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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생활의 거처를 떠나 낯선 도시를 경험한다는 건 인간에게 비교대상이 흔치 않은 설렘을 준다. 많은 이들이 '돌아올 기약 없는 긴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정주가 아닌 유랑의 삶이 주는 두근거림. 절제의 언어인 '시'와 백 마디 말보다 명징한 '사진'으로 세계의 도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설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기자 말

 마케도니아의 호숫가마을 오흐리드. 그곳은 인간의 가슴 속 깊숙이 자리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마을이다.
마케도니아의 호숫가마을 오흐리드. 그곳은 인간의 가슴 속 깊숙이 자리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마을이다. ⓒ 류태규 제공

 오흐리드의 저물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호수 위를 헤엄치는 백조. 아름답지만 쓸쓸한 풍경.
오흐리드의 저물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호수 위를 헤엄치는 백조. 아름답지만 쓸쓸한 풍경. ⓒ 류태규 제공

 북유럽과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모인 동유럽. 그곳의 사내들 일부는 멀리 외국으로 떠나 돈벌이를 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부재한 유년기를 보내는 동유럽의 소년들은 어떤 심정일까?
북유럽과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모인 동유럽. 그곳의 사내들 일부는 멀리 외국으로 떠나 돈벌이를 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부재한 유년기를 보내는 동유럽의 소년들은 어떤 심정일까? ⓒ 류태규 제공

저 멀리, 해가 지는 쪽으로

아이의 손을 떠난 돌멩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해가 지는 쪽으로 가고 싶었다
슬로베니아로터 아버지 소식이 끊긴 뒤부터였다
삼단으로 변신하는 로봇보다
까칠한 수염의 아버지가 그리웠다

엄마는 해질 무렵이면 호숫가를 서성였다
오스만투르크의 피가 섞인 아버지는 거칠었다
감히 누구도 엄마의 과거를 수군거리지 못했다
밤마다 부엌에서 소리 죽여 우는 사연은 뭘까

호수 저편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알렉산더 영감님은 알바니아가 있다고 그랬다
아버지가 트럭운전수로 일하는 곳은
거기서도 서북쪽으로 하루를 더 달려야 한다고

열두 살 아이를 가벼이 들어 올려 무등 태우던
구릿빛 억센 팔뚝의 사내가 떠오를 때마다
호수 저편 사라지는 태양을 향해 돌을 던졌다
휘파람 소리로 날아간 돌은 아버지에게 닿았을까

아이의 손을 떠난 돌멩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케도니아#알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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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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