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상 제1호, 박근혜 대통령. 위 각하께서는 교과서 전반에 나타나는 '그런 기운'을 포착해 많은 수꼴들의 뇌내망상을 현실에 구현하며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점, 그것으로 유신 복고를 꿈꾸는 세력들에게 푸른 희망을 안겨주는 등 유신잔당의 모범이 되므로 상장을 수여함."대학가에 붙는 '국정 교과서' 반대 대자보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대자보가 나왔다. 이 대자보는 박 대통령이 과거 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영남대에서 27일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2일 청와대 '5인 회동'에서, "(현재 교과서에)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게 어떤 부분인가"라는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질문에 박 대통령이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한 답변을 패러디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교과서 전반의 '그런 기운'을 잘 포착했다"는 신선한(?) 상장 대자보에 트위터리안들은 "기발하다"며 약 1010회 공유했다(28일 오전11시).
이 대학이 있는 대구 지역은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19일에는 영남대 역사학과 교수 4명(류준형, 손승회, 이수환, 장문석)이 "국정화 논의는 지난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국정교과서 체제의 망령을 되살리는 역사 왜곡의 터널"이라며 교과서 집필 참여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관련기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교수 469명을 소개합니다).
상장은 27일 일자로, '영대학회 <사람들> 학회장 김영교' 이름으로 수여됐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은 국회 2016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다시금 정부 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을 재천명한 셈이다.
'국정화 비밀 TF' 논란 빗대 "포졸들이 집현전 지키고 있다"풍자와 해학을 이용한, 색다른 대자보들도 속속 알려졌다.
최근 서강대학교에서는 "나랏말싸미 둉북(종북)에 달아 내 이를 어엿비 여겨 이상한 걸 맹가노니…"라는 문구의 '국정화 반대 대자보 연작'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25일 '국정화 비밀 TF'가 아니냐며 야당 의원들이 방문한 서울 국립국제교육원 앞을 경찰들이 지키고 선 사진도 있다. 작성자는 사진 아래 "포졸들이 집현전을 지키고 있다"고 쓰며 이를 풍자했다.
식민지 조선의 비극을 풍자한 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를 각색해 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한 대자보도 있다. 26일 숙명여자대학교에 붙은 이 대자보에는 "청년들이 한국사 국정화 반대 시위를 하다 경시청에 붙잡혔다"는 말에 '영감'이 놀라며 이렇게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죽이나 좋은 세상에, 드디어 북한 주체사상도 바로잡고, 우리나라 발전시킨 국가 수령님 뜻도 공명히 새기고 (…) 강화된 안보의식으로 보호해 주는 태평천하에서 (그런) 부랑당패에 어찌 청년들은 동참을, (하냐)"는 것. 이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정교과서를 철회하라"고 외치던 대학생 15명 전원이 경찰에 연행된 일을 떠올리게 한다(관련 기사:
신촌 모인 대학생들 "가정사가 아닙니다, 국사입니다").
한편 건국대학교 총학생회 등 30여 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한 대학생 대표자 시국회의'는 오는 31일 역사 교과서 저지 전국 대학생 공동 행동에 나선다.
앞서 '국정화 반대'를 주장하며 광화문 등 곳곳에서 1인 시위를 이어온 이들은, 교과서 국정화 관련 행정 예고 마감을 앞둔 31일(토) 오후 2시, 서울 마로니에 공원과 용산 전쟁기념관, 이대 대현 문화공원 등에서 모여 행진한 뒤 4시 청계광장에 모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대학가 '촌철살인' 대자보 모음] "국정화를 목놓아 통곡" 대학가 기발한 대자보 '봇물' "력사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최고지도자의 혜안"? '력사교과서 국정화 립장' 고려대 버전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