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간의 딸> 겉표지
<시간의 딸>겉표지 ⓒ 엘릭시르
15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일종의 내전이 일어났다. 후대의 사람들이 '장미전쟁'이라고 부르는 이 내전은 30년 동안 이어졌다.

영국의 왕위 계승을 둘러싼 랭커스터가와 요크가 사이의 싸움이었다. 두 가문의 문장이 모두 장미 모양이었기에 이를 장미전쟁이라고 부른다. 전쟁이 일단락되고 요크가의 리처드 3세가 왕이 되었지만, 그를 비난하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는 애초에 왕이 되었어야 할 조카 두명을 런던탑에 가두어서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고 한다. 결국 후에 튜더 왕조의 문을 연 헨리 튜더가 군사를 일으키고, 보즈워스 평야에서 리처드 3세와 결전을 벌인다.

리처드 3세는 이 마지막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지만 전사하고, 헨리 튜더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장미전쟁은 이렇게 끝난다.

병원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경찰

그래도 궁금한 점은 남는다. 리처드 3세가 정말 조카 두명을 직접 죽였을까. 측근들에게 죽이라고 지시했을까. 아니면 그 조카들이 정말 런던탑에 갇혀서 죽었을까. 역사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언제 어디서나 있는 법이다.

조지핀 테이는 자신의 1951년 작품 <시간의 딸>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의 무대가 중세 영국은 아니다. 작품의 배경은 20세기 중반의 영국, 주인공은 경찰정에 근무하는 앨런 그랜트 경위다.

그는 근무 중에 거리의 맨홀에 빠져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 할 일이 없어진 그는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가 장미전쟁과 리처드 3세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된다.

그리고 역사서적을 읽으면서 리처드 3세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도와줄 조사원도 한 명 있다. 엉청난 권력욕을 가졌던 리처드 3세가 정말 조카들을 죽였을지 의문이다. 앨런 그랜트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 과거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400년 전에 있었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400년 전 사건의 진실

리처드 3세는 곱사등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것 역시 후대에 조작된 이야기라는 설이 있다. 하긴 400년 전에 존재했던 인물에 대해서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앨런 그랜트도 그래서 역사 서적과 소설을 통해서 과거에 대한 공부를 한다.

이 작품은 '앨런 그랜트 시리즈'의 한 편이다. <시간의 딸>에서는 앨런 그랜트가 병원 침대에 누워 있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거리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 앨런 그랜트도 침대에 누워 있으며 거리를 뛰어다니고 싶었을 것이다.

역사와 관련된 미스터리는 항상 흥미롭다. 글자 그대로 역사와 미스터리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딸>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을 읽다보면 30년 동안 이어진 장미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리처드 3세라는 인물이 다가온다. 그가 런던탑에 감금했다던 조카들의 모습도. 이런 것들이 역사 미스터리의 매력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시간의 딸> 조시핀 테이 지음 / 권도희 옮김. 엘릭시르 펴냄



시간의 딸

조지핀 테이 지음, 권도희 옮김, 엘릭시르(2014)


#시간의 딸#장미전쟁#리처드3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