안전#안전혁신마스터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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