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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지도 만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으나 실제 그 위상은 우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설립된 협동조합 중 적지 않은 업체들이 실제로 운영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이며, 또 운영되고 있어도 워낙 작은 영세업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는데, 강동푸른협동조합도 그 중 하나이다. 강동푸른협동조합은 강동구 청소용역업체인 '고려정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다가 해고된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협동조합으로 ([간접고용의 눈물 - 현장 고발]청소노동자, 8시간 근무 단협 규정에도 하루 16시간 중노동) 현재 지역에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시민단체 대표로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시위를 하다가, 이제는 아예 강동푸른협동조합의 일원이 되어 열심히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진영섭 대표를 만나보았다.

강동푸른협동조합의 설립 배경

강동푸른협동조합의 탄생 배경 고려정업과의 갈등
강동푸른협동조합의 탄생 배경고려정업과의 갈등 ⓒ 손복선

- 어떻게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죠?
"강동푸른협동조합은 고려정업 사태에서부터 시작됐어요.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페이퍼노조 때문에 협상권을 갖는 데 실패했죠. 오히려 부당 해고 당하고. 그 뒤로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노동자들과 함께 1인 시위 등도 했는데 결국 잘 안 됐어요. 오히려 회사가 노동조합 자체를 파괴했죠. 한 때 스무 명 넘었던 노조원들이 지금은 거의 안 남아있어요. 다들 못 견뎌서 나왔죠. 이직을 하거나.

그런데 그들 중 몇 명이 도저히 억울해서 안 되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다른 사례를 알아봤는데 광주 광산구와 성남에 비슷한 사례들이 있더라고요. 악덕업주가 노동자들을 탄압하니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들이 악덕업주를 몰아내서 운영하는 그런 사례. 그래서 광주 광산구 클린광산 청소협동조합을 견학 다녀오고 우리도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했죠.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입찰을 시도해 보자."

- 청소업체와 구청은 수의계약 아니던가요? 그걸 공개입찰로 바꾸고 도전하겠다?
"고려정업이 강동구청과 30년 가까이 수의계약을 맺어서 일해오고 있었는데, 우선 그것을 공개입찰로 바꾸라고 주장했죠. 또 고려정업이 악덕기업이니 다른 업체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랬더니 구청이 어쨌든 공개입찰로 전환하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입찰을 하려고 보니 걸림돌이 많았어요. 말이 공개입찰이지 적환장 계약 등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구조적으로도 어렵고. 근데 더 큰 문제는 우리 협동조합의 역량부족이었어요. 입찰 때문에 서둘러 협동조합을 만들었던 터라 그만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거죠. 입찰을 하려면 차량도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최소 2억 이상은 있어야 하는데 그만큼 준비가 안 됐죠. 그래서 결국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 입찰 실패하고 많이 실망하셨겠네요?
"그렇죠. 2년 동안 여기에 매달렸었는데 조금 지쳤죠. 허탈하기도 하고. 어쨌든 일단락 됐잖아요. 입찰이 열렸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고려정업은 다시 입찰 받았고. 그래서 한두 달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결론은 하나였어요. 결국 장기적인 싸움으로 간다. 입찰을 하려면 실적을 쌓아야 한다. 그럴려면 협동조합을 어떻게 제대로 세울 것인지 생각해야 됐고, 지금 해고돼서 밖에 있는 분들을 어떻게 먹고 살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했죠.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하던 일을 그만두고 협동조합 대표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구요."

"모든 조합원이 영업사원"

강동푸른협동조합 진영섭 대표 협동조합의 대표 겸 영업사원
강동푸른협동조합 진영섭 대표협동조합의 대표 겸 영업사원 ⓒ 이희동

- 그래서 다시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데, 냉철하게 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어쨌든 처음에는 고려정업 때문에 시작했지만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가 됐잖아요. 청소 시장 좀 알아보셨어요?
"시장조사를 해봤는데 결론은 시장전망이 좀 있다는 거였어요. 강동구가 재개발 때문에 다세대를 엄청 짓고 있잖아요. 신축빌라들이 모두 영업대상이죠. 또 우리가 협동조합 형태를 하고 있다 보니 장점도 발현되더라고요. 조합원들이 영업을 주위에서 알아봐주니까.

처음에는 막막하고 그랬어요. 내가 해본 일도 아니고 해서. 이게 될까? 그런데 제가 이런 취지로 일을 한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거예요. 저희 사무실 청소 해주세요, 어떤 분은 본인이 해도 되는데 저희에게 청소를 맡기는 분도 계세요. 이제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얼마 전에는 개업한 병원이 들어오기도 하더라고요."

