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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저 많은 사람들 좀 봐요. 언제 저기까지 올라가지요?"
"글쎄 말이요. 정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네! 마치 인해전술을 방불케 하네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 않아요. 폭포도 구경하고 사람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올라갈 수밖에 없지요."

초만원을 이루고 있는 황과수폭포 계곡전망대.
 초만원을 이루고 있는 황과수폭포 계곡전망대.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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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과수폭포 건너편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마치 인간띠를 형성하듯 폭포 뒤 동굴로 들어가고 있다.
 황과수폭포 건너편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마치 인간띠를 형성하듯 폭포 뒤 동굴로 들어가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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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과수폭포 황과수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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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과수대폭포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중국의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발을 딛을 틈도 없다. 입구에서부터 폭포가 흘러내리는 동굴까지 형형색색의 우산을 쓴 사람들이 인간띠를 이르고 있다. 푸른 숲, 옥처럼 희고 고운 폭포수가 진주처럼 부서진 내리는 풍경 속에 사람들이 꽃을 피운 것처럼 도열해 있다.

최근 중국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유명한 풍경구에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국가 5A 최고 등급인 황과수폭포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황과수폭포에 입장하고자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우리도 긴 줄에 서서 겨우 매표소를 통과했다. 입구를 통과하니 몇 백 년을 묵었을 분재들이 괴이한 모습을 보여주며 해괴하게 생긴 수석과 함께 인고의 세월을 보여주고 있다.

황과수폭포 입구 분재원에는 괴이하게 생긴 분재들이 몇 백년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황과수폭포 입구 분재원에는 괴이하게 생긴 분재들이 몇 백년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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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과수폭포 분재원
 황과수폭포 분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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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귀주성은 높은 산맥들이 시베리아 찬 기류를 막아주기 때문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아열대성 기후를 띠고 있어 나무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황과수대폭포로 가는 길에는 약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분재들이 이리저리 뒤틀리고 꼬인 채 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저렇게 난쟁이처럼 자라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분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얽히고 꼬인 채 서 있는 분재를 바라보자니 내 몸이 마치 뒤틀리고 꼬이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황과수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분재원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곡 깊숙이 내려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멀리 흰 물보라가 물안개처럼 피어오르고, 마치 천군만마가 북을 치며 말발굽소리를 내듯 폭포소리가 온통 계속 속에서 진동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황과수폭포를 눈으로 보기 전에 귀로 즐기라고 했나 보다. 폭포로 다가 가는 동안 세찬 폭포 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입구에서 바라본 황과수폭포. 폭포에서 튀어 나온 물보라가 계곡 가득 물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입구에서 바라본 황과수폭포. 폭포에서 튀어 나온 물보라가 계곡 가득 물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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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없이 이어지는 인파 때문에 한걸음 떼고 한참 동안 멈추어 섰다가 다시 한걸음을 떼어야 하는 것을 반복해야만 한다. 황과수폭포로 올라가는 언덕은 물론 전망대, 출렁다리에도 온통 사람들로 빼꼭히 들어차 있다.

30여 분을 지나 겨우 계곡 전망대에 도착했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폭포에서 튀어나오는 물보라 때문에 비옷을 입고 우산을 써야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폭포의 위용은 대단하다. 거대한 폭포수가 굉음을 내며 거침없이 떨어져 내린다. 계곡 안통은 폭포에서 튀어나오는 물보라가 깊은 연못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전후좌우, 상하로 볼 수 있는 아시아 최대의 폭포

황과수대폭포(Huangguoshu Falls, 黃果樹大瀑布)는 그 지역의 황과(黃果)라는 나무 이름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높이 77.8m, 폭 101m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또한 남미의 이구아수폭포, 아프리카의 빅토리아폭포, 북미의 나이아가라 폭포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폭포로 알려져 있다. 황과수폭포는 전후좌우, 상하에서 관람을 할 수 있는 세계유일의 폭포다. 또한 폭포 안쪽 동굴에서 직접 흘러내리는 폭포를 만져 볼 수도 있다.

높이 78m, 폭 101m에 달하는 황과수폭포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포로 상하 전후좌우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폭포다.
 높이 78m, 폭 101m에 달하는 황과수폭포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포로 상하 전후좌우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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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과수대폭포는 이 지역을 흐르는 주강(珠江) 수계(水系) 지류인 바이수이허(白水河:백수하)의 상류와 하류를 흘러내리는 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큰 폭포이다. 이 황과수대폭포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18개의 폭포가 세계 최대의 폭포군을 이루고 있다.

수이롄동은 폭포가 흘러내리는 절벽 중간 40m 지점에 위치한 약 130m의 동굴로, 입구와 출구, 그리고 동굴 앞쪽이 뚫려 있어 폭포 뒤 지척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입체적으로 폭포의 절경을 바라보는 감동은 크다.

그래서일까? 중국인들은 기를 쓰고 폭포로 몰려든다. 계곡 전망대에서 동굴로 이어지는 가파른 언덕길에는 수많은 인파로 띠를 이루고 있다. 인파로 인해 압사사고가 날까봐 경비원들이 중간 중간 10여 미터 간격으로 쇠줄을 치고 동굴로 향하는 인파를 통제를 하고 있다. 동굴에서 사람이 빠져 나간 만큼만 접근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동안 폭포에서 튀어 오르는 물보라에 온몸을 흠뻑 적시고 말았다. 카메라도 물에 젖어 작동이 잘 되지 않는다.

