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서 학자의 소신과 정치적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헌법학자이기도 한 정 장관의 저서 <헌법학원론>(2015)의 내용 중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취지로 기술된 부분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정 장관은 이 책에서 "(정부) 위임입법의 경우 국회의 통제권 보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모법의 입법 취지에서 벗어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 장관은 자신의 저서에서 "대통령이 위헌 혹은 위법인 대통령령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경우에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를 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책에는 일반적인 이론 써 놓은 것"... 박 대통령 눈치 보기? 하지만 국회에 나온 정 장관은 저서를 통해 밝힌 학자로서의 소신을 자신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제 책에는 일반적인 이론을 써놓은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임면권자인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눈치를 보는 모습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질의에 나선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원칙만 (이야기)하고, 장관이 되면 소신이 바뀌느냐"라고 추궁하자 정 장관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추 의원과 정 장관은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이어 질의에 나선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도 '<헌법학원론>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아침에 급하게 언론에 난 것을 봤는데 그것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책은 이론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의원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설명해 달라'고 재차 다그치자 정 장관은 "현재 법률을 제정하면 시행령을 제정하는데 시행령은 법률과 합치되게 만들어야 하고 당연히 국회에서 봐야 한다"라며 "국회가 (상임)위원회에서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