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網 그물 망(網)은 실 사(?)에 물고기나 짐승을 잡을 때 쓰던 그물 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물 망(網)은 실 사(?)에 물고기나 짐승을 잡을 때 쓰던 그물 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 김대오

1989년 6.4 톈안먼(천안문) 사건 때 대자보 시로 유명한 중국의 저항시인 베이다오(北島)의 작품 중에 <생활(生活)>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시 전문은 단 한 글자, '그물(網)'이다. 사방에서 옥죄어 오는 일상의 스트레스로서의 그물이고, 또 씨줄과 날줄로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망 속에 놓인 사회적 존재로서의 그물일 것이다. 대부분의 생활을 온라인 인터넷 정보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그 그물이 바로 네트워크의 그물망이지 않을까.

그물 망(網, wǎng)은 가는 실 사(糸)에 물고기나 짐승을 잡을 때 쓰던 그물 망(网)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그물의 재료인 실 사(糸) 없이 쓰이다가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넣었다가 지금 간체자에서는 원래 형태로 돌아갔다.

부수로 쓰일 때는 쓰기 편하도록 망(罒)으로 쓴다. 널리 받아들여 모두 포함한다는 의미의 '망라(網羅)'는 원래 물고기 그물 망(網)과 새 그물 라(羅)가 합쳐져 생긴 말이다. 그물 망(網)은 비록 원시적인 수렵 시절에 나온 한자지만, 중국어에서 인터넷(上網)과 관련된 홈페이지(網站), PC방(網吧), 네티즌(網民) 등의 새롭게 생겨난 외래어들을 폭넓게 커버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하늘의 도는 겨루지 않고도 이기고, 말하지 않고도 응답하고,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오고, 느슨하면서도 훌륭히 꾸미는 것이다. 하늘을 망라하는 그물은 성글기 그지없지만, 하나도 놓치는 것이 없다(天之道,不争而善勝, 不應而善應,不召而自來,繟然而善謨。天網恢恢, 疏而不失)"고 말하고 있다. 우주와 대자연의 운행이 이를 위반하는 사람이든 사물에게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린다는 의미인데, 현대 복지국가가 추구해야 할 촘촘한 복지의 그물망을 떠올리게 된다. 느슨해서 보이지 않지만, 하나도 놓치는 것이 없는 '하늘 그물'처럼 소리 없이, 보이지 않게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수 있는 장치가 절실하다.

'일망타진(一網打盡)'이라는 말이 주로 사법 관련 사건에 쓰이는 것처럼 그물에는 원래 법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고기가 걸리는 것은 작은 그물코 하나지만, 그렇다고 그 그물코 하나만 가지고는 고기를 잡을 수 없다. 전반적인 '법 그물'이 체계적으로 정비되고 운영 시스템에 빈틈이 없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다오의 말대로 우리의 생활이 그물이라면, 때론 그 그물을 깁고 손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엉킨 곳은 없는지, 구멍 난 곳은 없는지 차분히 살펴볼 일이다. 어부가 만선의 기쁨을 위해서 때로 항구에 배를 정박하고, 그물을 깁는 시간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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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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