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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을을 빼고 (수도권) 세 군데는 다 박빙이다."(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4대 0으로 승리할 수 있지만, 4대 0으로 패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전략홍보본부장)4∙29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26일 각 당의 판세분석은 위와 같았다. 수도권 3곳 모두는 박빙이라는 새누리당의 판세분석에 자신감이 느껴진다. '성완종 리스트'로 박근혜 정부의 현직 총리가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 불과 며칠 전 일이다. 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살려주소'해도 시원찮을 듯 싶은데 그들 입에서 나온 말이 '박빙'이었다.
반면 제1야당의 표현은 묘하다. 전승 아니면 전패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성지인 광주 지역도 재보궐선거 지역에 포함돼 있는데 어쩌다 야당은 '전패' 운운하는 처지가 됐는가.
야당에는 뼈아픈 야권분열, 전체 선거구도 바꿔 놓았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지역은 두 곳이다. '광주서을'과 '관악을' 지역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광주서을은 무소속 천정배 후보와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가 초박빙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당 소속이었다. 천 후보는 지난 3월 9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관악을은 어떠한가. 새누리당의 오신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27년 동안 줄곧 야권을 선택한, 서울에서 가장 확실한 '야권의 성지'였다. 그 지역이 지금 새누리당의 희망이 됐다. 지난 1월 11일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이 지역을 차지할 꿈도 꾸지 못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에 출마한 오신환 후보는 3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의 38.2%에 비교적 아깝게 패했다. 오 후보는 이번 재보선에 재출마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의 지지율이 지난 19대 총선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가 1위를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야권분열 때문이다.
현재 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두 인물 천정배, 정동영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다. 그리고 소위 '친노' 정치인이었다. 천정배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의원 중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었다. 정동영 전 의원의 의미는 더욱 크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후보를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문재인 대표는 광주서을에 지금처럼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한 집토끼이기 때문이다. 관악을 역시 지금처럼 화력을 집중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1야당의 모든 화력은 다른 두 곳, 인천 서강화을과 성남 중원에 집중됐을 것이다. 만일 그러했다면 4∙29 재보선 관심지역은 인천 서강화을이 됐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문재인 후보가 전면에 나선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고전하는 이유가 야권분열이라는 점, 그것도 야당의 분열이 아닌 새정치연합 내부의 분열 때문이라는 점이 문 대표에게는 뼈아픈 대목일 것이다.
'대통령 사과'까지 언급한 여당대표 vs. 야당의 전략은?
잠시 시계를 돌려 지난 2011년 4월 경기도 성남 분당으로 가 보자. 이명박 정권 집권 4년차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분당을'은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다. 한나라당 후보는 당대표를 지낸 강재섭 후보, 민주당은 손학규 후보였다. 결과는 손학규 후보의 승리, '분당대첩'으로 불린 이 승리로 손학규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 당시 1위는 부동의 박근혜 의원이었다.
손학규 캠프는 지역정서를 고려해 '조용한 선거'로 진행했다. 손 후보의 '인물론'을 강조한 전략은 초반에 주효했다. 두 후보는 살얼음판 선거전을 이어나갔다. 막판 전략을 바꾼 것은 손학규 캠프였다. 전면에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꺼내들고 승부수를 건 것이다. 그리고 손 후보는 승리했다.
모든 선거는 결과로 말한다. 선거의 과정은 '결과의 승리'를 위해 존재한다. 4∙29 재보선 역시 마찬가지다. '성완종 리스트'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은 움직였다. 이완구 총리를 물러나게 만든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해외순방 직전에 김무성 대표와 회동한 박 대통령은 귀국할 때까지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26일 '박 대통령 사과'를 언급했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의 진행 과정 중에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사과를 먼저 언급한 적이 있었던가. 지난해 10월 김 대표가 상하이 개헌발언을 한 다음날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것을 생각해 보면 여당 대표의 위상이 올라간 것인가, 재보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재보선전략은 명확하지 않다. 선거 초반부터 '유능한 경제정당론'을 내세우다가 선거막판에 '부패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박 대통령을 향한 돌직구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 수준의 화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정권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최근 야당의 무기력함은 이해하기 어렵다.
'뚜벅이 유세' 문 대표, 과연 웃을 수 있을까 문 대표는 지금 '뚜벅이 유세'를 벌이고 있다. 지역 골목과 상가 구석구석을 누비며 만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재보선 초반,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전패'할 우려에서는 벗어났다. 각종 여론조사결과는 새정치연합 후보가 지더라도 '박빙'으로, 이기더라도 '박빙'일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돌아보면 문 대표로서는 힘겨운 재보선이었다. 시작 전부터 당 내부의 핵심인물들이 탈당해서 유리한 지역에 각각 출마를 선언했다. 가장 아픈 대목이었지만 문 대표는 이들에 대한 격한 비난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는지 초반에 기가 산 이들은 지금 야권표를 분산 시키며 당선권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선거가 시작될 무렵, 문 대표는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지 못해 애를 태웠다. 이 또한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었다. 문 대표는 공을 들였고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6대 4 지분' 논란이 일었다. 초반 여론조사 결과 거의 전 지역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의 '열세'가 확인됐다. 전패의 위기 속에서 본격 선거전이 시작된 것이다.
4∙29 재보선은 '살얼음판' 구도다. 응답률 3~4%에 불과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도 특정후보의 우위를 선언하지 못했다. 광주서와 관악을은 말 그대로 초박빙, 성남 중원과 인천 서강화을은 투표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지역이다. 과연 선거결과는 어떠할까.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의 '대통령 사과' 발언이 나왔다. 여당도 선거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음을 노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 전패위기→ 돌발변수(리스트) 공개→ 초박빙... 과정만큼이나 결과에 따라 정국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선거는 이제 이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