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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는 서준이 모습 입에 음식물을 가득 물고 졸고 있습니다. 먹을 욕심에 잘 자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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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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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뜸했네요. 쓴다 쓴다 하면서도. 이렇게 손자 녀석 이야기 쓰는 걸 몇 달을 걸렀군요. 그렇게 할배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제 손자 녀석은 18개월을 넘겨가고 있답니다. 무럭무럭, 쑥쑥, 문실문실 자라고 있고요.
혹 녀석 이야길 기다린 분들이 계시다면 많이많이 죄송합니다. 그런 분은 안 계셨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은 손자 바보 꽃할배나 제 손자 귀해 이러지 딴 분들이야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겐 '베리베리 댕큐'랍니다. 자 그럼 오늘 얘기 시작해 볼까요.
그 기원에 대하여 이렇게들 말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종편에서 시작되었다' 더 나아가 '지상파 방송이 먼저다' 구구절절 다 옳은 말씀들입니다. 하여튼 그 놈의 '먹방'에 대한 기원을 말하는 '썰들의 전쟁'엔 끼고 싶지 않은 게 이 할배의 바람입니다.
허나 2000년대 후반부터 '아프리카TV'를 통해 '음식 먹는 방송(먹방)'을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 참 인기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금은 그 방송을 안 본 지도 오래되어 그런 인터넷 방송이 있는지도 가물거립니다.
뭐, 근래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나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허핑턴포스트> 등이 한국의 '먹방' 혹은 '쿡방'을 특집으로 다룰 정도가 되었으니까, 이젠 한국의 '먹방'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게 또렷하긴 합니다.
대선이나 총선에 나선 사람들이 시장 골목에 들러 떡볶이를 먹는다든가, 막걸리를 마시는 건 이젠 예삿일이 되었고요. 한동안 어린아이를 품에 안아 올려 '사랑 많고 다정한 인상'을 연출하던 정치 스타들이 언제 마음이 변했는지 그리도 시장 골목을 누비며 서민 음식을 먹어대는지. 다 시대의 부산물이요, '먹방'이 대세인 오늘날의 그림자라고밖에 다른 말은 할 게 없을 것 같군요.
'먹방'은 제 손자가 날마다 찍습니다근데 말입니다. 그 '먹방' 말예요. 이젠 아무리 유명한 스타가 나와 진행해도 아무 관심 없습니다. 한마디로 '노 땡큐'입니다. 왜냐고요? 제 손자 녀석 서준이 만큼 '먹방' 잘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요. ㅋㅋ. 그래요. 저 손자 바보, 맞습니다. 맞고요.
아무튼, 하여튼, 좌우지당간, 위불위간 진짜라고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길거리 음식 먹는 거 봤는데 뭐 같이 먹을 맘 쪼끔도 없더라고요. 옛날에 MB나,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은 괜찮지 않았냐고요? 아뇨. 그냥 그분들은 그분들의 수행원들 하고나 잡수시라고 해요.
전 우리 서준이랑 한 '먹방' 하겠습니다. 이 놈 먹는 걸 보고 있으려면 내 입이 가만히 있질 못합니다. 금방 수저를 놓고도 뭔가 먹지 않으면 신상에 해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습니다. 흐흐. 같이 있는 모든 사람의 입을 실룩거리게 만드는 녀석의 '먹보의 하루'는 가만히는 보고 있을 수 없답니다.
어떤 때는 그릇도 질겅질겅 씹어 먹을 기세입니다. 요즘 교회에서 만나는 6살배기 여자아이 하나는 어찌나 안 먹는지 제 아빠가 밥그릇을 들고 다니며 이렇게 성화를 떤답니다.
"한 입만... 응, 꽃님(예뿐이 신상 털릴까봐 가명을 썼음)이 참 예쁘지... 자, 아 해봐....""흥, 싫어! 안 먹는다니까. 왜 이렇게 귀찮게 굴어. 아빠는!"꽃님이의 버럭 화에 점심 먹다 말고 온 성도들의 눈이 그리로 쏠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말할 나위 없이 이 아이... 8m/s의 선풍기 바람에도 날아갈 지경이랍니다. 도톰한 살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 없죠. 아마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볼에 조금 살이 보일라나? 하하.
제 손자 서준인 당최 딴판이랍니다. 이미 말했잖아요. 그릇도 씹어 먹을 기세라고. 15개월 만에 옥수수를 뜯어먹은 아이랍니다. 찰옥수수 몇 개가 들어왔기에 녀석 생각하고 보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옥수수 알갱이 하나둘 떼 주는 건 성에 안 차 결국 들고 하모니카를 불었습니다. 거기다 옥수수 속대까지 먹으려고 들었으니, 누가 이 먹보를 말립니까.
