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5일 오후 3시 3분]지난 1일, 쟈끄데상쥬 미용실 문래점 앞.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왜 여기서 이러시는 거예요? 본사 앞에 가서 하세요. 영업방해로 신고합니다!""임차상인이 쫓겨납니다. 본사에 한마디 해 주세요. 임차상인이 가게에서 쫓겨나면 모든 걸 다 잃는 거예요. 저도 세 번이나 쫓겨나 본 상인입니다."실랑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오고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1인시위는 쟈끄데상쥬 19개 지점에서 같은 날 동시에 일어났다. 자끄데상쥬 본사가 입점해 있는 건물(쟈끄데상쥬 대표 소유 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자까야 술집 '풍월'이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을 마음아파 하는 사람들의 항의표시였다.
임차상인이 가게에서 쫓겨나는 일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난다. 버텨내는 것조차도 힘겨운 자영업 시장에서 진정한 임차상인의 위기는 따로 있다. "나가라"는 임대인의 한마디, 그것이 사실상 "법"이었다. 임차상인은 마구 쫓겨났다. 주인이 바뀌었다고 쫓겨나고, 재건축한다고 쫓겨나고, 건물주가 직접(혹은 그의 자녀들이) 장사한다고 쫓겨나고, 턱없이 치솟은 임대료가 감당 안 되어서 쫓겨났다.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 권리금 약탈 등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지면을 장식한다.
그래서 "법"을 바꾸었다.
쫓겨난 임차상인들이 모이고 직접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 결과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다. 20일로 시행 100일을 맞는 일명 '상가권리금약탈방지법'. 그러나 여전히 쫓겨나는 임차상인들이 존재하고, 오늘의 이야기는 그중 한 곳, '풍월'의 이야기다.
풍월은 2008년 4월 영업을 시작했다. 가로숫길에 사람들이 모여들 당시였지만, 그 뒷쪽 거리에는 채 상권이 형성되기 전이었다. 풍월 사장 차종민(44)씨에 따르면 개업 당시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400만 원, 그리고 별도로 권리금 1억 원과 시설비 3억 원 가까이 추가로 들었다. 요리에 자신이 있었던 주인장은 조금 외진 곳임에도 음식으로 승부를 볼 심산으로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열었고, 풍월은 입소문을 타며 금방 명소가 되었다. 차종민씨에 따르면 당시 풍월이 위치한 골목은 '풍월길'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독특한 외벽 장식이 이에 한몫했다.
폭풍을 만난 바람 속의 달
바람 속의 달, 고요하던 풍월은 개업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세찬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건물주가 바뀌었다. 새로운 건물주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미용 회사 쟈끄데상쥬의 사옥으로 해당 건물을 사용하고자 했다. 매입 직후 건물에 있는 모든 세입자에게 퇴거요청을 했고, 장사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풍월은 장사를 더 하기 위해 건물주와 협의했다.
개성 있던 외벽 모습은 바뀌었고, 공사용 가림막 속에서 입구만을 겨우 내놓은 채 영업을 하며 4개월을 견뎌냈다. 건물주는 새 단장 당시 1회에 한해 임대료를 100만 원 감해 주는 '배려'를 해 주었지만, 이제 막 장사를 시작했던 풍월은 그 이상의 불편함과 손해를 감내해야만 했다.
공사가 끝나고, 바람은 잦아들 줄 알았다. 하지만 더 거센 바람이 풍월을 흔들었다. 2009년 4월, 영업 1년 만에 건물주는 월차임을 두 배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차종민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외벽 인테리어도 너무 아까웠지만 어렵게 차린 가게니 장사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고, 공사하는 동안 꾹 참고 버텼는데…. 월세를 두 배 올려달라는 요구에 가게를 그만둬야 하나 하고 생각했었어요."
가게를 포기할 수 없었던 차종민씨는 어렵게 임대인과 협의해서, 월세를 50%'만'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진짜 풍월의 위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큰 폭으로 오른 월세는 풍월의 영업에 큰 타격이 되었다. 공사 기간에도 한 번도 안 밀렸던 월세를 2009년 월세 인상 이후 세 차례나 연체하게 되었다. 이후 다달이 월세를 계속해서 내었지만, 한 번에 두세 달 치 월세를 치르기는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한 달 한 달 밀린 월세를 줄여가며 영업을 하였지만, 2014년까지 결국 한두 달씩 월세를 밀린 채로 장사했다.
