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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볼 수 있도록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하는지를 실감하는 중이다. 덕이가 온갖 주위 사람들의 괴롭힘을 잘 견뎌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선물하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한 본 글. 지금까지 27회를 진행하는 동안 조회 수가 많게는 2만 건 이상, 적게는 몇천 건에 이르다 보니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학교에서는 덕이를 마라톤 선수라는 칭호를 붙여 주면서 친구들 보다 선생님들께서 더욱 관심을 보이셨다. 덕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와 한 교문 안에 있었으므로 마라톤에 관심이 있는 중·고등학교 약 40명의 선생님들께서 마라톤 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계셨다. 이에 덕이의 인기가 나날이 올라가면서 친구들이 덕이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 가지의 재능이 이렇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다르게 만들고 있었다.

나날이 덕이의 자신감과 주위 사람들의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태권도에서 밥하고 설거지는 물론이고 일상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더군다나 아기 사범으로 아이들을 잘 데리고 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더욱 기쁘다. 지금 중3으로 고등학교 선택도 덕이가 먼저 할 수 있다니 그것도 안심이 되었다. 학교를 다닐 때 집과의 거리가 멀어 버스를 타거나 할 정도가 된다면 덕이 할머니와 나는 덕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노심초사 할 텐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다.

이렇듯 우리 덕이는 지도하고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와 줬다. 그럼에도 덕이가 오랜 기간 학습과 훈련을 통해 0.1 정도 발전한다고 하면, 다른 아이들은 확확 변화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덕이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인간 관계를 맺기 위한 적절한 자기 표현 능력이 약해 덕이는 오랜 반복된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나 덕이가 원하는 태권도 관장님이 되려면 아이들과 아이들의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 적절하게 표현을 해주어야 할 텐데...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덕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건강할 수 있도록 '태권도 관장님'이라는 한가지 목표를 놓고 지도를 했는데 그것도 덕이가 좋아하니까 나름 덕이는 힘든 줄 모르고 잘 따라오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앞에 놓고 이제는 본격적인 직업에 대해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 현실적으로 볼 때 덕이가 남을 지도 하기 보다는 지도를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해야 할 상황으로 여겨진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지금까지 해온 태권도가 아니면 덕이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도 고민이었지만, 우선 덕이가 지금까지는 '태권도 관장님'만 생각하고 그렇게 될 줄 알고 지내고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해야 한단 말인가. 직업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어떻게 말을 해야 덕이가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나의 사랑, 나의 보물 덕아

고모 : "사랑하는 나의 보물 덕아~"
덕 : "응?"

고모 : "덕이가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다닐 거야."
덕 : "고등학교 다닐 거야."
고모:  "응 그렇지... 고모가 덕이에게 할 말이 있는데 사실은 이 말을 하기가 고모로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떻게 어떤 말을 해야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단다."

덕 : (내 눈만 빤히 바라본다.)
고모 : "덕이는 앞으로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어?"
덕 : "태권도 관장님."

고모 : "그렇지~ 덕이는 태권도 관장님이 되고 싶어하고 있었지 그점을 고모도 잘 알아~ 한편으로 덕아! 덕이가 태권도, 마라톤 그리고 종이접기 이렇게 잘하고 있잖아~ 거기에 또 다른 것 해보고 싶은 것 있니?"
덕:"아니."

내 생각에 덕이가 성인이 되어 태권도나 마라톤 그리고 종이접기로는 생활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태권도는 일단 덕이가 원하는 대학교를 갈 수 있는 실력이 안 되고 또한 남들을 지도하기에는 언어 표현 능력이나 대인 관계 등의 발전이 많이 많이 필요하다. 마라톤으로는 수입이 불분명하고, 종이접기 또한 본인이 좋아서는 한다지만 직업으로 남들 앞에서 지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고모 : "덕아, 고모가 덕이처럼 중학교때쯤에 어떤 꿈을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이야기해줄까?"
덕 : "응."
고모 : "고모도 덕이처럼 중학교때까지는 고아원(보육원)원장님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때는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으나 덕이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지금은 대학교와 상담을 하고 있듯이 이렇게 고모처럼 많은 사람은 성장하면서 되고 싶은 꿈(직업)이 바뀔 수 있단다. 덕이는 만약에 태권도 관장님 아니면 무엇을 해보고 싶을까?"

덕 : "태권도 관장님 될 거야."
고모 : "만약에 말이야."
덕 : ("고모 왜 그래?"라는 눈으로 계속 내 눈만 바라본다.)

말하고 있는 나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있나'싶으니 덕이가 어떻게 알아듣겠는가. 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보자.

고모 : "덕아~ 덕이가 만약 어른이 되어서 태권도 관장님이 된다면 아마도 고모가 옆에서 덕이를 도와 필요한 서류도 작성해야하고 아이들 부모님들도 상대해야 하고 어쩌면 운전같은 것도 해야 할 텐데 지금 고모가 건강하지 못해서 나중에 덕이를 도와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덕 : "몰라."

나는 또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못했다.

고모 : "사실, 고모가 덕이에게 지금 하려고 하는 말을 하려니까 덕이가 마라톤 하프 뛰고 난 후 말한 것처럼 가슴이 터질것처럼 아파~ 많이 많이...  지금 고모 가슴이 그 정도로 아프단다. 왜냐하면 덕이가 태권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고 또한 태권도 관장님이 됐을 때 멋있을 덕이를 생각하면 너에게 태권도 대신에 다른 것을 해보자고 권하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어."
덕 : (불안한 눈 빛으로 기운없이 계속 나만 바라본다.)
고모 : "덕아, 태권도는 지금처럼 몸 건강지키기 위해서 하고 다른 직업도 알아보면 어떨까."
덕 : "몰라."

도저히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할지 막막했다. 


#직업선택#자존감#고민#감정표현#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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