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에 있는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외국인보호실'을 운영한다. 경기도 화성과 충북 청주의 외국인보호소에 이어 국내 세 번째 규모의 시설로 최대 140명까지 보호외국인의 수용이 가능하다. 주로 경남과 전남지역에서 불법체류자로 단속된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 송환될 때까지 구금돼 생활한다. 이 시설에는 보통 50~100명가량의 보호외국인이 짧게는 열흘부터 최고 2년까지도 갇혀 지낸다.
여수출입국관리소 외국인보호실의 존재는 지난 2007년 2월 11일 새벽에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보호외국인 10명 사망, 17명이 부상)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여러 언론과 시민단체는 법무부가 관리하는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이 같은 화재 참사가 발생한 사실을 놀라워하며 외국인 보호소의 각종 인권유린 실태를 지적하고 그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8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 여수 외국인보호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가 외국인 보호실 운영을 재개하면서 예전에 없던 야외 운동장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불가연성 건축 자재를 이용한 리모델링을 하는 등 시설 환경을 개선하였다. 보호외국인의 심리 안정을 도모하고자 국악·한국어 교육·요가 등의 정기적인 '동감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겉보기에는 화재 참사 이전과 비교하면 나름 진일보한 게 사실이다. 지난 2010년 법무부 인권국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를 전국 38개 구금, 보호시설 중에서 인권보호 우수기관으로 선정한 적도 있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외국인보호실을 "호텔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최고의 보호실을 운영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열악한 외국인보호, 임금체불에 강제퇴거까지
지난 10월 초 정보공개 청구를 하여 자료를 받아보니 여수 외국인보호소의 운영 실태는 과거와 비교하면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출입국관리법은 보호외국인의 보호 기간을 '10일 이내'로 제한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만 '10일 이내'로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여수 외국인보호실에서 한 달 이상 지낸 사람은 전체 1736명 중 102명(5.7%)에 달했다. 그 가운데 31명(1.78%)은 보호 기간이 두 달 이상이다.
보호외국인의 질병 치료 내역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보호외국인의 질병은 호흡기·위장관·피부·근골격·심혈관·정신 질환 순으로 많은 수치를 보였다. 그런데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5일 사이 전체 3600명의 환자 중 외래 진료를 받은 사람은 40명(1.1%)에 불과하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07년부터 인근의 병원과 협약을 체결해 '무료진료'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의료서비스를 한층 강화하였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외래 진료 서비스는 그렇지 않아도 매우 적은데 2012년 1.9%, 2013년 1.5%, 2015년 1.1%로 되레 줄어들고 있다. 현재 여수 외국인보호실에는 공중보건의 1명과 간호사 1명이 근무한다. 그들이 여러 질환을 가진 수많은 환자를 잘 돌보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여수출입국사무소는 2003년 7월, 보호외국인 응급환자 한 사람을 소홀히 대처해 사망 사고가 났던 일을 벌써 까맣게 잊은 것으로 보인다.
보호외국인의 본국 송환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임금체불이다. 갑작스레 단속에 적발돼 붙잡힌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회사에서 받아야 할 노임이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2011년 7월 조사에 의하면 인천·화성·청주·여수의 외국인보호소(실)에 수용된 체불임금자는 15.4%~42%로 나타났다. 2008년 이래 여수 외국인보호실을 거쳐 가는 보호외국인이 매년 1700명~1900여 명 안팎임을 고려할 때 얼마나 많은 임금체불 피해자가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보호외국인이 장기 보호되는 일을 줄이고자 임금체불·예금인출·짐 수거 등의 고충처리를 돕는다.
그런데 올해(1월 1일~10월 5일까지)의 임금체불 해소내역을 보면 281건에 불과하고 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접수해 의뢰한 내역은 한 건도 없다. 이는 보호외국인이 각자 체불임금을 재주껏 받아내든, 아니면 포기하든 둘 중 하나의 선택에 내몰렸음을 보여준다. 화재 참사 당시 보호외국인들의 체불임금을 지방노동사무소의 근로감독관들이 나서 단기간에 받아내 처리한 바 있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와 여수지방노동사무소가 업무 협조만 잘된다면 보호외국인이 임금체불로 장기 구금되거나 임금을 떼인 채 강제 퇴거당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외국인보호실'은 교도소가 아니다. 외국인이 체류 기간을 넘기거나 미등록된 경우 본국으로 출국시키고자 일정한 장소에 강제로 수용해 '보호'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의 보호외국인에 대한 처우는 어떤 면에서 교도소보다 더 열악하다. 형기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하루 20~30분의 짧은 운동시간 외에는 종일토록 철창의 비좁은 보호실에 갇혀 지내야기 때문이다. 강제 추방을 앞둔 보호외국인들이 한국에 악감정을 품지 않도록 그들의 인권보호와 고충처리를 최대한 도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신문과 제 블로그(newsjpress.wordpress.com)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