2009년 인상 직후 밀렸던 월세를 조금씩 줄여가며, 직접 주방에서 요리하던 차종민씨. 그는 한 가족의 가장이자 다섯 식구의 고용주였다. 어려웠지만, 풍월은 여러 가족이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늦은 새벽까지 가게를 지키며,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2014년 찾아온 불경기를 이기기 힘들었다.
매달 꾸준히 월세를 내다가 2014년 8월, 9월 두 달 월세를 또 밀리고 말았다. 다시는 안 밀리겠다고 수차례 약조한 바가 있어, 부랴부랴 대출을 받아서 밀린 월세를 냈다. 하지만 2014년 11월, 건물주는 더는 계약갱신을 안 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달은 시커먼 먹구름에 가려졌다. 풍월이 나가고 난 자리에는 쟈끄데상쥬 미용실이 들어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돌았다.
당시는 공교롭게도 정부 차원에서 준비한 '권리금 보호법안(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표되고,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앞 둔 시기였다. 지난 5월 뒤늦게 통과된 법안은 "임차상인의 영업가치(권리금)는 임차상인의 재산이며, 함부로 약탈당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권리금을 회수기회를 통해 보호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정법대로라면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이 점포를 양도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건물주가 직접 점포를 사용한다고 퇴거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권리금을 임차인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
법은 권리를 보장하는가 아니면 제한하는가?
이 법이 통과된 것은 지난 5월 13일. 임차상인들의 피해가 극심했던 터라 개정 상가법은 이례적으로 시행 당시 존속 중인 계약에 곧바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풍월은 4월에 계약이 종료된 상태여서, 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못했다.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금 회수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이선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조직국장(40)은 "진즉에 통과되었어야 하는 법이 늦게 통과되면서 몇 달, 심지어 단 며칠 차이로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함께 마련되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풍월도 법이 한 달만 일찍 통과되었더라면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었을까?
기자가 입수한 자료(건물주 측이 풍월 관련 기사에 대해 KBS에 신청한 정정손해배상청구 언론조정신청서)에 따르면 건물주 측은 "풍월은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어 개정법을 적용해도 어차피 권리금 회수기회가 보장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이 일찍 개정되었더라도, 어차피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자가 확인한바, 풍월은 2009년 임대료 50% 인상 직후, 그리고 2014년 퇴거 통보를 받고 난 뒤, 두 차례에 걸쳐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체한 사실이 있다.
이에 대해 이선민 맘상모 조직국장은 "풍월이 차임을 연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2009년의 일이다"라며 "그 뒤 꾸준하게 연체된 차임을 줄여왔다"고 변호했다. 그는 "2009년 뒤로 계속 임대차 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권리금 관련 법안이 통과될 즈음 퇴거 요청을 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선민 국장은 "법안의 내용대로 차임의 연체가 갱신 거절의 사유는 될 수 있더라도, 부득이한 상황에서 차임을 연체하였다고 영업 가치를 회수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임차상인들에게 너무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UCLA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거치며 임차상인의 권리에 대해 연구 중인 이예원(30)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행 상가법과 상가임대차 관행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의 과도한 차임 인상을 거절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차임 인상으로 인해 월차임을 연체하게 되었을 경우, 계약갱신은 물론 권리금 회수기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과도한 차임인상 요구가 결국 임차인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밝혔다.
현재 풍월의 요구는 "법에서 보장된 권리금 회수기회를 풍월에도 달라"이다. 특히 건물주가 운영하는 미용프랜차이즈가 입점할 경우 법의 직접적인 개정 이유가 된 "권리금 약탈"이라는 것이다. 주변 상인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현재 풍월의 권리금은 3억 원을 호가한다. 법적으로는 개정법 시행 전에 계약이 종료되어서, 또 법이 적용된다 해도 월차임을 연체한 이력으로 권리금 회수기회조차 보장이 안 되는 풍월.
이러한 상황에서 권리금 회수기회를 주장하는 정당성에 대해 '풍월작전단'(풍월을 지키기 위한 직접 행동을 목적으로 모인 시민들)의 조윤(22)씨는 "애초부터 임차상인들의 싸움은 법 밖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법 밖에서의 싸움이 임차상인의 권리를 법안으로 조금씩 가져오고 있다. 풍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행법으로 보장되는가 안 되는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임차상인의 권리를 절대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는 풍월의 임대인 측 입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며칠 동안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수 차례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끝내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풍월작전단은 향후 프랑스 쟈끄데상쥬 본사 앞 시위와, 건물주의 대표로 있는 또 다른 브랜드 '아이밸르' 앞에서의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리가 없다"는 건물주 측과, "법으로 보장이 안 될 뿐, 임차상인의 권리는 존재한다"며, "삶을 빼앗으려는 세력에 대해 단호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힌 풍월작전단. 독자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건물주 "차종민씨 주장은 허위... 본인이 악덕 건물주처럼 비춰진다" |
지난 24일, 건물주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보도된 차종민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반박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영업 1년 만에 월차임을 두 배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
본인(건물주)는 그 당시 임대료를 두 배 올려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임대료 조정협의 초기부터 본 건물상가의 임대료 수준이 주변 시세보다 현전히 낮기에 일정부분 임대료 인상을 하기로 협의하였습니다.
