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 오백년 전 상나라 도성 토벽 너머수묵화 같은 빌딩 몇 점- 이상옥의 디카시 <정주 상성(商城) 유적지에서> 지난 주말 찾은 중국 정주의 상성(商城) 유적지 공원에는 철없는 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놀고, 유독 참새도 많이 보였다. 이곳 참새도 인류의 흥망성쇠를 같이 하며 오늘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철없이 뛰노는 아이들과 함께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은허와 함께 상나라의 실체를 밝혀주는 정주 상성 유적지지난 세기 중반 정주 시내에 상나라 탕임금의 6세손 중정(仲丁)이 도성으로 삼았던 25㎢의 지역에 걸쳐 유적과 성벽, 곧 상성(商城) 유적이 발견된 바 있다. 그간 중국의 하나라는 물론이고 상나라(은나라)까지 가공의 역사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았지만, 하남성 안향현 소둔촌의 은허(殷墟)와 정주 상성 등의 발굴로 상나라는 역사시대의 실제 하는 중국 최고(最古)의 나라로 밝혀졌다.
3황·5제의 평화 시대를 거쳐 하·상(은)·주의 3대로 이어지는 가운데, 상나라부터 명실공히 중국의 역사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상왕조는 도읍을 여러 번 옮기며, 약 1700m의 토벽으로 둘러싸인 정주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국가를 형성했다고 역사학자들은 본다. 상나라를 세운 이는 탕왕이다. 탕왕은 하왕조의 시조 우(禹)를 도와 치수 공사에 많은 공을 세운 설의 14대 손이다. 탕왕은 덕치로 중국 최고의 상나라를 세웠다.
어느 날 탕왕이 시종들과 교외로 나가서 사냥꾼을 만났다. 그때 탕왕은 사냥꾼이 동서남북 빈틈없이 그물을 치고 "천지 사방에서 날아드는 새들은 모두 내 그물에 걸려라"고 비는 것을 보았다. 이에 탕왕은 세 쪽 방향에 친 그물을 걷게 하고, "왼쪽으로 가고 싶은 놈은 왼쪽으로 날아가고, 오른쪽으로 날아가고 싶은 놈은 오른쪽으로 날아가라, 명령을 어기는 놈만 내 그물에 걸려라"고 비는 말로 고치게 하였다고 한다. 이런 일화 속에도 왕도정치를 할 만한 인물됨을 보인다.
달기에게 빠져 상나라를 망하게 한 주왕하왕조 마지막 왕 걸왕이 말희라는 절세 미녀에게 빠져 폭정을 펼치다 탕왕에게 멸망하였듯이, 탕왕이 세운 상나라 마지막 왕 주왕 역시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절세 미녀 달기에게 빠져 멸망하게 된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왕조의 흥망성쇠는 최고 권력자의 리더십에 달렸다. 오늘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글로벌 시대 나라마다 무한 경쟁을 펼치는 국면에서 국가지도자의 역할은 왕조시대 못지않다 할 것이다. 누가 국가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고 생각하면, 그 막중한 책임을 능히 감당할 만한 준비된 그릇이 아니고서야 어찌 자칭 지도자로 나서겠다고 명함이라도 낼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