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복 70주년 기념 제2회 재일 민족교육?시민사회 활동가 초청 광주연수> 프로그램에서 본인을 소개하고 계신 김광민 선생님
▲ 김광민선생님 <광복 70주년 기념 제2회 재일 민족교육?시민사회 활동가 초청 광주연수> 프로그램에서 본인을 소개하고 계신 김광민 선생님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광주광역시에서 지난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광복 70주년 기념 제2회 재일 민족교육·시민사회 활동가 초청 광주연수>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일본에서 동포 3세, 4세들을 대상으로 우리말, 우리 역사를 가르치는 민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교사들과 교육자료 등을 지원하는 동포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2박 3일간 진행되는 이 행사는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동북아 한민족 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이며 통일시대를 위한 교육기관인 <6.15학교>가 주관을 맡았다. 이 연수프로그램은 작년에 이어 올해 2회째. 작년에는 후쿠오카 지역의 교사들이 방문했으며 올해에는 오사카 지역의 교사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동포 교사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광주학생운동, 5.18민주공원 등을 방문하여 민족․민주주의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광주 교사들과의 토론회를 진행하여 민족교육의 진로를 모색했다. 또 광주시민들과 함께 하는 통일염원 음악회를 통해 통일에 대한 의지를 함께 나누었다고 한다.

행사를 기획한 6.15학교 박상희 연구실장은 "통일은 남, 북, 해외 3자가 함께 진행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통일을 위해 해외동포들과의 연대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민족교육을 지키는 동포 선생님들을 모시고 역사연수, 민족교육 현황 교류를 진행하고 통일에 대해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덧붙여 "일본에서 민족교육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바로 민족교육 동포 교사들이시다. 일본정부의 탄압에 맞서서 활동하고 계시는 것이다. 한국도 지금 비슷한 현실에 처해있다. 역사교과서가 왜곡되고 있다. 이런 공통점에 의거하여 광주 교사들과 현황을 공유하고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동포들의 민족교육 현황은 어떠하며 동포들은 분단으로 어떤 고통을 받고 있을까? 이 행사에 참가한 재일동포 3세 김광민 코리아 NGO센터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 선생님께서 소속된 단체 소개해주세요.
"민족교육은 재일동포 생사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동포 3, 4세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조선학교, 민족학교는 전체 동포 3, 4세들의 10%만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단체는 일본학교에 다니는 동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을 비롯한 교육 자료들을 제공해 드리거나 선생님들의 연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단체는 일본학교에서의 민족교육권을 보장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일본 행정당국과의 창구 역할도 진행하고 있으며 민족교육권 실현을 위해 항의할 것이 있으면 항의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정부가 조금이라도 재일동포에 대한 민족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요구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일본교육을 진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민족교육은 재일동포 생사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우리 민족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차별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만약 일본정부가 재일동포를 소수민족으로 인정한다면 국제인권법에 따라 민족교육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보니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은 차별과 멸시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민족과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교육현장에서 일본인들에게서 나오는 말이 "한국(조선)인은 한국(조선)땅에 가라!" 이런 발언들입니다. 일본학교에서 민족수업을 할 때 "당신들은 왜 여기를 왔는가, 누구 허락을 받고 왔는가"는 식의 경계심이 가득한 발언을 듣기도 합니다.

재일동포들은 "당신은 2류 시민이다. 일본사람들보다 낮은 위치다"는 발언을 일상적으로 듣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재일동포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은 재일동포들이 열심히 사느냐 살지 않느냐와 상관이 없습니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재일교포들의 인권상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 보통 일본학교에서 진행하는 민족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보통 민족교육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방식으로 언어를 가르치고 문화체험, 역사학습을 한다고 상상하십니다. 그러나 일본학교에서 민족학급은 아이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부담감을 가지고 오는 아이들에게 "책펴라, 공책펴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스타일은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 힘듭니다.

따라서 "민족학급에 오고 싶다. 민족학급이 재미있다. 여기가 나의 마음이 편한 공간이다"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고 즐거운 수업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이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말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놀이를 해보자" 이런 식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지리공부를 할 때도 커다란 지도를 가지고 와서 퍼즐 식으로 진행합니다."

- 그렇다면 민족교육을 얼마나 자주 하나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일본학교에서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민족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민족교육을 진행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그 교실로 교육을 받으러 오지도 못합니다. 민족정체성이 드러나면 일본 아이들에게 차별을 받을까봐 두려운 것이죠. 따라서 일본 교사들과 일본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말이죠."

- 주제를 바꿔서요, 행사 프로그램 중에 통일콘서트 프로그램이 있던데, 동포들에게 한반도 분단문제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교육이란 공공의 영역이지만 일본에서의 민족교육은 '투쟁'을 통해 이루어져왔습니다. 특히 조선학교의 경우 일본정부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동포들이 자신이 가진 얼마 안 되는 돈을 기부하여 민족교육을 진행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우리나라가 분단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재일동포들도 갈라져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한 가족 내에서도 한국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으면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남북 분단으로 인해 재일동포들이 조총련과 민단으로 갈라졌고 단결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정부의 탄압 속에서도 민족교육을 지켜온 조선학교는 북한과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정부의 외면을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동포 교사들이 민족교육을 시킬 때부터 조국을 어떻게 부를지 고민합니다. 즉, 북한, 남한이라고 부를지, 북조선, 남조선이라고 부를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조국의 현실 때문에 교사들이 정치적 문제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서 가장 소중히 지켜야 할 민족교육이 갈등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온 측면이 많습니다."

- 분단이라는 현실이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에 악영향을 미쳐왔군요. 그렇다면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에 사는 우리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 볼 때 기본적으로 각종 행사에서 통일과 관련된 슬로건을 내거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일상생활에서 민족성을 지키고 민족교육을 지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분단은 역사의 왜곡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도 왜곡되고 있지 않습니까? 남북분단의 문제도 역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문제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남북이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한국인들이 대개 재일동포의 어려운 상황에 자극을 받으셔서 우리가 재일교포 민족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일본 정부의 차별적인 태도에 맞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느냐고 여쭈어보십니다. 제 생각은 지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한국사회가 일본보다 더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 있는 베트남 등의 소수민족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문화다양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재일동포들이 일본정부에게 "한국도 이러고 있는데 부끄럽지도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반드시 한국인들의 힘으로 한국사회가 일본보다 인권적인 측면에서 더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광복 70주년 기념 제2회 재일 민족교육?시민사회 활동가 초청 광주연수> 프로그램 일환으로 재일동포 민족교육 선생님들은 광주지역 선생님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 <광복 70주년 기념 제2회 재일 민족교육?시민사회 활동가 초청 광주연수> <광복 70주년 기념 제2회 재일 민족교육?시민사회 활동가 초청 광주연수> 프로그램 일환으로 재일동포 민족교육 선생님들은 광주지역 선생님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태그:#재일교포, #재일동포, #광주, #6.15학교, #코리아NGO센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