온몸이 폭포에서 튀어 오른 불보라로 흠뻑 젖었지만 사람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온몸이 폭포에서 튀어 오른 불보라로 흠뻑 젖었지만 사람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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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정말 장관이다. 가대한 바로 지척에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린다. 전망대에서 두 팔을 벌리고 포즈를 취하면 마치 사람이 폭포를 타고 공중으로 비상하는 느낌이 든다. 무릎이 좋지 않은 아내도 병용 아우의 부축을 받으며 폭포 중간에 서서 두 팔을 벌리며 만세를 불렀다.

사람은 놀라운 풍경에서 큰 감동을 받는다. 그 순간에 엔도르핀 보다 수백 배 강한 다이놀핀이 쏟아져 나온단다. 8년 전 심장이식을 받고 기사회생을 한 아내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몇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곳 황과수폭포에서 그 수많은 계단을 올라와 지금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진한 감동을 받고 있다.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다시 피어오르게 한다고 했던가!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본 황과수폭포. 두팔을 벌리고 있으면 마피 폭포위로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 된다.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본 황과수폭포. 두팔을 벌리고 있으면 마피 폭포위로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 된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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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인간띠를 따라 드디어 수이롄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속에서 바라보는 폭포의 모습은 남다른 느낌이 든다. 폭포는 손을 벌리면 바로 닿는다. 동굴에서 밖을 바라 볼 수 있는 창이 6개나 된다. 창마다 폭포가 반쯤 투명한 막을 형성하며 하염없이 쏟아져 내린다. 마치 투명한 얼음장이 가로 막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소리 때문에 사람들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폭포소리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동굴 내부에는 오색 조명이 명멸하고, 절벽에는 푸른 이기와 나목들이 돋아나 있다. 사람들은 그 오묘한 절경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그러나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인파에 밀려 저절로 동굴 밖으로 나가야 한다. 폭포 건너편에는 아직도 동굴로 들어가는 인파가 길게 인간띠를 이루고 있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동굴로 들어가면 폭포 뒤쪽을 만져보며 감상을 할 수 있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동굴로 들어가면 폭포 뒤쪽을 만져보며 감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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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에서 바라본 황과수폭포
 동굴 속에서 바라본 황과수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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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하게 서 있는 모습이 꼭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일행 중 한 분이 동굴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형형색색의 우산을 쓰고 길게 도열해 있는 인파는 푸른 숲에 핀 이름 모를 꽃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말 인간띠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네요!"
"아휴, 저 사람들 언제 동굴 속으로 들어갈까요? 동굴 속을 빠져 나온 것이 꼭 꿈속에서 나온 것만 같아요."

동굴 속에서 바라본 폭포 건너편 인간띠.
 동굴 속에서 바라본 폭포 건너편 인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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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빠져나와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폭포도 절경이다. 거대한 물줄기가 옥처럼 희게 흘러내린다. 사람들은 그 절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마치 그 모습이 죽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표정들이다.

진주를 두드리듯 옥을 깨드리듯 튀어 오르는 물방울

명나라의 여행가이자 지리학자인 서하객(徐霞客, 1587~1641)은 황과수폭포를 "진주를 두드리고 옥을 깨뜨리듯이 물방울들이 마구 튀는데 물안개들이 하늘에 솟아나기에 참 굉장한 장관이다"이라고 표현했다. 과연 말이 실감이 난다. 영국 BBC의 자연사 팀 수석프로듀서인 마이클 브라이트는 황과수폭포를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자연 절경 1001' 곳의 하나로 꼽고 있다.

진주가 구르듯 옥이 깨어지듯 부서지며 흘러내리는 폭포.
 진주가 구르듯 옥이 깨어지듯 부서지며 흘러내리는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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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과수폭포를 돌아보는 거리는 불과 몇 km 안 되는 짧은 거리다. 그런데도 인파 때문에 우리는 동굴을 돌아 나오는 데 무려 3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 덕분에 폭포는 실컷 구경한 샘이지만 몸도 마음도 온통 폭포 물방울로 흠뻑 젖고 말았다.

사방팔방으로 인간띠를 이루고 있는 중국의 관광객들. 마치 인해전술을 상상케 한다.
 사방팔방으로 인간띠를 이루고 있는 중국의 관광객들. 마치 인해전술을 상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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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밑으로 내려온 하천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가 놓여있다. 이 구름다리를 건너면 폭포 관광은 끝을 맺는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폭포도 일품이다. 멀리 폭포수 건너편에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인간띠가 끝없이 도열해 있다. 저 인파를 뚫고 돌아오다니… 마치 중국의 인해전술을 보는 느낌이 든다.

천군만마의 말발굽소리인가
인해전술의 아우성소리인가
진주를 두드리듯 옥을 깨뜨리듯
마구 튀는 물방울에
몸과 마음이 흠뻑 적시고 마네.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절경
황과수폭포를 향해 사람들은
끝도 없이 인간띠를 형성하고 있네.
그 모습 이름 모를 들꽃 같기도 하여라
아아, 계곡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다시 가보고 싶은 황과수폭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10월 5일 여행한 중국 귀주성 황과수 폭포에 대한 여행기다. 황과수폭포는 우기철인 6월부터 10월 사이에 물의 양이 많아 폭포를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있다. 중국 귀주성 귀양에서 128km 떨어진 안순 시 인근에 위치하며, 귀양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태그:#황과수폭포, #중국귀주성 기행, #황궈수풍경구, #백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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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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