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그렇게 바싹 깎으면 어떡해. 아프잖아.""미안, 미안해. 좀 예쁘게 다듬는다는 게." 최근 팔목이 시리다는 아내의 손톱을 대신 깎아 주면서 실수하는 바람에 남편 K씨는 새삼 손톱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손발톱 관리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최근 10년 사이 부쩍 커졌지만, 사실 대다수 남자에게 손발톱은 평소 별로 신경이 가지 않는 신체 부위이다.
그러나 너무 짧게 깎은 손톱으로 인한 쓰라린 경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한두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손가락에 피가 비칠 정도로 손톱을 잘라낼 경우 통증은 물론이려니와 손을 놀릴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탓이다. 특히 손으로 직접 볼을 다루는 야구 선수나 기타 연주자 같은 사람들이라면 손톱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위인지를 평소 누구보다 잘 안다.
계절·나이·임신 여부·손가락마다 다른 성장 속도
봄기운이 바람 사이로 얼핏 고개를 내밀곤 하는 이즈음은 손발톱에 관한 관심 혹은 애정을 '재개'하기에 적당한 시기이기도 하다. 겨우내 꽁꽁 감춰진 시간이 많았던 손발톱의 노출 기회가 늘어나고, 생리적으로는 손발톱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때인 까닭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양공급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손발톱은 겨울철에 가장 더디게 자란다.
또 나이·성별·임신 여부 등에 따라 손발톱의 성장 속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손톱이 발톱보다 훨씬 빨리 자란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현상이다. 성인의 손톱은 한 달 평균 3.5mm쯤 자라는 데 비해, 발톱은 절반도 못 미치는 1.2mm 정도에 불과하다.
발톱을 손톱보다 훨씬 덜 깎게 되는 것은 노출된 손톱과 달리 발톱이 양말 속에 감춰진 시간이 많기 때문은 아니다. 또 같은 손톱이라도 오른손의 손톱이 좀 더 빨리 자라는 경향이 있으며, 오른손 손톱들 또한 손가락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손가락의 손톱 성장이 가장 빠를까? 손톱 성장 속도를 좌우하는 요인이 과학적으로 아주 명쾌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 빈도가 많은 손톱일수록 빨리 자란다는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감을 표한다.
다섯 손가락 중에서는 둘째와 셋째, 즉 검지와 중지의 손톱이 새끼손가락과 약지 손톱보다 빠르게 자란다. 많이 사용하는 손가락에는 혈류의 흐름 또한 활발하고, 혈류에는 손톱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영양 성분들이 많은 포함된 덕분이다. 발톱이 손톱보다 느리게 자라는 것은 평소 발톱 부위에 손가락 끝만큼 혈액이 왕성하게 흘러 들어가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이다.
'손발톱, 죽은 뒤에도 자란다'? 사실과 달라손톱의 성장은 혈류에 큰 영향을 받느니만큼 '손발톱은 사람이 죽은 뒤에도 자란다'는 속설은 잘못된 것이다. 시신에서 손발톱이 유달리 생전보다 길게 보이는 것은, 손발톱 주변의 피부가 수축돼 노출되는 손발톱 부분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성세대 때보다 요즘 세대들의 손톱이 더 빨리 자란다는 관측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1938년대 성인들의 손톱 성장은 한 달에 3mm 정도에 머물렀다. 요즘의 3.5mm에 비해 85%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손톱 성장의 핵심 영양물질인 단백질이 다량 함유된 육류 섭취가 최근 늘어난 걸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자판 등을 빈번하게 두드려야 하고 정밀 작업이 과거보다 늘어났고 손가락 끝을 사용해야 할 일이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추정한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