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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하게 고정된 무언의 시위 글
 단단하게 고정된 무언의 시위 글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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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종이는 코팅을 했고 뒤 고정판은 철망이다.

고쳐질 때까지 무언의 시위를 하겠다는 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평일에는 500여 명, 주말이면 1000여 명이 지나가는 자전거 도로 겸 산책로 다리 난간에 붙여져 있다.

이 종이를 단단하게 붙여놓은 사람은 매일 도로와 주변 쓰레기를 줍고 나무를 가꾸며 암 투병을 하는 송희욱(71) 할아버지. 송 할아버지는 5km 구간 도로 두 곳에 똑 같은 내용을 붙였다.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와 쓰레기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넝쿨에 둘러싸여 있는 나무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와 쓰레기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넝쿨에 둘러싸여 있는 나무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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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물 쓰레기가 치워지고 넝쿨이 제거 된 나무
 음식물 쓰레기가 치워지고 넝쿨이 제거 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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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놓은 곳이고 다른 한 곳은 분뇨 슬러지와 폐유를 영산강으로 흘러 보내는 생활 하수구 아래 다리 난간이다.

두 곳 다 악취가 심하게 나는 곳이다.

몇 개월 동안 음식물쓰레기를 치울 수 없어, 나무와 꽃들이 죽어갔다. 이를 보면서 가슴 아렸던 곳, 관계당국에서 버려진 쓰레기 장소를 찾기 쉽도록 넝쿨로 칭칭 감겨있는 나무를 그대로 놔두었던 곳이다.

송 할아버지는 며칠 전 음식물 쓰레기를 익산 지방국토관리청 광주국토관리사무소에서 나와 말끔히 치웠다며 나무에 감겨있는 넝쿨을 제거했다.

그렇지만 양심을 버린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언제든지 그런 일이 반복 될 수 있다며 걱정스런 표정이다.

 분뇨 슬러지가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비오기 전(왼쪽 사진) 비 온 후(오른쪽 사진)
 분뇨 슬러지가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비오기 전(왼쪽 사진) 비 온 후(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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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리 밑을 지나 영산강으로 흘러가는 분뇨 슬러지와 폐유는 몇 개월 동안 반복되지만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비가 오기 전 날에 누군가가 생활 하수구에 시커먼 양심을 버립니다. 다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몇 미터 전부터 코를 막고 가거나 숨을 쉬지 않고 지나갑니다."

송 할아버지는 냄새가 나는 곳을 가리킨다.

이곳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북구 경계 지역인데다 생활 하수구에 버린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송 할아버지는 며칠 전에 버려진 분뇨 슬러지도 관계기관에 제거를 요구했지만 처리하지 않아 그 다음날 비에 씻겨 영산강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아쉬워했다. 수질오염도 오염이지만 사람도 물고기도 숨쉬기 어렵게 만든, 양심을 버린 사람들을 원망했다.

양심을 버린 사람들, 아픈 건 누구의 몫인가

 자전거 도로 겸 산책길이 있는 아름다운 영산강변1
 자전거 도로 겸 산책길이 있는 아름다운 영산강변1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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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도로 겸 산책길이 있는 아름다운 영산강변2
 자전거 도로 겸 산책길이 있는 아름다운 영산강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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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청 건설과 담당자는 우수관을 통해 무단배출한 사람은 쉽게 찾지 못하더라도 차후에 악취제거 등 구민들이 불편해하는 민원은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한다.

매일 아침 꽃과 나무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송 할아버지.

아직은 암 환자인 송 할아버지의 한숨소리가 길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기분 좋게 지나가는 아름다운 다리가 되는 것은 한 사람만 변하면 될 텐데."

억새축제가 한창인 영산강변은 어디를 가나 가을이 있고 가을에 빠져들 수 있다. 자연은 언제라도 우리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끔은 위로도 해준다.

그런 자연에 몰상식한 사람들은 돌을 던진다.

송 할아버지의 긴 한 숨이 넉넉한 가을 속으로 사라져 다시는 들리지 않을 날은 언제일까. 영산강변에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가 쉼 없이 춤을 춘다, 알 수 없는 가을 노래를 부른다.

 자전거 도로 겸 산책길이 있는 아름다운 영산강변3
 자전거 도로 겸 산책길이 있는 아름다운 영산강변3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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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영산강변 풍경1
 아름다운 영산강변 풍경1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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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영산강변 풍경2
 아름다운 영산강변 풍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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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11월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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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첨단정보라인을 발행하는 발행인입니다. 첨단정보라인은 월간지(광주 라88)로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고 알찬 보도논평, 여론 및 정보 등 주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며 첨단지역 상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관심 현안을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과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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