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은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이 있은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밀양송전탑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으로 신고리 원전3, 4호기의 전력을 수송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환경단체들은 수명이 다 된 노후원전 고리1호기의 폐쇄와 신규원전인 신고리5,6기 건설을 포기하면 송전탑을 둘러싼 밀양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사회는 어떻게 변하였는가! 이 시점에서 우리들은 다시금 밀양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지역의 주민들이 9년 동안이나 송전탑 건설 반대에 목숨을 걸고 저지하려 했던 사회적 사건이다.
지역의 주민들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송전탑 건설 반대에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강제와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였다. 정부의 국책사업이라는 결정 아래 희생을 강요당해왔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외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는 송전탑 건설의 계획이 담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확대와 송전탑 건설 확대만이 있을 뿐이다.
박근혜정부는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이후 더욱 더 원전확대정책을 견고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2월 27일, 노후원전 월성1호기의 수명 재연장과 지난 6월 8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가 그렇다. 국제사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사고 이후 탈핵을 시대전환의 열쇠로 생각하고 탈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탈핵을 선언하는 지방자치도시들이 생겨났고,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꿈꾸며 태양광발전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생겨났지만 정부는 신규원전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시한폭탄을 안은 채로 삶을 살아가야 할까! 수명이 다 된 노후원전은 폐쇄가 답이다. 국민의 안전을 결코 경제논리로 대체할 수는 없다. 박근혜정부는 더 이상 원전확대정책으로 국민의 안전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선 안 된다.
서울의 노력, 밀양송전탑은 우리의 문제
서울시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사고를 교훈삼아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라는 공격적인 에너지정책을 실행하였다. 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200만 TOE를 서울시가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해 자체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2014년까지 200만 TOE를 절감하는 것이었지만, 214만 TOE의 에너지를 초과 달성하였다.
서울시의 노력으로 우리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적극적인 에너지수요관리를 하면 원자력발전소에 의존하지 않고 탈핵-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신규원전을 계속해서 건설할 계획이다. 밀양의 사회적 갈등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더 이상 지역주민들의 아픔과 불행 위에 전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밀양송전탑을 계기로 송전탑과 원자력 발전소의 구조적 관계를 알게 되었고, 전기에너지의 발전과 소비의 구조적, 공간적 모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다른 주민의 문제가 아닌 우리 지역의, 우리들의 문제였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는 밀양송전탑과 같은 제2, 제3의 밀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2의 밀양송전탑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난 8일에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9년까지의 국내 전력수요량을 전망하고, 공급량을 확정하는 중요한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향후 15년간의 석탄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가스발전소, 신재생에너지 등과 이에 따른 부대 건설(송전탑, 변전소, 방사능폐기물처리장)등의 비중이 결정된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전력소비량과 최대전력을 연평균 2.2%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여, 이를 위해 신규 원전4기를 더 지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12월에 논의될 'POST-2020'(신기후변화체제)'을 대비하여 기후변화 대응에도 맞췄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2월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사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력수급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의 가동중단 시에도 설비 예비율은 2025년까지 20%를 상회하며 2027년에는 17.4%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망했던 전력수요는 지난 2년간 목표 수요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2012년부터 전력수요는 줄기 시작했다. 증가율이 1%에서 0%대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29년까지 연간 2.2%대의 전력수요를 전망하는 것은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 것인가!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월 24일. 세계3대 핵사고의 참상을 기억하며, 탈핵사회로의 전환을 염원하는 '기억의 탈핵의자' 운동을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5000여명의 시민들과 각계의 인사들이 '기억의 탈핵의자' 운동에 동참하였다. 탈핵의자의 목적은 '탈핵의 확대'이며 '탈핵의 대중화'이다. 왜냐하면 다시는 밀양송전탑과 같은 일들이 되풀이 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제2, 제3의 밀양송전탑을 막기 위해서는 답은 하나 밖에 없다. 바로 '탈핵사회로의 전환'이다.
탈핵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들은 끊임없이 실천해야 한다. 현재를 직시하고 '기억'을 되살리어 좋은 사회로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기억'에는 우리들의 '밀양송전탑'이 있다. 다가오는 토요일은 '613-탈핵시민행동의 날'이다. 탈핵사회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날인 것이다. 이날 우리들은 '613-온라인행동'을 진행한다. 탈핵은 목숨이며 실천이다. 613-온라인행동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길 기대하며... 밀양을 결코 잊지않겠습니다. 탈핵사회를 염원하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한자원은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 소속입니다.
서울환경연합 홈페이지(www.ecoseoul.or.kr)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