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에서는 28일까지 황금 시대의 차 도구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차를 마시면서 사용하는 차 사발, 차실에 꾸며 놓는 꽃병 따위 등 차 도구를 모아 전시했습니다.
차 도구의 으뜸은 차 사발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부터 차와 도자기로 만든 차 사발은 한 몸처럼 같이 유행하고, 공동 운명체로서 목숨을 같이 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주로 고려와 조선, 중국에서 만든 명품 도자기 50여 점이 전시됐습니다. 일본 작품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시 도자기의 명가는 한반도나 중국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도자기는 고령토라는 흙으로 그릇 모습을 만들어 유약을 그릇 겉에 칠해서 구워서 만듭니다. 고령토는 단순한 흙이 아니고 돌 형태로 채굴해 가루로 만들어 물과 반죽해서 그릇을 만듭니다. 고령토는 일본에서도 규슈 아리타 지역에서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서 끌려온 도공들에 의해서 발견되지만 일본에서는 그다지 많이 생산되지 않습니다.
도자기를 만들 때 겉에 칠하는 유약은 보통 나무 재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나무 종류에 따라 다르고, 여러 성분을 섞어 사용합니다. 유약의 성분에 따라서 도자기 겉에 여러 가지 색깔이나 무늬가 나타납니다. 고려 청자, 조선 백자 따위 색깔은 유약이 결정합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가마와 불입니다. 보통 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가마 온도를 섭씨 1300도 이상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도자기 겉에 직접 뜨거운 불길이 닿지 않도록 갑발로 싸서 보호하기도 합니다.
뜨거운 온도의 가마 속에서 도자기는 녹아서 새로운 성분으로 태어 납니다. 이것을 자화라고 합니다. 아무리 멋지게 잘 만든 도자기라고 해도 자화를 거치면서 녹아내리거나 모습이 바뀌면 더 이상 도자기로 태어날 수 없습니다.
한반도나 중국에 살던 도공들은 이러한 도자기 생산의 중요한 과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잘 활용하고, 이용하여 멋진 명품 도자기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도자기는 하이테크 명품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천목 찻 사발이 많이 전시됐습니다. 천목 차 사발은 중국 남송 때 건요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철분을 포함한 유약의 절묘한 조화가 만들어낸 물방울 무늬에 빛이 난반사를 일으켜 무지개 색들 천 가지 빛으로 빛이 난고 하여 천목이라고 불립니다.
천목 차 사발은 빛이 아무리 천 가지 아름다운 빛깔로 반짝인다고 해도 일률적이고 단순합니다. 조선 도공은 도자기 기술을 활용하여 도자기 겉에 여러 가지 무늬와 효과를 살려냈습니다. 또한 형태 역시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파격으로 자유롭게 보입니다. 도자기 기술은 조선 도공이 중국보다 한 수 위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는 법> JR 오사카역에서 남동쪽 나카노지마에 있는 오사카 시청 뒤에 있습니다. 걸어서 20분 쯤 걸립니다.
참고 누리집>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http://www.moco.or.jp/ko/, 2015.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