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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그중에서도 범죄소설의 역사를 장식했던 수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 작가들을 대표작품 위주로 한 명씩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주로 영미권의 작가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 기자 말

"병원은 생과 사를 두고 흥미로운 사건과 갈등이 벌어지는 장소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가 되기 마련이다. 이때 병원에 종사하는 의료진과 환자 당사자는 자신들 인생의 최악 - 때로는 최고 - 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죽어가거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니까. 메디컬 스릴러는 이런 삶과 죽음의 영역을 다루는 장르다."

'메디컬 스릴러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는 테스 게리첸(1952 ~ )은 메디컬 스릴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말한다. 작가의 이름이 약간 독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테스 게리첸은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병원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게 된다. 낮에는 의사로 일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소설을 쓰는 이중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메디컬 스릴러라고 하면 흔히 로빈 쿡이나 마이클 크라이튼 등을 떠올리기 쉽다. 테스 게리첸도 이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영역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한 것.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회의적이었다. 편집자는 '메디컬 스릴러를 쓰려면 당신이 의사여야 한다'고 했는데, 게리첸은 '내가 바로 의사다'라고 말했다. 이렇게해서 게리첸은 1996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녀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제인 리졸리 시리즈'일 것이다.

보스턴 경찰청 강력반의 여형사

<외과의사> 제인 리졸리 시리즈 1편
<외과의사>제인 리졸리 시리즈 1편 ⓒ 알에이치코리아
시리즈의 첫 작품인 <외과의사>가 발표된 것은 2001년이다. 주인공은 보스턴 경찰청 강력반에서 근무하는 30세의 여형사 제인 리졸리.

못생긴 편은 아니지만 외모에는 철저하게 신경을 쓰지 않기로 작정한 듯한 스타일이다. 예전부터 경찰청은 남성들의 장소였다. 강력반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강력반에서 리졸리는 유일한 여성이다.

남자들이 그녀를 어떻게 대할까. 홍일점인 그녀를 세심하게 챙겨주고 신경써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남자 형사들은 그녀를 무시하거나 희롱한다.

리졸리의 책상 위에 탐폰을 가져다 놓고 자기들 끼리 희희덕거리기도 한다. 강인한 성격의 리졸리는 그때마다 맞서 싸운다. 상사가 남자 형사들에게 뭐라고 잔소리를 하면 리졸리는 그 상사에게 '이건 저의 싸움이에요!'라고 소리친다.

리졸리가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된 데에는 가정환경의 영향이 크다. 그녀에게는 마초 기질을 가진 두 명의 오빠가 있고 부모님은 거의 항상 오빠들의 편을 든다. 그 가운데에서 리졸리는 남성다운 성격을 가지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래서 경찰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외과의사>에서는 젊은 여성들을 찾아서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그의 별명은 '외과의사'. 상처를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해부지식을 이용해서 여성의 장기를 정교하게 들어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살인범이다.

죽기 직전에 살아남은 희생자 한 명도 있다. 제인 리졸리는 상사와 함께 그녀를 찾아가서 외과의사를 찾아낼 단서를 발견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제인 리졸리는 그녀를 무시하는 동료들과 싸우면서 동시에 변태적인 살인마를 상대해야 한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양한 살인 사건들

<메피스토 클럽> 제인 리졸리 시리즈 6번째 편
<메피스토 클럽>제인 리졸리 시리즈 6번째 편 ⓒ 알에이치코리아
'제인 리졸리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된다. 작가 테스 게리첸은 주요 등장인물을 한 명 더 만들어낸다. 여성 법의관인 마우라 아일스가 그 인물이다.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제인 리졸리와 마우라 아일스는 콤비처럼 함께 활약한다. 이들은 여성들을 노리는 연쇄살인범부터 시작해서 왠지 악마추종자처럼 보이는 범죄자를 추적하기도 한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제인 리졸리를 둘러싼 환경도 변한다. 경찰청의 남자 형사들은 리졸리를 동료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의견이나 행동을 존중해준다. 리졸리와 아일스가 다루는 사건도 다양해진다.

<파견의사>에서는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아이스 콜드>에서는 마우라 아일스가 동료들과 함께 폭설로 고립된 마을에 갇히기도 한다.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리졸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 딸도 하나 두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가족은 뭔가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그녀와 남편 사이가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문제다. 오빠들과의 사이도 여전히 좋지 않다.

<메피스토 클럽>에서 리졸리의 아버지는 금발의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다가 리졸리에게 발각된다. 격분한 리졸리는 그 여성에게 달려들고 리졸리의 파트너는 리졸리를 뜯어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리졸리가 가족관계에서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가정과 직장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2006)


#테스 게리첸#제인 리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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