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일부 교수들이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찬성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대 학생들은 교수들이 학문적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고 소모적 이념대립을 부추기며 정부와 여당에 아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대구대학교 교수모임 소속 권중록(신문방송학과) 교수와 배일섭(행정학과) 교수 등 교수 11명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에서 국정화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고시된 만큼 정부와 여당에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정화 고시로 국론 분열이 심화됐다"며 "(국정화 반대는) 메르스 사태로 급격히 후퇴한 경기가 되살아나는 데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들 교수 중 역사학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일부 교수들의 국정화 찬성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대구대 학생들은 지난 4일 오후 대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명분 없는 정책에 대해 순응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비판했다.
대구대 역사교육과 학생회와 사회과학학술모임 '역지사지', 새희망청춘포럼 등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구대인 모임'은 교수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일부 교수들이 역사교과서가 '자랑스러운 선각자들에 대한 기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역사교육의 본질적 목적은 역사적 사고력 및 역사의식의 함양을 통한 민주시민의 육성"이라며 "국정화를 지지하는 것은 역사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또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닫아두고 국가가 개입하여 획일적 역사해석을 강요하는 것이 어째서 획일화가 아니라는 것이냐"며 "교과서에 좌편향적 서술이 있다면 교과서를 검정 통과 시킨 교육부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수들이 '다양성이란 미명하에 만들어진 역사 교과서는 우리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고 자유민주주의와 산업화를 폄훼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국정화의 명분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 등 시민의 힘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한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폄훼하는 것이냐며 "산업화의 주체는 박정희가 아니라 우리 조부모와 부모세대"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산업화를 이루어낸 시민들의 힘을 부정하고 소수의 엘리트가 역사흐름의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폄훼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학생들은 "보수적 성향의 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빌미로 헌법을 무시하고 국론을 분열시기는 등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데도 지식인들이 학문적 타당성은 고려하지 않고 소모적 이념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며 교수들을 비판했다.
이들은 "역사교육의 본질적 가치 및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정부와 국정교과서 정책을 지지하는 대구대학교 교수들의 행위를 규탄한다"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철회될 때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