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추모토크쇼가 <오마이뉴스> 황방열 기자(맨 왼쪽)의 사회로 진행 되고 있다. 패널에는 (오른쪽 부터)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참석 했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추모토크쇼가 <오마이뉴스> 황방열 기자(맨 왼쪽)의 사회로 진행 되고 있다. 패널에는 (오른쪽 부터)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참석 했다. ⓒ 이희훈

북한의 DMZ 지뢰 도발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에 반발한 북한군이 17일 확성기를 틀어 맞대응에 나섰다. 남북이 장성급군사회담 후속합의서를 통해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선전활동을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하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14년 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추모 토크쇼가 열렸다. '평화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주제로 2시간여 진행된 이날 토크쇼는 황방열 <오마이뉴스> 기자의 사회로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패널로 참석해 남북관계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토크쇼 참석자들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을 천명했던 박근혜 대통령 정부 아래서 남북관계는 오히려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뜻은 고맙지만 당신들 남쪽에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느냐"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 특사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박지원 의원은 정상회담 당시 공식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를 상기했다. 정상회담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군인은 총을 가지고 있으면 쏘고 싶은 유혹을 한없이 느낀다, 북측에서 남측으로 매일 대남방송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중단하겠다"고 언급했고, 곧 이를 실천에 옮기겠다고 약속한 것이 상호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것.

박 의원은 "목함 지뢰 사건으로 대북방송이 시작되고, 북한에서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놓고 총을 쏘아대고 대남방송까지 하니 상황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문정인 교수는 이달 초 이희호 여사의 방북 당시 통일부가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가 북측으로부터 거부당한 일은 우리 정부의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방북은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이 여사가 방북하던)8월 5일 통일부가 북에 전통문을 보내서 당국자 회담을 제의해 이 여사의 방북을 평가절하한 것은 상당한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9월 방북 당시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당시 50여 명의 민간방북단 중 몇 명이 '평양을 방문했으니 예우차원에서 김일성 주석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금수산 궁전을 참배하고 싶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했지만, 북측은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노 전 의원은 당시 북측으로부터 "뜻은 고맙지만 당신들이 남쪽에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느냐, 남쪽에는 이 문제를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북관계가 모처럼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남북관계에 손상을 입히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남과 북이 서로 이러한 배려를 상대방에게 보인다면 많은 문제가 자연히 풀리리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도 "과거 방북 당시 북측의 고위관리가 '남측의 극좌적인 사람들은 제발 북한 방문에 참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북측에서 받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우리들 좋다고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받지 않겠느냐, 이 사람들이 와서 극렬한 행동을 하니 오히려 남측과 적대적 관계가 심해진다'고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박 의원은 "북한도 알 건 다 알고 있다"면서 "남북 간에 극좌적, 극우적인 행동은 서로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악화 막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 토크쇼 패널로 참석한 (오른쪽 부터)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 토크쇼 패널로 참석한 (오른쪽 부터)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 이희훈

지난 6월 북한군 병사의 숙박귀순, 이달 초의 목함 지뢰 사건 등 군 경계태세의 허점을 드러낸  박근혜 정부의 안보무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우리 측 관리지역에서 목함 지뢰가 폭발해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지만, 북한의 소행이라고 한들 (사전에 이를 막지 못한) 우리 국방이 굉장히 염려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다른 건 실수해도 되지만 국방은 실수하면 다 죽는다, 이번만은 박 대통령이 군기를 확실하게 세워서 국방장관, 합참의장,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남북이 비무장지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는 우발적이거나 계획적인 사건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계획적 사건이었다고 해도 경고방송하고 비방방송을 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시 남북합의서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국면을 전환해 남북 간에 신뢰구축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정부"라고 지적했다.

노 전 의원은 남북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새누리당이 늘 남북관계에 앞서 국내정치에서의 이해타산을 따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의) 남북관계 개선노력에 대해 '퍼주기 했다'고 폄하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했던 것처럼, 지금도 '어떻게 하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느냐'의 판단기준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내 정치에서 지지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하는 판단의 결과로 늘 강경대응이 채택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새정치연합, 갑자기 안보정당, 성장정당이 되려하니 헷갈려"

토크쇼 2부는 민주주의 위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한국사회가 겪는 민주주의의 후퇴상황 속에서도 무력한 모습만 보여주는 야권의 현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박 의원은 총리 인사청문회와 공무원 연금개혁, 추경예산안 통과에 협력한 야당은 최소한 세월호 문제와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무엇이라도 얻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는데, 아무것도 얻어 내지 못하고 다 줘버리기만 하니 '무기력한 야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정련이 새누리당보다도 치열하지 못하다"라면서 "새누리당은 굉장한 세대교체를 이루었는데, 새정련은 김대중 대통령이 발굴했던 386들이 586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과거 70~80석일 때는 야당다웠지만, 18,19대 국회에서 130석이 되니 '웰빙 야당'이 되어버렸다, 치열함을 가지지 않으면 또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행하지만 신당 창당은 상수라고 본다"고 했던 그는 분당 쪽 입장에 서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치는 생물이다, 미래의 일을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야권이 단일화해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야 하고, 새정련은 통합단결해서 승리의 길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노 전 의원은 "'정권교체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늘 40%가 넘는 유권자들이 '그렇다'고 답변하지만,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사람들에게 '야당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일부만 '그렇다'고 답변한다"면서 "정권교체는 필요하지만 지금의 야당으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에서의 야권연대에 대해서 노 전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쳐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차이가 있을 때는 이합집산을 되풀이 하는 것보다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큰일에서는 힘을 합하는 '협력적 경쟁관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의석을 단 한 석이라도 줄이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기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어디서 출마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당에서 함께 논의해서 정할 것"이라며 "선택의 폭이 없는 것은 아니다, A 아니면 B"라고 답변했다.

문 교수는 "유권자들은 정당을 선택할 때 비젼을 보고 투표하는데, 그동안 평화정당, 복지정당, 평등정당을 표방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갑자기 안보정당, 성장정당이 되려고 하니 헷갈리는 것"이라며 "대표가 바뀌었다고 하루 만에 정체성이 바뀌는 정당에 신뢰가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진행된 토크쇼의 자세한 내용은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아이튠즈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6.15공동선언#김대중도서관#박지원#노회찬#문정인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