- 현재 협동조합의 규모는 어떻게 되죠? 운영은 잘 되고 있나요?
"42명 조합원에 출자금은 1400만 원 조금 넘어요. 1월부터는 일용직 외에 노동자 한 분을 월급제로 고용해서 본격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월급에 고정비까지 내고 나면 아직 마이너스죠. 그래서 우리끼리 목숨줄은 6개월 안에 판명난다고 이야기해요. 6개월 동안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하죠. 그런데 한 달 해보니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어쨌든 주위에서 영업을 많이 해주시고, 일손이 부족할 때는 조합원들이 나서서 도와주기도 하니까."

- 다른 청소업체들 만나면 별 말 없나요? 어쨌든 경쟁자가 하나 더 생긴 건데.
"요즘에 다른 청소업체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는데 다들 오래 하신 분들이에요. 근데 그분들은 대부분 '어? 협동조합이네? 협동조합 어떻게 만들어요?' 하고만 물어요. 그분들한테는 협동조합이 생소한 느낌인 것 같아요. 협동조합이 뭐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나도 법인 만들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해요 이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다만 우리 내부에서 고민이 있었죠. 우리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는데, 영세시장에 진입해 오히려 남의 밥줄을 뺏고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임시총회를 열어 협동조합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시키자고 결의했어요. 사회적협동조합은 배당도 없고, 지역사회와 사회적 공익을 위한 조직이니까. 우리가 좀 더 규모를 키워 영세한 업자들과 함께 지역을 바꾸자고 논의했어요."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

 많이들 전화주세요
많이들 전화주세요 ⓒ 이희동

- 현재 협동조합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좁은 인재 풀이 고민이에요. 실제로 협동조합 조합원들은 다른 일을 하면서 협동조합을 도와주기 위해 조합원이 된 사람들이 많거든요. 일할 수 있는 조합원은 몇 분 안 계세요. 노동자협동조합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죠. 그래서 결국 일이 들어오더라도 용역에서 사람을 부를 수밖에 없는데 저희가 다른 업체처럼 중간에서 인건비의 30%씩 가져갈 수는 없잖아요. 명색이 사회적협동조합인데. 성장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업체와 MOU를 맺었어요. 기술적인 거나 인력 등을 상호 파견하고 입찰하게 되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그리고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팀장이 되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지도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구조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더 많은 해고 노동자를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경력을 쌓아 공개입찰까지 할 수 있다."

- 다른 업체와의 연대도 생각 중인가요?
"그럼요. 궁극적으로 영세한 업체들과 함께 할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쪽 분야의 전문가인 제 친구에게 협동조합으로 들어와서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창업한 지 얼마 안 돼서 본인이 좀 해보다가 나중에 봐서 합류한다고 하더라구요. 협동조합이 생각보다는 다른 업체들과 연대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한 만큼 가져가는데 협동조합은 월급을 받아야 하니까. 분배 구조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어요. 저희는 중간에 마진 없이 최대한 일한 대로 임금을 지급하려고 하니까."

- 협동조합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좀 무대포같이 시작한 협동조합인데 이분들과 함께 성공사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서울시에는 약 3000명 정도가 청소 업체에서 종사하고 있는데 차이가 조금씩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 대우가 열악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가 강동구에서 투쟁을 좀 했기 때문에 월급이 올라 처우개선을 좀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쨌든 구조적으로 업체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 업체들이 워낙 오랫동안 지역에 뿌리내렸기 때문에.

그래서 저희는 한 번에 못 바꿔도 하나라도 바꿔서 그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노동자들이 제대로 임금 받는 모범사례를 만들면 다른 업체도 본받아서 바뀌지 않을까. 제도적으로는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고, 저희 같은 경우는 어쨌든 시작을 했으니까 이 협동조합을 통해서 새로운 사례를 만들면 다른 업체도 최소한 그 수준까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없나요?
"무엇보다 홍보를 해야죠. 현재 하는 일을 알려줘야지. 저희의 주 업무는 입주청소, 사무실청소, 병원청소, 계단청소 등입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현재 강동푸른협동조합은 해고된 노동자들의 꿈을 안고 열심히 활동 중이다. 그것은 지역사회가 노동자와 연대를 한 사례로서 사회적협동조합의 또 다른 신화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들의 바람대로 협동조합이 좀 더 많은 이들을 고용하고 제대로 된 임금을 주는 모범사례를 만들기를 기원한다.

 강동푸른협동조합이 그 목표를 이루길 기원한다
강동푸른협동조합이 그 목표를 이루길 기원한다 ⓒ 강동푸른협동조합



#강동푸른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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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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