동 기사에 따르면 가로수길 이면입지, 즉 본인의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임대료 추이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66제곱미터에 대한 수치로, 이를 풍월의 면적이 237제곱미터에 적용할 경우, 당시 시세와 차이가 있습니다.
2009년 풍월의 인상 전 임대료(400만 원)는 그 당시 주변시세의 범위 중 중간값을 적용했을 경우(736만 원)의 1/2 수준이었습니다. 2009년 인상된 임대료(600만 원) 또한 주변시세에 비하여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주변의 임대료 시세가 50% 가까이 인상되던 2009~2011년의 3년간 임대료는 인상조건없이 동결해주었습니다.
임대료 시세 등을 언급하지 않고, 임대료가 50% 인상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을 근거로 건물주가 월차임을 과도하게 인상한 것처럼 작성된 귀사의 보도로 인하여, 본인이 마치 악덕 건물주와 같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2009년 월세 인상 이후 세 차례나 연체하였다"는 주장에 대해
세입자는 2009년 8차례에 걸쳐 3개월분 임대료를 연체하였으며, 2010년 2개월분 12차례, 2011년 2개월분 11차례, 2012년 1개월분 12차례, 2013년 1개월분 10차례, 2014년 10월까지 1개월분 총 8차례 연체하였습니다.
그리고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9개월 임대료와 관리비, 11개월의 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속된 임대료 연체로 인하여 본인은 지난 7년간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임대인과의 마찰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어왔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관련 주장에 대해
세입자는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허위입니다. 이선민 맘상모 조직국장의 인터뷰 내용은, 마치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을 약탈하기 위해 일부러 법 시행 전 명도를 요청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 건물명도 소송은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와 전혀 관련이 없고, 본인과 세입자 차종민 간 계약위반에 따른 명도요청인 것입니다.
세입자 차종민은 임대료를 상습 연체해 왔고, 자신도 이를 인정하여 지난 2011년 6월 29일 자필 확약서를 통해 2기분 이상의 임대료를 연체할 경우 계약해지 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동의하였습니다. 2014년 4월 연장계약 당시에는 특약사항까지 만들어 성실한 임대료 지급을 약속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입자 차종민의 임대료 연체는 계속되었고, 본인은 지난 2014년 10월 17일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위반 사실과 그에 따른 명도를 요청하였으며, 건물주인 본인은 당시 임대계약의 만료일인 2015년 4월 15일 이후에는 연장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세입자와 맘상모 측은 본인이 권리금을 약탈하기 위하여 세입자를 악의적으로 명도 요청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부랴부랴 대출을 받아서 밀린 월세를 냈다"는 주장에 대해
앞선 타 언론사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세입자 차종민은 2014년 초 당시 밀린 임대료 때문에 1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귀사와의 인터뷰에서는 2014년 8월과 9월 임대료가 밀려서 대출을 받았다고 하는 등 그 주장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또한, 당시 밀린 임대료는 2개월분이었고, 해당 상가의 월 임대료는 640만 원이었는데, 밀린 임대료 2개월분 때문에 1억 원이라는 거금을 대출받았다는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미용프랜차이즈가 입점할 것", "권리금 약탈"이라는 주장에 대해
쟈끄데상쥬 미용실이 들어설 것이라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보도함으로써, 본인이 자가사용 목적으로 권리금 약탈을 위해 세입자를 내쫓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임대료 연체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한 건물명도 요청입니다. 이후 공간활용 계획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과도한 차임인상 요구가 결국 임차인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마치 과도한 임대료 인상이 세입자 차종민의 임대료 연체의 원인이고,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종민의 경우 2009년 4월 16일부터 2015년 4월 15일까지 6년간 임대료 증가율은 연평균 3.4%에 불과합니다. 이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상 한도(연 9%) 대비 37%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기사는 본인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인상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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