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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음 주부터 교생 실습을 나가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검정한 역사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됩니다. 그런데 국정 교과서가 도입되면 이 경험이 그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송채은 전국 역사교육과 학생회 연석회의 의장)

교원대와 사범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국정교과서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사실상 정부의 눈 밖에 나면 정식 교사 채용이 어려운 예비교사들이 일신상의 불이익 가능성을 감수하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교육을 정치도구로 전락시켜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역사교육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 13개 교원대 중 12개, 40개 사범대 중 24개 대학 학생회가 참여했다.

지난 12일 교육부는 행정예고를 통해 오는 2017학년도부터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지속해서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왔으니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아 '올바른 교과서'를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나선 대학생들은 현장에서 개별 발언을 통해 교육부의 이러한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역사교육의 특성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합리적이고 다원적인 시각을 기르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서 "(교육부의 행정예고는) '하나 되고 올바른 시각'을 학생들에게 주입하여 통제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국교원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국정화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친일 미화', '독재 미화' 가능성을 꼽지만 이것은 부작용일 뿐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획일적인 단일 시각을 가르치려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예비교사들의 처지에서 볼 때 국정화 교과서 도입이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학교 교육 목적에 명백히 반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교원대와 사범대 학생들이 같은 방향으로 의견을 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학생들 교육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전국의 예비교사들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채은 전국 역사교육과 학생회 연석회의 의장은 국정교과서가 도입되면 중·고등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종의 역사교과서가 있으면 수능 시험에는 이들 교과서에 공통으로 나오는 중요한 부분만 출제된다. 특정 교과서로 배운 학생이 배우지 않은 부분이 출제되어 손해를 보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가 한 종류만 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송 의장은 "국정교과서 체제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첫 표지부터 사진에 달린 각주까지 빠짐없이 달달 외워야 한다"면서 "그동안 역사가 '주입식 과목'이라는 오명을 썼던 게 이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 국정교과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진실을 그렇게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서 춘천교육대 총학생회장은 중·고등학교에서 역사 교과서가 국정화됐을 때 오히려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은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고 있는데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과서에서는 '일제의 의병 대토벌',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토 히로부미' 등 일본의 입장에서 서술한 대목이 다수 발견된다. 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다룬 부분에서는 어느 곳에도 '독재'라는 말을 찾을 수 없다"면서 "정부는 국정화의 목적이 국민 대통합이라고 말하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이런 교과서는 정부와 정권의 입맛에 노릇만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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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들이 밝힌 기자회견 전문이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을 반대하는 예비교사 성명
- 민주시민양성과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라! -

2015년 10월 12일, 정부는 「중등학교 교과용 도서의 국·검·인정 구분 고시」 행정예고를 통하여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많은 역사학도와 역사학자, 그리고 많은 지식인들이 우려하고 반대하였던 참담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전국의 교대·사범대의 학생들은 우리가 만날 학생들을 위하여 헌신하고, 참교육을 실천하는 데에 어떤 고통도 마다하지 않을 무거운 책무를 진 이들로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정부는 다양한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이 학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편향되어 있으며, 반(反) 대한민국 사관을 취하고 있다며 '하나된', 그리고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발행하겠다고 한다. 허나 '하나의 역사인식'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합리적이고 다원적인 시각을 기르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근원으로 하는 역사교육 자체에 대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미래세대의 학생들에게 '하나되고 올바른 시각'을 주입하여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대놓고 드러내는 것과 같다. 학교 교육의 가치는 민주시민의 양성이 아니었는가? 민주시민의 양성에 있어 '하나 되고 올바른 시각을 갖추도록' 하여야 한다는 말 자체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인데, 이와 같은 말을 당연한 것처럼 언급하는 정부가 과연 교육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하나의 해석을 담고, 하나의 사관(史觀)을 포함하는 교과서이다. 대한민국은 광복으로 나라를 되찾고 검·인정제도를 채택한 뒤, 유신체제였던 1974년에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였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국사 국정교과서였다. 당시의 국사 교과서만 보더라도 하나의 해석과 사관은 결국 정권의 홍보수단이자 미화(美化)를 위한 정치도구에 불과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해석과 사관에서 벗어난 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이 때에, 다시 국정교과서로 돌아서겠다는 것은 정부가 민주시민을 양성을 지원하여야 하는 높은 책무를 내던지는 것이며, 다양한 시각과 가치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민주시민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는 퇴행에 불과하다. 학생들 앞에 바로 서야 할 우리들이 이같은 상황을 보면서, 어떻게 학생들 앞에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그 기본소양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하는 교육자로서 당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은 그 어떤 분야보다 정권과 정치에 의하여 함부로 좌지우지되어선 안 되는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선언과도 다름없다.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여 분열과 다툼을 멈추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였지만, 정부가 만들 '역사'는 아름답게 치장되었을지언정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도록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한 정부를 보며, 숭고한 교육이 정치도구로 전락하고 망가져, 학생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서지 못하는 현실 앞에 전국의 교대·사범대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결의와 요구를 밝히는 바이다.

하나, 정부는 역사교육에 대한 통제를 즉시 중단하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
하나, 정부는 교육을 정치도구로 전락시켜 교육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체의 행동을 당장 중단하라!
하나, 우리는 전국의 교대·사범대의 학생이자 미래의 교육자로서 학생들 앞에 바로서기 위하여 민주적이고 참된 교육을 이루어내기 위한 그 어떤 시도와 노력도 감내할 것을 선언한다.

201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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