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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빨리 흘러갑니다. 어느덧 2015년의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설, 단오와 함께 3대 명절로 불리는 추석은 그 중 으뜸인 명절로 불립니다. 한 해의 노고와 결실을 마무리하는 가을의 정점에 추석이 자리 잡은 이유겠지요. 배부르고 등 따습다면 마음은 넉넉해집니다.

그럼에도 나라는 어지럽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노동 시장 '개선'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부족한 공감대에도 역사 교과서를 하나로 통일하는 국정교과서 추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아버지 세대에게는 임금피크제를 강요하는 등 살기가 팍팍합니다. 가족과 모인 추석 밥상에도 이런 저런 나라의 어지러운 일이 안줏거리로, 화제로 오르내리겠지요.

<오마이뉴스>는 추석 연휴에 벌어진 잊지 못한 주요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 사회에 충격을 줬던 사건들, 지존파 사건과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을 정리합니다. 또 추석이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다시 보기'해 봅니다. 올 추석은 무사, 무탈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1990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군사 정권의 전방위 사찰 폭로

 1990년 10월 4일 윤석양 이병이 폭로한 보안사 민간사찰 자료
 1990년 10월 4일 윤석양 이병이 폭로한 보안사 민간사찰 자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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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4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한 군인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 사무실에 앉았습니다. 군인은 컴퓨터 디스켓을 비롯해 1번부터 1000번이 넘게 번호가 적혀 있는 개인 카드 목록을 꺼냈습니다. 목록에는 김수환 추기경, 문익환 목사 등 종교계 지도자를 비롯해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 김대중 평민당 총재, 노무현 국회의원, 박원순 변호사 등 야권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내용에는 누군가의 비상 탈출구, 담장 높이 등을 담은 집 전경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의 일반 병사로 근무하던 중 프락치 활동을 권유받고 분석반 등에서 수사 업무 협조를 했습니다. 지난 23일 새벽 사무실에 있던 자료를 일부 가지고 탈영했습니다."

그는 스물네 살 윤석양 이병이었습니다. 그의 폭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보안사가 국회의원과 교수, 언론인 등 사회 각계 인사 1300여 명을 사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택시나 다방 안에서 이뤄진 대화 내용은 물론 여자 관계 등 은밀한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약점과 비리 등이 낱낱이 까발려졌습니다. 군사 정권의 반인권적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4일간의 연휴를 마치고 귀향길에 오른 시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당시 "윤 이병이 폭로한 자료는 불순 세력으로부터 요인들을 보하기 위한 신상 자료일뿐 정치적 목적의 사찰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윤 이병의 학생 운동권 전력을 들먹이며 폭로의 순수성을 공격했습니다.

보안사 규탄 집회가 연일 계속 됐고, 결국 국방부는 불법 사찰을 시인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보안사는 1991년 국군기무사령부로 간판을 바꾸고, 정치 사찰 중지를 선언했습니다. 지휘부 교체 등 조직과 직제를 개편하고 윤 이병이 근무했던 서빙고 분실도 해체됐지요. 그러나 사건의 주인공 윤 이병은 '군무이탈죄'로 2년형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연휴에 터진 끔찍한 엽기 살인극... 지존파 사건

논픽션 다이어리 영화 스틸컷 지존파 사건 당시 경찰수사 재현현장(1994) 자료사진.
▲ 논픽션 다이어리 영화 스틸컷 지존파 사건 당시 경찰수사 재현현장(1994) 자료사진.
ⓒ <논픽션 다이어리>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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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한 가운데인 지난 1994년 9월 19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엽기적 살인 사건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 지존파' 사건입니다. 일당 6명은 공원 묘지에서 벌초하던 중소기업 사장 부부, 혼자 길을 걸어가던 20대 여성 등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담력을 키운다며 인육을 먹었고, 증거를 없애려고 시신을 불 태우기도 했습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모두 20대 청년들. 이들은 가난한 집안 배경에 고교 또는 중학교 중퇴자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막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이들은 '가진 자의 것을 빼앗고, 그들을 죽인다'는 행동 강령을 세웠습니다. 검거 직후엔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범행 동기를 '가진 자들의 횡포에 대한 대항', '대학 입시 부정' 등 사회 부조리로 돌렸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석상을 받은 국민은 백화점 고객 명단이 살생부가 될 수 있음을, 사람을 동물처럼 도살한 소각장이 있음을 TV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연휴 내내의 충격은 우리 사회의 물질 만능 주의, 사회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 입시 위주의 교육 등 병리 현상과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게 합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녀자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인 '온보현 사건'까지 터지자 인간성 회복을 위한 범사회적 운동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그 다음 해, 지존파를 모방한 '막가파' 일당이 검거돼 또 다시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대법원은 다음 해 지존파 일당에게 살인·사체 유기 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6명 일당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윷놀이 훈수 다툼에, 귀향 설움 달래다 살인까지

 오랜만에 이웃마을 주민들과 만나 윷놀이(우측)를 즐기고 서로 술 잔을 권하고 있다.
 오랜만에 이웃마을 주민들과 만나 윷놀이(우측)를 즐기고 서로 술 잔을 권하고 있다.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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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면 빠질 수 없는 윷놀이. 지금쯤 윷을 던지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독자들이 계실 텐데요. 이 윷놀이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지난 1991년 9월 24일, 연휴에 광주에 사는 구아무개씨가 동네 빈터에서 벌어진 윷놀이판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구씨가 1명에게 훈수를 하자 다른 사람이 항의를 했고, 구씨가 그를 밀었습니다. 그는 두개골이 함몰돼 숨졌습니다. 구씨는 곧바로 폭행 치사죄로 구속됐습니다.

추석에 귀향하지 못한 이들이 함께 모여 술을 마셨습니다. 신세를 한탄하고 설움을 함께 달래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생 친구의 반말에 싸움이 시작됐고 결국 식칼로 사람을 죽인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지난 1990년 10월 3일, 세들어사는 임아무개씨가 자신의 방에서 동생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임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과 동생 친구가 집으로 찾아와 "추석인데도 고향에 못 간 설움을 함께 달래자"고 해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 친구가 술에 취해 반말을 하자 "건방지게 친구 형에게 반말을 하느냐"며 부엌에서 식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임씨는 정씨의 가슴 3곳을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추석 용돈을 벌기 위해 나서다 사람을 죽인 일도 있었습니다. 추석에 낚시를 가기 위해 절도를 하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사건인데요. 지난 1980년, 중학교 3학년인 박아무개군은 추석에 친구와 함께 낚시를 가기로 했다가 돈이 없어 평소 자주 놀러 가던 친구 집에 물건을 훔치러 갔습니다. 그 집에 살던 여섯 살 난 여자 아이가 깨자 부엌칼로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지존파 사건#윤석양 이병#추석 살인#추석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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