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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겉표지
<몰타의 매>겉표지 ⓒ 황금가지
범죄소설의 역사를 장식했던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 그 중에서 5명만 골라서 일종의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그 중 한 명은 대실 해밋이 될 것이다. 대실 해밋은 레이먼드 챈들러와 함께 '하드보일드의 창시자이자 거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창조한 주인공들은 소위 말하는 '안락의자 탐정'이 아니다. 그는 응접실에 있던 탐정을 거리로 끌어냈다. 그의 주인공들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뛰어다니고 거침없이 주먹을 휘두르며 상대를 제압한다.

어찌보면 이런 변화는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시대가 변하면서 범죄의 양상도 바뀐다. 과거에 개인적인 동기로 살인을 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폭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집단을 상대하려면 탐정 역시 거칠어질 수 밖에 없다.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표작

1930년에 발표한 <몰타의 매>는 대실 해밋의 대표작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새뮤얼 스페이드'라는 탐정을 창조해낸다. 비슷한 시기에 레이먼드 챈들러가 만들어낸 '필립 말로우'와 함께 하드보일드의 가장 대표적인 탐정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스페이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탐정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독신이고 평소에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180이 넘는 키에 약간 구부정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 하드보일드에 어울리는 외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필요할 때는 망설이지 않고 상대에게 주먹을 날린다.

<몰타의 매>에서 그는 제목처럼 '매'와 관련된 사건에 연관된다. 이 매는 15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십자군 전쟁과 관련해서, 후에 '로도스 기사단'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지중해의 크레타 섬에 정착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에게 '매 조각상'을 선물했다.

그것도 하찮은 조각상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의 보물로 장식한, 길이 30센티미터의 장엄한 조각상이었다.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상상도 하기 힘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조각상의 행방이 불명해진 것이다. 이 조각상이 과연 지중해에서 멀고 먼 샌프란시스코까지 흘러 들어왔을까? 새뮤얼 스페이드는 이 조각상과 관련된 인물들과 얽혀가기 시작한다.

독특한 탐정 새뮤얼 스페이드

'사라진 어떤 물건'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그것이 역사와 관련된 물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안에는 역사와 추리, 범죄와 살인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종교가 섞여있기도 하다.

이런 작품들을 읽다보면 '이 물건의 정체가 무엇이고, 나중에 어떻게 찾게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몰타의 매> 역시 마찬가지다. 대실 해밋은 이 작품 안에서 이런 요소들을 모두 뒤섞어냈다.

작가 대실 해밋은 실제로 탐정 활동을 한 경력이 있다. 미국의 핑커튼 탐정 사무소에서 탐정으로 일을 했던 것. 그런 경험이 <몰타의 매>를 포함해서 일련의 작품들을 발표한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명예의 전당은 둘째치더라도, 범죄소설의 역사를 논할 때 대실 해밋은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창조한 새뮤얼 스페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낭만과 냉소가 결합된 하드보일드의 대표적인 탐정이다.

덧붙이는 글 | <몰타의 매> 대실 해밋 지음 / 김우열 옮김. 황금가지 펴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황금가지(2012)


#몰타의 매#대실 해밋#새뮤얼 스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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