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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부모?

지난해에 학부모가 되었다. 아이 셋을 키우고 있지만 부모와 학부모는 다르다. 자식에 대한 욕심이 주변과 비교를 통해 극대화된다고나 할까. 이미 세간의 학부모는 주변에 매우 민감하다. 학교 주변과 학군의 정보를 끊임없이 살펴야하며 옆집 아이가 어떤 사교육을 받고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자신의 자식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정확히 말하면 학력신장과 먼 미래 '스펙'에 관한 사항까지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이는 경쟁(만)을 강조하는 현 한국 입시 체계와 맞닿아 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는 믿음아래 어느 학부모가 아이들의 학력 신장에 신경을 쓰지 않고 배기겠는가. 우수한 인재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얻는 시대가 끝났다는데도 마찬가지다.

소위 1%의 학교 졸업생들도 백수로 남는 시대가 요즈음이고 앞으로 청년 취업의 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란다. 하지만 학부모가 가진 대안이 무엇인가. 그렇다고 수능과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를 포기시키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되었다. 학교에서 인성도 배우는 시대가 열리나보다.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는 평이다. 그리고 무관심한 대다수가 그러거나 말거나다. 인성 교육도 순위를 매기고 점수화 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각종 자격증이 판을 치고 이와 관련된 위원회, 협의회 등록만 수십건에 이른다는 뉴스가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다.

인성도 법으로, 시험과 평가로?

 소리없는질서 표지
소리없는질서 표지 ⓒ 마음산책
애초에 '인성'을 법으로 정의하고 이를 공교육의 정규 과정화 한다는 발상이 문제 아닐까.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법이라니. 자랑스러워해야 하나.

교육의 문제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란다. 일본, 미국. 경쟁의 심화와 청년 고용의 악화. 학교가 배움의 장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관문처럼 되어버린 세상이다. 극한에 몰린 국내 교육시장에 한줄기 빛이 내려온 것은 불과 십년도 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추켜세우는 가운데 한국의 교육계는 지금 북유럽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을 한해 수백 명이 방문하고 있단다.

교육 관계자의 해외 견학지로 요즘 가장 호평 받는 곳은 핀란드다. '숫자'가 중요한 공공 기관의 눈으로 보건데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OECD국가 중 단연 최고의 곳이기도 하다. 그곳은 어떤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기에 우수한 학생들이 배출되는 것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곳에 가서 배워오는 이들이 국내에 도입한 시스템은 무엇인가. 인성을 위한 교육을 부르짖는 가운데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그곳에 다녀온 교사들은 그곳에서 행복해 보이는 학생들, 태도는 꽤 불량해보여도 조용히 교사의 말에 집중하는 모습을 인상 깊다고 꼽았다. 현장을 다녀온 이들은 1등을 모르는 아이들, 과외 없고 시험 없는 평가, 무료교육과 급식, 교재 등을 그 나라에서 배워올것이라 평한다. 이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요란하지 않은 질서

핀란드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교육노동에 투자하지만 얻어내는 성과는 그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60~70년대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어 낸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음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학교는 가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하고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고 이를 존중하는 교육 시스템이 이루어져야 한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어야 하고 자신에 맞는 학습계획을 가지고 이를 존중하는 학교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핀란드에서 오랜기간 예술가겸 아트디렉터로서 지낸 저자의 주제는 학교교육시스템에 관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경험이 가져온 인식의 변화와 이를 학교 공간과 분위기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저자는 노르웨이와 핀란드 두 곳의 교육 공간에 대한 분위기와 비교, 이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엿보고 국내 교육시스템 현황을 비판한다.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배우는 곳이다"

똑같이 놓고 가르치는 곳이 우리학교다. 학생 개개인의 인식능력은 무시하고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하는 교육이 우리 학교의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북유럽 사람들이 아이들 하나하나의 독립성과 차별적 가치를 염두에 두면서 사회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는 배경에는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모두가 누려야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가 존재한다. 그 실현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공공 교육의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권위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실체를 경험하도록 어른들은 넓은 의미의 사랑과 포용력으로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 서문 중

저자는 '노르웨이 편'에서 아프리카에서 교육에 소외된 아이들을 돕기 위해 스웨덴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서 모금운동을 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비춘다. 노동의 소중함과 가치를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건축, 목공,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엿보고 실재 브랜드가치를 사람에 두는 의류 회사의 현장을 스케치한다.

공간과 분위기로 엿보는 선진교육

학교는 최상의 공간과 마감재로 이루어진 공간이며 이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마을과 소통하는 모습을 그린다. 유치원 때부터 자연속에서 어우러지며 혹한의 추위에서도 아이들끼리 어우러져 노는 모습을 통해 간섭과 통제가 기본인 우리의 그것과 차이를 지적해낸다. 집과 같은 학교. 편안한 분위기와 그에 걸맞는 건축의 마감이다.

핀란드의 현장도 그리 다르지 않다. 평등을 원칙으로 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학교공간과 구조, 체벌을 하지 않고 실수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분위기, 공예와 예술교육을 실용화해서 삶과 연결시키고 낙오자 없이 교사와 학생이 친밀한 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학교의 현장을 자신의 경험으로 되도록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

교사와 학생이 한 자리에서 같은 식단으로 나누는 식사와 깨지기 쉬운 그릇과 날카로운 칼을 아주 어린아이부터 다루게 허용하는 모습에서 자립심과 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명화가가 자신의 판화에 아이들의 낙서를 어우러지게 만들어 작품을 구성하는 관용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워낙 비슷한 주제의 책이 넘쳐나는 요즈음 일방적인 가치의 전달은 내성을 만든다. 국내교육현장과의 심각한 격차에 좌절하고 말 뿐이다. 하지만 혁신학교라고 하는 국내 초등교육의 시스템은 북유럽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과 그리 멀리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주변에서 돌아보고 그를 통해 교육개혁을 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미 경험한 학부모와 학생들은 중등, 고등교육으로 전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연구보고서나 자체평가 등을 통해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안애경 지음ㅣ마음산책ㅣ268쪽ㅣ1만4000원



소리 없는 질서 - 노르웨이·핀란드 교육에서 배우다

안애경 지음, 마음산책(2015)


#마음산책#핀란드교육#학교라는공간#집과같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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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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