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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송전탑 공사가 끝나고 우리 주민에게 남은 것이 무엇입니까. 세월호 아이들이 뱃속에서 죽어갔던 것처럼 송전탑 밑에서 죽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판사님 저에게는 징역형이나 노역형을 내려주십시오. 벌금형이 나오면 노역을 들어가 살겠습니다. 이 부당한 일에 저는 벌금을 낼 수가 없습니다."

이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에 나섰던 70대 할아버지가 법정에서 했던 최후진술이었다. 그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해 밀양에 귀농해 살다가 송전탑을 막기 위해 나섰다.

최근 법원은 그 교장 출신 할아버지한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 할아버지처럼 요즘 밀양 사람들은 '법정 투쟁'하고 있다. 무려 65명의 주민과 연대활동가들이 80여 건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오는 5월 6일 서울 하자센터 신관 하하허허홀에서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탈핵탈송전탑 원정대" 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연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오는 5월 6일 서울 하자센터 신관 하하허허홀에서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탈핵탈송전탑 원정대" 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연다. ⓒ 밀양대책위

주민과 연대활동가들은 주로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송전탑을 막아내기 위해 산에 올랐던 사람들이 이제는 법정으로 출두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지금 밀양이 넘어야 할 벽은 바로 사법처리 국면이다"며 "거의 매주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법원에서 법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의 무죄 선고는 1건에 불과했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형사부(이준민 판사)는 지난 16일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주민 강아무개(41)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강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죄가 없다고 한 것이다.

오는 6월경이면 밀양 주민과 연대활동가들에 대한 1심 재판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판결이 난 벌금을 포함해서 앞으로 남은 재판까지 이들이 받을 벌금은 대략 1억3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벌금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역형을 사는 연대활동가들이 있다. 지금까지 진주, 울산, 부산에서 총 4명의 연대활동가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부당하다며 구치소에서 노역형을 살았다.

밀양 사람들도 오는 6월경 선고를 받게 되면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노역형에 나설 예정이다. 밀양 사람들의 송전탑 반대 투쟁은 이제 법정으로, 구치소로 이어지고 있다.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밀양 사람들은 요즘 거의 매일 밀양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이들은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아래에서, 지금까지 5개월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개별보상을 거부한 주민은 225세대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1인시위와 농성을 계속하고 있으며, 한전의 보상금을 거부하고 버티는 주민들이 유형무형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이계삼 사무국장은 책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탈핵탈송전탑 원정대>를 펴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밀양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전국의 핵발전소와 송전탑 지역을 무려 2900km에 걸쳐 누볐는데, 그 여정을 이계삼 사무국장이 기록한 책이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오는 5월 6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신관 하하허허홀에서 책 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연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밀양 송전탑 투쟁은 이제 무언가 후손들을 위해 보람 있고, 소중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하시는 할매, 할배들의 원력(願力)으로 서서히 '탈핵탈송전탑 투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 책의 발간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 책과 영상과 사진을 들고 밀양 할매, 할배들이 전국을 누비며 '탈핵탈송전탑'의 메시지를 전국으로 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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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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