심지어는 쏟아지는 잠도 먹는 것 때문에 제대로 못 잔다니까요. 한 입 가득 물고 무거운 머리를 이리 저리 흔들거리면서도 될 수 있는 대로 자세를 바로하려고 노력한다니까요. 그래야 다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결국은 음식을 한입 물고 잠들었지만.
이 동영상을 보세요. 먹을 욕심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자요. 정말 웬만치 졸린 게 아니랍니다. 녀석이 이럴 정도면 눈꺼풀에 억만 근이 내려앉은 거거든요. 근데 보세요. 다시 게슴츠레 눈을 뜨잖아요. 눈을 감으면 그때부턴 입으로 아무것도 안 들어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그리 쉽게 잠들 수 없는 거랍니다.
이쯤 되면 '쿡방'의 백종원 셰프가 부럽겠습니까? 에드워드 권 셰프가 부럽겠습니까? 그럼, '먹방'이요? 추성훈씨 딸 사랑이요? 아님 송일국씨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요? 아니죠. 그들도 한 '먹방'하는 거 인정하지만 이 아이들 열 명 들이대도 우리 손자 녀석 서준인 못 따라 올 겁니다.
'밥이 보약', 맞습니다. 맞고요옛적 어르신들이 왜 그러셨잖아요? "밥이 보약이란다"라고. 네, 전 이 말에 300% 동감이랍니다. 우리 서준이 보면 단박 알 수 있습니다. 보무가 얼마나 늠름한지. 가까스로 두 발로 서자 뜀박질을 하려던 녀석이거든요. 일단 신발 신겨 밖에 내놓으면 벼락같이 내달립니다. 하루 종일 누벼도 조금치도 피곤한 기색이 없죠.
지난 여름 서준이 녀석네와 제주도로 휴가를 갔었거든요. 그때 서준이 녀석 쫓아다니느라 발병 났습니다. 발뿐입니까. 허리, 다리, 무릎, 팔목... 뭐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녀석은 천방지축 뛰어다니겠다고 하고, 녀석 엄마와 할매는 그놈 다칠까봐 쫓아다니고, 붙잡고... 그러면 녀석은 장난하는 줄 알고 시시덕거리며 더욱 손을 뿌리칩니다.
이 할배라고 예외였겠습니까. 할매가 지치면 엄마가 나서고, 엄마가 지치면 아빠가 나서고, 아빠가 지치면 이 할배가 나서고, 그러다 혼자선 안 되면 둘이서 나서고. 허. 휴간지 술래잡긴지 '나잡아 봐라'인지. 하여튼 '밥심'으로 야무진 녀석 잡으러 다니는 거 고역이었답니다.
그래도 맑은 하늘 아래 파랗게 펼쳐진 잔디 위에서야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화산재 흩어진 자갈밭에서는 아슬아슬했답니다. 식구들 눈 8개가 온통 서준이 녀석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뜀박질을 했으니까요. 그때 연습한 거로 장애물경기나. 2인3각 혹은 50m 달리기를 하면 우리 가족이 우승할 게 뻔했습니다. ㅋㅋ.
우리 부부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간 제주도 여행이었지만 딸내미가 다시 가자고 하면, 글쎄요. 철야기도 좀 하고 나서 응답받아 하나님이 가라고 명령해야나 갈 것 같습니다. 것도 사명감으로. 하하하.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너무 좋았습니다. 관광은 제대로 못했을 거 다들 짐작하시죠?
맞아요. 제주도 구경은 별로 못했습니다. 대신 서준이 녀석만 잔뜩 구경했습니다. 하루 종일 녀석과 뛰어다녀도 그냥 행복하고 좋기만 했습니다. 녀석이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하고, 자는 모습만 봐도 좋고, 아장아장 걷는 것도 귀엽고, 뒤뚱뒤뚱 뛰는 것도 보기 좋고... 제가 누구라고요? 네, 손자 바보 꽃할배라니까요.
잔병치레요? 건 누구네 집 '야그'래요? 우리 서준인 그런 걸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딸내미가 시기 맞춰 예방접종은 시켜주지만. 또 뭐 아주 가끔 콧물을 흘리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거의 병원이 뭔지 모르고 잘 자라고 있답니다. 모두 '밥심' 때문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먹는 게 남는 거다' 이 놀라운 진리를 내일도 여전히 쓰겠죠? 우리 서준인.
덧붙이는 글 | [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는 손자를 보고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할아버지의 글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관심 많이 가져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