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는 우리의 역사를 반(反)대한민국 사관,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해 가르치고 있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오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날 "대한민국을 부정하다 보니 북한에서 먼저 정부를 구성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분단의) 책임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산업화 성공을 자본가의 착취로 가르쳐 기업가 정신이 거세된 학생을 만들고 있다" 등 기존 역사교과서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야당과 역사학계 등 강한 반발에 부딪힌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총대'를 온전히 여당이 짊어진 모양새였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성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포함된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왜 북한의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북한'을 역사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으로 지목하며 다른 출판사도 비난하고 나섰다.
우선 그는 "(기존) 역사교과서를 보면 북한 체제가 매우 정상처럼 서술돼 있다"라며 "'비상교육'의 고교 교과서 386페이지엔 '주체사상은 북한 실정에 맞춰 주체적으로 수립한 사회주의 사상'이라 돼 있는데 김일성 주체사상을 정당화하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두산'의 역사교과서를 보면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화하다'라는 소제목이 있는데 국내 종북세력이 쓰는 말을 그대로 쓴 것"이라며 "분단국가로서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세력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가르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역사교과서들에 대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는 "현행 역사교과서는 분단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 매우 많고 '부정'의 역사관을 물려주도록 쓰여졌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또 "가장 위험한 독재정권을 옆에 두고 있는 우리는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박 대통령, 국사 교육 문제점에 우려 표한 적 있다"김 대표만이 아니었다. 사실상 모든 당 지도부가 김 대표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중·고교 역사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 발표가 조만간 있을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정부가 다음 주 초 국무회의(13일)를 전후해 '단일 국사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그대로 인정한 셈이다.
그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 역시 북한이었다. 그는 "제가 국방위에 있을 때 고교 졸업 후 입대한 장병들 60%가 설문조사에서 미국을 주적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며 "6년 간 잘못 그려진 역사관을 (군 훈련소) 6주 만에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을동 최고위원 역시 "어떤 교과서를 보면 개도국의 새로운 성장 모델인 새마을운동에 대해 농민 권익 증진에 소홀했다고 부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라며 "편향된 역사가 긍정의 국가발전의 기틀이 될 수 없다, 다양한 역사관이라는 미명 하에 편향된 역사 난립을 바로잡고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역사교과서가 편향된 집필진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되는데 A사의 집필진 6명이 다른 출판사로 그대로 옮겨가 똑같은 내용을 기술하고 김일성 우상화에 쓰이는 '보천보 전투' 등을 그대로 쓰고 있다"라며 "소수의 몇몇 집필진이 옮겨다니며 (교과서를) 기술해서는 국민의 교과서일 수 없고 본래 검인증제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부의 '단일 국사교과서 추진 방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사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적 있다"라며 지난해 2월 13일 '2014년도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당시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또 "그것이 대통령의 최종 입장이고 청와대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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