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날 수 있었어요.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해요."손녀 콩이가 쓴 편지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라는 말에 모든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쩜….
그러고 보니 편지를 받아본 지가 꽤 오래됐다. 아들이 군에 있을 때였다. 아들의 부대는 강원도 고성에 있어 자주 면회를 가지 못했다. 멀리서 군 생활을 하는 아들 걱정으로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철없는 아이라 생각했던 그 아들의 편지였다.
어버이날을 맞아 쓴 편지지만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모른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친구 간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말로 할 수 없는 깊은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부모님께는 글로서 안부를 사뢰기도 했다.
요즈음은 너무 삭막할 정도로 소통이 부족하다. 이웃·친지 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줄 모른다. 나 역시 편지를 써서 속마음을 드러내본 지가 30대 이후에는 거의 없다. 오해가 생겼을 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손녀 콩이가 자라면서 걱정되는 게 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자립심이다.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텐데 너무 과보호를 하고 있다. 사람들을 멀리 하라고 가르친다. 아무나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유치원 등원 길에 일부러 혼자 가게 했다. 차량 동행 선생님이 걱정이 됐는지 바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할아버님, 콩이 차 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주위에서도 혼자서는 안 된다고 한다.
어느 지상파 방송의 실종자 찾아주기, 일흔을 앞둔 어머니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평생 동안 40여 년 전의 세 살 아들을 찾고 있다. 가정도 엉망이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1년에 실종 아동 수가 4만여 명에 이른다. 그중에서 끝내 찾지 못하는 아동이 400여 명 정도다.
주변의 이러한 현실이 우리 사회를 더욱 인성과 멀리하게 한다. 혹시나 우리 아이에게, 가족에게 무슨 일이 닥칠까 두려운 생각에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어버이날에 감사 편지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콩이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어른들이 가로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