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4일 오후 4시 5분]부산 북·강서을 총선에 출마한 국민의당 정규룡 후보가 조국 서울대 교수와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이 자신을 지지하는 듯한 내용의 선거 공보물을 당사자들의 허락도 없이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 주말께 각 가정에 발송한 선거 공보물에서 "정규룡을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며 조국 교수와 문성근 위원을 소개했다. 문 위원의 사진에는 특별히 "문성근도 함께합니다"라는 별도의 문구를 추가했다.
지역구에 있는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에도 "문성근도 응원합니다"라고 써놓고 함께 찍은 사진을 배치했다. 문 위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해 45.15%를 득표한 바 있다.
문성근·조국 "허위사실... 법적 대응 나설 것"당사자들은 사전 논의가 된 사항이 아니라며 발끈하고 있다. 문 위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사전에 어떠한 협의나 합의를 거치지 않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정 후보에게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기표용지가 인쇄되기 전에 당장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또 문 위원은 자신에 사과할 것과 자신의 승인을 거친 공보물을 만들어 모든 가정에 재배포할 것도 요구했다. 문 위원은 "이를 조속히 실행하지 않는다면 관계 법률에 따라 법적 조치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 어디인지 모르나 저와 찍은 사진을 올리고 '정규룡을 응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며 "제 휴대전화에는 이 분의 연락처도 없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이런 허위사실을 선거에 써먹는 행위, 즉각 공개 사과해야 한다"면서 "사과문을 공보물이 배달된 모든 유권자 가정에 등기우편으로 배달할 것"도 요구했다. 조 교수 역시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규룡 "묵시적 동의 있었다"... 선관위 "지지 암시 문구 문제될 수도"정 후보는 이들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페이스북 '문성근과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의 대표로 있다"면서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데 동의했고, 자기가 안 나오면 내가 나오겠다고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사진은 다른 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는 "사진을 찍는 것은 이것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묵시적 동의라고 봐야 한다"면서 "출마 사실을 밝혔고 조 교수도 나를 지지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와의 친분을 묻자 "페이스북 친구로 대화를 나누어왔다"고 답했다. 이들이 선거 공보물 재발송을 요구하는 있는 점에는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정 후보와는 페이스북 친구도 아닐 뿐더러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사진을 찍는 것 만으로 자신과 함께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또 조 교수는 "부산선관위에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사안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강서구선관위 관계자는 "단순히 과거 활동사진을 쓴 것만으로 선거법을 적용하기 힘들지만, 관련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암시하는 듯한 문구를 쓴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선관위는 해당 사안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