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 종이는 코팅을 했고 뒤 고정판은 철망이다.
고쳐질 때까지 무언의 시위를 하겠다는 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평일에는 500여 명, 주말이면 1000여 명이 지나가는 자전거 도로 겸 산책로 다리 난간에 붙여져 있다.
이 종이를 단단하게 붙여놓은 사람은 매일 도로와 주변 쓰레기를 줍고 나무를 가꾸며 암 투병을 하는 송희욱(71) 할아버지. 송 할아버지는 5km 구간 도로 두 곳에 똑 같은 내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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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와 쓰레기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넝쿨에 둘러싸여 있는 나무 |
ⓒ 이경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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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놓은 곳이고 다른 한 곳은 분뇨 슬러지와 폐유를 영산강으로 흘러 보내는 생활 하수구 아래 다리 난간이다.
두 곳 다 악취가 심하게 나는 곳이다.
몇 개월 동안 음식물쓰레기를 치울 수 없어, 나무와 꽃들이 죽어갔다. 이를 보면서 가슴 아렸던 곳, 관계당국에서 버려진 쓰레기 장소를 찾기 쉽도록 넝쿨로 칭칭 감겨있는 나무를 그대로 놔두었던 곳이다.
송 할아버지는 며칠 전 음식물 쓰레기를 익산 지방국토관리청 광주국토관리사무소에서 나와 말끔히 치웠다며 나무에 감겨있는 넝쿨을 제거했다.
그렇지만 양심을 버린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언제든지 그런 일이 반복 될 수 있다며 걱정스런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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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뇨 슬러지가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비오기 전(왼쪽 사진) 비 온 후(오른쪽 사진) |
ⓒ 이경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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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리 밑을 지나 영산강으로 흘러가는 분뇨 슬러지와 폐유는 몇 개월 동안 반복되지만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비가 오기 전 날에 누군가가 생활 하수구에 시커먼 양심을 버립니다. 다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몇 미터 전부터 코를 막고 가거나 숨을 쉬지 않고 지나갑니다."송 할아버지는 냄새가 나는 곳을 가리킨다.
이곳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북구 경계 지역인데다 생활 하수구에 버린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송 할아버지는 며칠 전에 버려진 분뇨 슬러지도 관계기관에 제거를 요구했지만 처리하지 않아 그 다음날 비에 씻겨 영산강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아쉬워했다. 수질오염도 오염이지만 사람도 물고기도 숨쉬기 어렵게 만든, 양심을 버린 사람들을 원망했다.
양심을 버린 사람들, 아픈 건 누구의 몫인가
광산구청 건설과 담당자는 우수관을 통해 무단배출한 사람은 쉽게 찾지 못하더라도 차후에 악취제거 등 구민들이 불편해하는 민원은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한다.
매일 아침 꽃과 나무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송 할아버지.
아직은 암 환자인 송 할아버지의 한숨소리가 길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기분 좋게 지나가는 아름다운 다리가 되는 것은 한 사람만 변하면 될 텐데."억새축제가 한창인 영산강변은 어디를 가나 가을이 있고 가을에 빠져들 수 있다. 자연은 언제라도 우리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끔은 위로도 해준다.
그런 자연에 몰상식한 사람들은 돌을 던진다.
송 할아버지의 긴 한 숨이 넉넉한 가을 속으로 사라져 다시는 들리지 않을 날은 언제일까. 영산강변에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가 쉼 없이 춤을 춘다, 알 수 없는 가을 노래를 부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11월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