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음식과 운동)' '경제관' '전자기기 사용' '여가활용'까지는 덕이가 자립하더라도 잘할 정도가 됐다. 이제는 인간관계(가족, 직장, 종교, 봉사, 일반 사람들)에서 가족들과 종교모임 분야는 지금의 관계를 보면 괜찮은 편이다. 나름 책임감도 강해서 맡은 바 역할엔 그 어떤 불편함이 있어도 마무리까지 잘하는 편이다. 다행히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평도 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낯선 사람이나 본인이 생각할 때 기준점에서 벗어난 언행을 하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덕이와 함께 온양 오일장에 다녀오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고모 : "덕아~ 아까 시장에서 새 파는 아저씨께 이야기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던데... 무슨 이야기했니?"
덕 : "고모가 키우던 앵무새(집에서 10년이상 키우며 말 잘하던 앵무새였다, 이름이 '덕'이였다)처럼 생긴 새가 있어서 그 새 이야기했어."
고모 : "우리가 키우던 것과 비슷했니?"
덕 : "응~, 노란색이 더 짙었어."
고모 : "그랬구나~. 덕이도 우리가 키우던 앵무새 생각 나니?"
덕 : "귀엽고 잘 따랐었는데, 말도 잘하고..."
그 앵무새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니?"라고 물으면서 내 어깨에 올라오게 하면 자기도 나에게 "잘 잤니?"라고 물었다. 또 아침에 내가 출근하려고 가방을 준비하면 내 어깨 왼쪽에 올라앉아서 머리를 갸우뚱 거리며 "학교가?"라는 말을 했고, 현관문을 나서는 내겐 발음하기도 어려운 "갔~따와"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왔어, 왔어"라면서 좋아래 했다. 단지 새 였음에도 어쩌면 그리도 상황에 맞게 말도 잘했는지 모른다.
내가 많이 힘들어 지친 것 같으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기분이라도 좋아보이면 내 어깨에 올라와 끊임없이 "안녕하세요" "왔어" "뽀뽀~ 쪼오옥" 하면서 자기 부리를 내 입술에 대곤 했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하물며 새도 이런데, 사람이 학습하면 못할 게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조카에게 끊임없는 교육과 실행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을 따라오기가 벅찼을 텐데도 감사히 잘 따라와줬던 조카도 그 앵무새가 그리운가 보다.
앵무새, 강아지 그리고 기타고모 : "혹시 다시 앵무새 키워보고 싶니?"
덕 : "나는 강아지~."
고모 : "아~ 그랬었구나. 강아지 키우는 것 괜찮겠는데?"
덕 : "할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고모 : "할머니께서 어떻게 여기시는지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보면 될까?"
덕 : "할머니께 물어봐야지."
고모 : "그렇지. 할머니께 여줘보면 되겠다. 혹시 강아지 말고 다른 것은 키우고 싶은 것이 더 있니?"
덕 : "아니~ "
집에 도착한 우리는 할머니께 의사를 여쭤봤다. 할머니께서는 연세도 있으신 만큼 이제는 새로운 것을 집에 들인다는 것이 부담되시는지 키우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래서 강아지가 아닌 악기를 다뤄보면 어떤지 덕이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덕아~ 너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타를 배워보는 건 어떠니?
내가 이렇게 묻자 덕이는 대뜸 1년 중 가장 바빠서 거의 한 달 정도 야근을 하는 김장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회피하는 모양새다.
"김장철엔 바빠서 시간 없어."이런 일이 있었다. 덕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기타를 배웠다. 그런 덕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두 살 어린 여학생이 적극적으로 집까지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집과 학교에서는 소위 문제아라는 평을 듣던 학생이었다.
그 아이는 덕이를 자기 마음대로 해볼 수 있다고 여겼던지 계속 덕이를 따라다니면서 나중에는 덕이에게 돈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덕이를 비롯해 우리 가족은 곤혹을 치렀다. 덕이는 그때 그 기억이 좋지 않게 남았는지 망설인다.
고모 : "음~ 혹시 그때 그 여학생이 생각나니?'
덕 : "..."
고모 :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보물(나는 덕이를 나의 보물이라 부른다)이 얼마나 착해보이고 멋있었으면, 그때 그 여학생이 그랬겠나 싶어."
덕 : "그건 아니구~."
고모 : "한편으로 우리 보물을 가족들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분명 꽤 매력이 있어."
덕 : "(미소만 짓는다)..."
고모 : "고모도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어. 그때는 무척이나 신경쓰였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 사람은 단지 그 사람 한 명뿐이라는 거. 그리고 지금 이곳엔 그 사람이 없다는 거지. 내가 이런 말하니까 어떤 생각이 드니?"
덕 : "나도 알아. 지금 그 아이는 여기에 없다는 걸."
고모 : "그렇지. 그 아이는 지금 여기엔 없어."
덕 : "내가 퇴근할 때 들어가서 배울 수는 없어. 나한테서 김치 냄새가 나니까."
덕이의 말에 나는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받아봤다.
"김치 냄새는 네 성실함은 보여주는 거 아니겠어?"고모 : "이런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덕이 네가 퇴근할 때 나는 김치냄새는 네 성실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은데... 물론 그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사람들은 보통 익숙한 것에 불편함을 못 느끼니까. 하지만 배추와 무, 쪽파, 대파 등을 씻어서 절이고, 그것으로 김치를 만들 때까지 하루종일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일하니까 양념 냄새가 옷에 배는 거잖아. 그러니 충분히 김치 냄새가 날 수가 있지."
덕 : "그래도 냄새가 심해."
김치 냄새가 덕이의 코에 뱄기 때문에 그런거지 덕이 옆사람이 그 냄새를 느낄 정도는 아닐 텐데... 그 냄새가 신경이 쓰이다 보다. 그도 그럴 것이 퇴근하면서 집으로 향하는 중간쯤에 덕이 나름 알고 지내는 사람의 가게가 있다. 덕이는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의 가게를 집에 가는 중에 들렀지만, 그 사람은 "김치 냄새가 심하니 집에 가서 씻고 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손님을 상대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데다가 덕이를 동생처럼 여기다 보니 그런 말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 덕이는 그 일이 있은 이후로 그 가게에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