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총선을 앞두고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북풍이 필요하다 해도, 해도 되는 게 있고 써서는 안되는 수단이 있다. 이번 건은 아주 비인도적이다. 이렇게 하면서 북한인권법은 왜 만든 건가."정부의 '북한 해외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탈북' 발표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렇게 개탄했다.
정 전 장관은 12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그동안) 탈북자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빨리 정착하도록 돕기 위해 , 그리고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가능한 (노출 안 시키고) 그냥 놔뒀는데, 그게 인도주의고 인권 보호 아닌가"라며 "이들 13명의 가족들은 엄청나게 고생할 거다, 자기 고모부(장성택)까지 죽인 김정은이 그냥 놔두겠나, 그 사람들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발표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런 사안은 선거 때가 아니었다면 공개 안 할 수도 있고, 공개한다 해도 정상적으로 한다면, 내년 봄에 공개하는 것도 빠르다"면서 "정부합동심문 조사를 통해 13명의 탈북이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것인지, 위장탈북은 없는지 크로스 체크 등 통해 확인해서 확실한 사람은 한 달 정도 뒤에 하나원으로 보내고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더 조사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이런 과정없이 발표부터 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이번 사건을 발표한 '8일 오후'라는 시점에 대해 "사전투표가 시작됐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때였고, 금요일이었다는 점에서 주말동안 화제가 되도록 하려 한 것 같다"면서 "전통적인 선거공작이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아니었으면 공개 안할 사건, 정상적으로 공개하면 내년 봄도 빨라" 그는 11일 오전에 <연합뉴스>가 '대남담당 북 정찰총국 대좌, 한국 망명'을 보도하고 곧바로 국방부와 통일부가 이를 확인한 것에 대해서도 "정찰총국 대좌는 일반 전투부대에서는 별 두 개라는 '억지 춘향'격 설명까지 붙였더라"며 "'13인 탈북'건이 약하니까, 뒤늦게 지난해 들어왔다는 정찰총국 대좌건을 터뜨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의도성이 엿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례적인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 탈출 발표', '지난해 정찰총국 대좌 망명 사실공개', '10일 통일부와 외교부 고위 관계자 관련 브리핑' 등의 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움직임으로 볼 때 기획된 선거용 북풍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이번 탈출 사건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가 그 배경이 됐다는 정부 설명에 대해서는 "지난 2월 17일의 '해외 북한 식당 출입 자제 권고'나 3월 3일 유엔 대북 제재가 곧바로 작동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요인들이 이들로 하여금 3월 하순에 탈출을 결심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견강부회"라며 "까마귀 날자 배떨어지는 격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북한 체제 붕괴 임박 또는 그 전조'로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1997년 2월에 북한의 최고위급인 황장엽 국제비서가 탈북해서 서울에 왔을 때 북한이 곧 붕괴할 거라고 난리가 났었다"고 회고하면서 "대통령이 북한 붕괴를 믿고 있으면, 이번 같은 움직임을 체제 붕괴의 전조로 연결하고 싶어 하는 관리들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정 전 장관은 "북풍몰이가 폭풍이 되려면, 북한이 직접 사건을 쳐서 우리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이 커져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북한내의 불안감이 커져서 탈출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일을 꾸민 사람들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혹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북한이 물색없이 무슨 일 저질러서 진짜 북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사실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 탈출'사건의 의미와 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1997년 황장엽 비서 망명사건, 2004년 7월 탈북자 468명 입국 사건 당시 상황 등을 짚은 <한통속> 105회 방송은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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