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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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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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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춘분을 지나면서 낮이 밤보다 확실히 길어졌다. 낮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에 여러 변화가 생기지만, 지저귀는 새 소리를 보다 자주 들을 수 있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탐조 활동이 활발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조류는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한 동물이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든, 하늘을 날든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흔히 새를 아름답거나 멋진 동물로 여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새***'라는 비속어가 시사하듯 '나쁜 머리'의 대명사로 통하기도 한다. 새는 정말 지능이 떨어질까? 두뇌의 크기와 지능은 정비례 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머리가 작으면 아무래도 두뇌가 좋다는 인상을 주기는 어렵다. 새들을 지능 떨어지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건 무엇보다 몸에 비해 현저히 작은 머리 크기 탓이 크다고 해야 할 듯하다.

'새***'라는 표현은 사실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영어권에서도 'bird brain(버드 브레인)'이라는 단어가 종종 또 널리 쓰이는데, 국어에서와 완전히 똑같은, 즉 좋지 않은 머리를 빗대 사람을 비하하는 것이다. 헌데 새를 열등한 동물로 여기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사실 새의 지능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할 확률이 높다.

새는 생각보다 머리가 좋다, 정말로

새들은 보통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지능이 훨씬 좋다. 실제로 새들이 의외로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다는 학술 보고는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면 앵무새는 숫자를 여섯까지 셀 수 있다는 연구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물고기를 잡는 가마우지에게 8마리째 잡아 올린 물고기를 먹도록 훈련시킬 경우, 그 미만으로 고기를 잡았을 때는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관찰도 있다.

물론 모든 새들의 지능이 동일한 건 아니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군집 생활을 하고, 상대적으로 두뇌 앞부분이 발달한 까마귀 계통의 새들이 다른 새들에 비해 머리가 좋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연구팀은 까마귀의 경우 7살 먹은 어린아이와 맞먹는 추론 능력이 있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새들이 지능이 간단치 않다는 점은 상당수 조류의 학습 능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한 예로 최근 캐나다 맥길 대학의 조류학자들이 도시 새와 시골 새를 비교한 결과, 같은 종이라도 도시에 적응한 새가 보다 '스마트'한 것으로 드러났다. 멀리 있는 먹이를 당겨서 먹을 줄도 알고, 보다 과감하게 먹이를 공략하는 등 학습이 안 된 시골 새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bullfinch+in+barbados)

학자들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일본 등지에서는 길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를 '활용'해 호두 껍질을 깨는 새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즉, 껍질이 깨지지 않은 호두를 물어와 자동차가 다니는 길 위에 떨어뜨린 뒤, 차 바퀴에 호두가 깔려 껍질이 까지면 교통 신호를 받고 차가 멈춰 섰을 때 길로 뛰어들어 호두를 주워 먹는 것이다.

새가 침팬지나 돌고래 등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머리 나쁜 동물의 대명사가 될 만큼 지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조류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니 '새***'라는 표현은 최소한 새의 지능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겉만 보고 판단하면 결과적으로 우를 범할 수 있는데, '새***' 또한 그런 예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새, #지능, #새대가리,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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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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